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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의 동거

Ray & Monica's [en route]_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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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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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우리가 중미의 과테말라에서 남미 최남단 도시, 우수아이아(Ushuaia)를 향해 엘살바도르로 가는 대신 돌연 방향을 북으로 돌려 밴쿠버로 온 주된 동기는 Barnabas Choi 교민의 초대였다.


Choi 선생은 이미 공고한 이 사회에 스스로를 접목해 활착의 시간을 보내느라 생존 이상의 가치로운 삶에 대해 궁구하는 시간을 좀처럼 할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제는 생존이 우선인 절박한 시간을 지나 이 나라로 온 목적대로 살 때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매일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고, 그것이 치유가 되는 삶이었다. 우리가 'learning, sharing, and healing'의 일상으로 초대된 것이다.


명문화된 커리큘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동안 이 분의 댁에서 함께 살면서 한 식탁을 나누고 틈틈이 대화하는 것이다. 한 공간에서의 삶은 절로 개인의 평소 식습관과 일의 패턴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일상 루틴을 드러낸다. 그 모든 것은 사유체계를 포함한다.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각자 살아온 방식과 가치를 그대로 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한 달 동안 각자가 당면한 '삶의 문제'에 대해 열린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2


아내와 나는 Choi 선생을 만나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 당도한 첫날은 새벽 5시. 2시간 뒤 아침 운동을 위해 우리가 함께 간 곳은 편도 3km 거리의 버너비 시빅 스퀘어(Burnaby Civic Square)였다. Tai Chi(태극권)를 함께 수련하는 곳이었다. Choi 선생은 이미 10년째 이 운동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서너 개의 단계별 그룹이 수련 중이었고 아내는 바로 한 그룹에 합류했다.


중국 전통의 무술이자 심신 수련법으로, 부드럽고 느린 동작이 특징이므로 어르신들이 많았다. 아내는 2주째 이 운동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움직이는 명상(moving meditation)’으로 불릴 만큼 호흡과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된다. 고수와 함께하는 수련 자체도 흥미롭지만 왕복 6km를 걷는 것도, 그 시간의 대화도 귀하다고 했다. 평소 산책에서 느린 걸음을 좋아했지만 Choi 선생의 빠른 보폭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운동강도가 높아져 폐활량이 증가하는 기분 좋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중국계 캐나다인(Chinese Canadians)들과의 교류를 통해 1858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BC주) 골드러시가 시작된 때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오랜 이민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사회생활을 하는동안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던 나는 Choi 선생의 안내로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했다. 헬멧, 장갑, 고글 등 안전 장비를 바르게 착용하는 법부터 자전거의 안장 높이와 위치를 조정하는 법, 밴쿠버 도심에서의 안전한 주행 기술을 익히면서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 나의 가장 큰 허들이었던 오르막길에서 기어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고 나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좀더 멀어졌다.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물질적 자원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는 나눔이다. 상호 간 지난날, 혹은 현재의 고통과 기쁨에 대한 개방이며 이해이다. 내면의 개방과 감정의 공유는 치유의 요소이며 상처를 키우기 쉬운 연약한 감정에 대한 내성(면역력)을 키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배움은 상호적인만큼 서로가 매우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각자의 사고방식을 확장하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Barnabas Choi 선생의 '배움으로의 초대'는 아카데미나 독서를 통한 지식의 축적이나 홀로하는 여행을 통한 배움과는 다른 결의 시도이다. 나의 존엄과 다름의 존중에 대한 섬세한 균형, 바로 '관계의 기예'에 관한 성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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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abasChoi #배움 #나눔 #치유 #밴쿠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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