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어가 안 올라와요!"

Ray & Monica's [en route]_406

by motif

연어를 기다리며...

제목 없음-1.jpg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10월 들어서는 수시로 집 인근의 코퀴틀람강(Coquitlam River)을 찾는다. 여름, 이 강에서 미역을 감고 독서를 했다.

아내는 매일 이른 아침 이 강가의 리버 트레일을 따라서 라파지 호수(Lafarge Lake) 옆에서 하는 Tai Chi(태극권) 수련을 간다.

숲속 길은 이제 가을로 가득하다. 10월 들어 흐린 날이 대부분이고 수시로 비가 내린다.

여름의 청명하기만 했던 밴쿠버가 일순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웠지만 보름쯤 지나니 5°C까지 내려간 아침 기온과 회색빛 하늘 아래의 낙엽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는 나도 수시로 코퀴틀람강을 찾는다. 연어가 올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2


코퀴틀람(Coquitlam)이라는 뜻은 퀵퀘틀럼(Kwikwetlem : 북서태평양 연안 지역에 거주하는 여러 원주민 부족들의 집합체인 샐리시족(Salish peoples)중 연안 샐리시족(Coast Salish))이라는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붉은 물고기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붉은 물고기는 바다에서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홍연어(Sockeye Salmon)'을 말한다.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올라왔다는 연어 떼는 며칠이 지난 오늘도 관찰되지 않는다.

사흘전에 수영 중인 한 마리와 죽은 3마리를 물속에서 볼 수 있었고 어제는 강가에 올려진 죽은 연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가을로 접어들어 내리는 비는 강의 수위를 높여 연어의 이동을 쉽게 한다는 것을 알고 연일 내리는 비를 탓하듯 마음도 거두었다.

이때쯤 코퀴틀람 강이 물반고기반이라는 말이 옛날이 될까 두렵다. 연어의 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웃들도 마찬가지여서 강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연어가 안 올라와요!"라고 걱정을 한다.

이것이 객체수가 줄어든 탓인지 아니면 기후변화의 영향인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연어연구자(SFU(Simon Fraser University) 과학부 연어 유역 연구실 Moore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해수 온도의 상승과 같은 기후 변화가 연어의 이주 경로와 산란 시기를 변화시킨다고 한다. 냉수성 어종인 연어에게 수온 상승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3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 BC)는 'Salmon Forest (연어 숲)'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연어와 숲이 하나의 생태적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생태계 개념입니다. BC주의 2천 개가 넘는 하천에 연어가 산란을 위해 돌아오는데 이때 곰, 코요테, 독수리 등 수많은 포식자들이 연어를 잡아 숲 안으로 운반하고, 남은 연어의 사체가 부식되며 숲의 토양에 해양성 질소, 인, 탄소를 공급하는 거죠."

어제 코퀴틀람 강을 건너면서 지리와 환경을 전공하고 있는 강한솔씨가 말했다.

죽어 땅으로 돌아간 연어는 숲에 영양을 제공하고, 숲의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강물의 온도를 낮추고 뿌리 구조는 하상(土床)을 안정시켜 산란장 침식을 막으므로 연어의 산란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 다는 것이다.

"Salmon Feed Forests(연어가 숲을 살린다)."라는 의식은 연안 샐리시족들의 전통적인 생태 인식이었다. 이것이 과학적 연구로 확인되고 다시 '숲이 연어를 살린다'는 상호 영양 순환 관계가 밝혀진 것이다.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1/09/010921080

만약 연어가 오지 않는다면?

어젯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택을 배회하고 있는 곰을 만났다. 곰이 지날 때마다 현관의 모션 센서 등이 켜져서 이동하는 길을 밝혀주었다. 그는 마침내 이웃집 주차장 옆문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쓰레기통을 열려고 애를 쓰다가 조금 전에 지나갔다고 했다. 블루베리 수확인 끝난 들판과 연어가 올라오지 않은 강 대신에 주택가에서 허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꾸미기]20250826_175605.jpg
[꾸미기]20250826_182114.jpg
[꾸미기]20250826_200020.jpg
[꾸미기]20251013_092622.jpg
[꾸미기]20251015_075656.jpg
[꾸미기]20251017_092221.jpg
[꾸미기]20251017_101247.jpg
[꾸미기]20251017_103631.jpg
[꾸미기]20251017_105356.jpg
[꾸미기]20250826_162425.jpg
[꾸미기]20250826_181005.jpg
[꾸미기]20250826_183516.jpg
[꾸미기]20250826_195840.jpg
[꾸미기]20251012_095643.jpg
[꾸미기]20251016_090200.jpg
[꾸미기]20251016_100138.jpg
[꾸미기]20251017_094336.jpg
[꾸미기]20251017_094958.jpg
[꾸미기]20251017_100834.jpg
[꾸미기]20251017_103655.jpg
[꾸미기]20251017_103814.jpg
[꾸미기]20251017_105425.jpg
20251018_093416_2t.jpg
20251018_093416_6t.jpg

#코퀴틀람강 #연어 #곰 #포트코퀴틀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리언 커네이디언의 리얼 밴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