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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생각하지,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Ray & Monica's [en route]_407

by motif

밴쿠버 '인문학 사랑방'에서의 '신성한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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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보름전 여름이 지고 가을이 오는 마을 길을 아내와 느리게 걸었다. 우리가 느린 걸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마을을 이루는 집이나 정원뿐만 아니라 그 마을과 사람들이 품은 정서와 태도들이 읽히기 때문이다.

나무로만 집을 짓는 캐나다 집짓기는 오래된 관심이었다. 나무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고, 단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족을 품기에 가장 건강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석양에 붉은 나뭇결이 빛나는 현장을 보면서 자연과 연결된 느낌으로 이 집에 살아갈 한 가족을 상상하다가 옆집으로 눈을 돌렸다.

나무담에 걸린 나무판자 위의 글에 마음이 머물렀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그리고 나는 생각하지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그 문구를 따라간 눈은 다시 그 댁의 문 앞 문구에 닿았다.

"WELCOME"이라고 쓰인 해바라기 꽃이 그려진 판자, 빗자루 옆 테이블에 올려진 "Doorbell BROKEN Yell Ding Dong Really Loud(초인종이 고장 났어요, ‘띵동’이라고 아주 크게 외쳐주세요)."라는 안내글.

정원의 웨스턴 헴록(Western Hemlock) 큰 줄기 옆에는 'FOR SALE'이라는 부동산 회사의 간판이 세워져있었다.

머릿속에 집주인의 형편과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의 가사 한 줄 메시지에 기대어 모든 시련의 시기를 관통하는 마음의 태도가 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참 아름답다"라는.


#2


그제(10월 17일), '인문학 사랑방'에서 '인생과 여행'의 우리 부부 2강 중 두 번째 강의가 있었다.

스스로의 노고를 개의치 않으시고 사랑방을 열고 밴쿠버 교민들과 '함께 배움'의 열정을 지속하고 계신 한지수 선생님께서 정성스러운 소감과 격려를 주셨다.

"이안수님의 1강에서 다양하고 각별한 인생의 스토리에 이어 2강에서는 근래에 체류하였던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과테말라 등 중미에서의 여러 경험들을 압축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여행자가 시도하기 어려운 걷기, 대중교통, 자전거 등을 이용하여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깊은 정을 주고받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중미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 열강들의 압제와 착취로 고통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지라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정체와 전통을 계승해 나가며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영상으로 본 그들의 따뜻한 인정이 어릴 때 시골 동네에서의 이웃과 객들에게 베풀던 순박한 인정이 아직도 그곳에서는 살아있음을 보았습니다.

치안이 좋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유명 관광도시로 만 주마간산으로 여행을 다닌 것이 커다란 손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의 진정한 맛과 멋을 보여주신 강민지, 이안수님께 존경을 보냅니다. 계획하시는 2차 순례에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인의 체현으로 세상을 주유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순례하면서 만나는 세상은 큰 웨스턴 헴록이 있는 집의 주인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참 아름답다"라는 것이다.

이민자로 사는 낮의 고단함을 뿌리치고 다시 공부방으로 걸음 한 사람들에게서 읽은 마음들도 분쟁과 위험에 직면한 세상 속에서도 '세상이 나쁜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속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4시간의 강연을 통해 우리 부부가 전하고자 했던 것은 '신성한 유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연대하다 보면 신성은 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 우리가 3개월간 밴쿠버에 체류하는 동안 그 신성에 대해 확신하는 마음이 좀 더 자랐다.


밴쿠버 인문학 사랑방의 '공부'

https://blog.naver.com/motif_1/2240338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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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유대 #인문학사랑방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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