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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시우스의 폐허 성벽보다 적막한 곳이 어디일까.

유럽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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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작별하기에 테오도시우스의 폐허 성벽보다 적막한 곳이 어디일까.

INTO THE WEST_53 | 유럽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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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이스탄불을 떠나는 날 아침, '콘스탄티노플 성벽'앞에 섰습니다. 제국의 도시를 품어 안녕을 구가하게 했던 22km의 성벽. 도시의 서쪽 마르마라해에서 골든 혼까지 이어진 5.7km의 성벽은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입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우리는 이 성벽 앞에 섰습니다. 해자와 흉벽, 내성벽, 외성벽의 삼중 구조와 96개에 달라는 망루. 훈족도, 페르시아도, 러시아도 이 성벽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1천 년이나 무사했고 누구도 이 성벽을 넘을 수 없다고 여겼던 때, 단 한 사람,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메트 2세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루멜리 히사르(Rumeil Hisari)에 정박한 67척의 함대를 소떼로 당기고 병사들이 밀어 산을 넘어 골든혼 내해로 이동시켰습니다. 메메트 2세의 보병군단 예니체리가 이끈 수만 명의 군대가 마침내 성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는 하나의 성벽이 뚫린 것이 아니라 1400년간 지속되었던 로마제국의 최후를, 중세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포탄에 허물어진 그때 그대로의 모습은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역사를 증언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모습은 없었습니다. 허물어진 성벽이 얘기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몇 번이나 성벽의 이쪽과 저쪽을 오갔습니다.


아침의 사광을 받아 벽돌의 돌기하나 조차도 더욱 선명하게 상처를 드러내는 폐허의 모습에 북받쳐 오르는 슬픔은 비잔틴 제국의 멸망을 애도함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라진 것들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자명하게 사라질 것임에 대한 애잔함이었습니다.


그저 가죽 가방 행상의 바람을 막아줄 뿐인 폐허의 성벽과 떠돌이 개의 자유에 겨운 잔디밭일 뿐인 외성의 모습을 자꾸 되돌아보게 됩니다.


27,000km를 달려온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보스포루스 대교로 들어설 때는 유럽의 오르타쾨이(Ortakoy)이었고 나올 때는 아시아의 베이레르베이(Beylerbeyi)였습니다.


유럽과 작별하기에 테오도시우스의 폐허 성벽보다 적막한 곳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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