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선물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요~”
INTO THE WEST_54 | 장미 선물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이스탄불에서 서진하다 보면 흑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이어진 마르마라해가 끝나고 튀르키예의 긴 내륙으로 이어집니다. 그 첫 번째 만나는 큰 호수가 사판자 호수(Sapanca Lake)입니다.
튀르키예는 국가적으로 관광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나라입니다. 나라 안의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는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외국 여행자들에게는 백신접종만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열외를 두었답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 방역이 뚫릴 수도 있는 위험까지 무릅쓴 것입니다.
튀르키예는 인구 8천5백만 명에 남한의 7.8배에 달하는 국토 면적을 가진 큰 나라로 여행자들이 집중된 이스탄불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다른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가진 참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특히 터키의 동부는 종교갈등과 나라간 정치, 군사적 갈등이 상존하고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미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중해를 면한 남부지역은 휴양하기 좋은 기후와 고대 유적들이 많아 유럽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방문장소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에서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체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어서 유럽사람들뿐만 아니라 휴양목적의 내국인과 세계 여행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곳입니다.
이스탄불에서 가깝고 바다가 아닌 내륙에서 짧은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은 사판자 호수 일원입니다. 해서 외국인들보다 이스탄불의 내국인들이 즐겨찾는 곳이죠.
우리 단원들은 볼루(Bolu) 가는 중에 중식과 오후의 짧은 휴식을 위해 들렸습니다.
로컬의 전통음식으로 배을 불리고 호숫가를 찾았습니다. 하늘과 호수를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잔잔한 호수를 대하니 그동안 널뛰었던 마음조차 진정이 되는 듯 싶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각기 다른 일행과 호수를 즐겼습니다. 튀르키예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아내를 찾아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발견한 아내가 오른 손을 들고 내게로 달려왔습니다.
"장미 한 송이 사주세요!"
느닷없는 장미소리에 대답대신 눈빛을 살폈습니다.
"저쪽 할머님께서 장미 한웅큼을 들고 팔고 있는데 그중 몇송이는 시들어서 팔릴 것 같지가 않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시든 장미 한송이를 내게 선물해주세요."
사실 내 주머니 속에은 거의 리라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아내를 위한 커피 한 잔값 정도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결정하세요? 튀르키예 커피를 즐길거에요 장미를 받을 거에요?"
"장미를 택하겠어요."
아내가 앞장서서 할머님이 계신 곳으로 가자 할머님은 주머니를 비워 혼자에게 돈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손자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할머님의 기쁨이지 싶었습니다.
나는 할머님에게 다가가 가장 시든 장미 한 송이를 고르고 주머니속의 리라를 모두 꺼내 할머니께서 골라가도록 했습니다.
할머님은 20리라 지폐 한 장을 짚은 다음 다른 장미 한 송이를 더 건네주었습니다. 손사래를 쳤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할머니가 건넨 장미 송이 대신 잎이 모두 떨어지고 장미 꽃송이만 남은 다른 장미 한 송이를 내가 골라 가졌습니다. 그 장미 두 송이를 아내에게 내밀었습니다. 커피 한 잔과 바꾼 장미 두 송이는 아내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작은 기쁨이 되었습니다.
여행자에게 장미 두 송이도 짐이 되기는 마찬가지. 충분히 장미를 주고받는 기쁨을 누렸으니 이 장미는 또 다른 사람에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액세서리 부스의 두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장미를 원하느냐고 묻자 얼굴이 더욱 환해졌습니다. 장미 한 송이씩을 받은 두 여성이 한국에서 왔는지를 물었습니다.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으니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16세의 라브자(Ravza)와 18세의 쿠쓰라(Kubra). 두 송이의 장미가 우리를 고등학교 2학년, 대학교 1학년의 튀르키예 젊은이들을 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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