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례와 남성성 그리고 성평등

할례 파티

by motif

할례와 남성성 그리고 성평등

INTO THE WEST_55 | 할례 파티

1800DSC09295.JPG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튀르키예 북서부에 위치한 볼루(Bolu)는 동진을 계속하는 중에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서 들린 곳이었습니다. 해는 졌지만 어둠이 내리기 전 도시에 당도했습니다. 일요일이 맞나 싶을 만큼 도시는 적요했습니다. 상가가 있는 도시 중심지에서 막 결혼식 파티를 마치고 꽃으로 장식된 차를 타기 위해 나온 신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광경을 함께 본 강나윤 가이드 대원이 십수 년 전 튀르키예 친구에게 들은 동화 같은 얘기를 들여주었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여성이 있는 집에서는 담위에 콜라병을 올려놓았답니다. 이 집에는 이 콜라병 같은 몸매를 가진 신붓감이 있다는 표식이었죠. 페트병을 올려놓았다면 남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겠죠? 관심을 가진 남자가 돌로 그 콜라병을 한 번에 맞추어 깨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돌팔매를 던지는 능력이 남자의 통과 검증이라면 여성에게도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들면 커피에 설탕을 가득 넣어 내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금을 가득 넣어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한 부인께서 말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아마 저를 위해 항아리를 올려놓아야 했을 거예요."


이렇게 한바탕 웃는 사이에 호텔에 당도한 일행이 각자의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제각각의 취향입니다.


정오석 대원께서는 그 시간에 마라톤을 합니다. 편도 4km 이상을 뛰곤 하는 정대원께서는 그래서 그 낯선 동네의 동태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분입니다. 다른 대원들이 아직 짐을 정리하는 중에 호텔로부터 1.5km 지점에서 마을행사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지금 이곳 마을 공회당에서 할례축하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딱히 여행자들이 들릴만한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경관을 가진 곳도 아니지만 발길 머무는 어느 곳이나 설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그곳의 고유한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일 찍은 이미지 데이터들을 옮기는 것을 중단하고 즉시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옥수수밭 외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연도에도 발길을 잡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밭 너머 먼 산 뒤로 모습을 감춘 태양이 만들어내는 석양, 카메라를 든 나를 잡고 아들까지 불러와 가족사진을 찍어 달라는 과일가게 부부, 모스크의 아잔(Ezan)소리에 일손을 놓고 모스크로 뛰어가는 사람...


마을 공회당 넓은 마당은 할례 축하객들로 가득했습니다. 초대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하는 중에 태자복장에 터번을 쓴 할례 어린이는 잘 꾸며진 단상에 앉아 축하를 받고 있고 하객들은 가족 혹은 직장 지인들끼리 앉아 식사 중이었습니다. 결혼식에서처럼 그 모든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먼저 식사를 받아 하객에 섞여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한 일행에게 할례의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종교의 의례에 따라 행하는 행사입니다."


종교의 율법에 정한 의례로 한정한 설명이었습니다.


뒤이어 정장과 드레스로 차려입은 가족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고 잠시 퇴장했던 주인공이 가마를 타고 등장하면서 또다시 축하박수를 받았습니다.


주인공이 단상에 앉자 아버지가 나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시작했고 주인공과 가족들이 그 춤에 합류했습니다. 가족들의 춤이 끝나자 다시 지인 그룹들이 차례로 무대로 나와 춤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와 정단원도 불려나가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우리가 춤의 대열에 합류하자 하객들의 환호와 함께 박수소리가 더욱 커졌고 우리를 서클의 중심에 세웠습니다. 주최 가족과 하객들은 외국인의 참석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인구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튀르키예인의 남성할례(Sünnet)는 종교적 전통으로 여전히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남자가 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할례 자체는 진행된 이후이며 지금은 마취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축하연에서 춤추는 할례 어린이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울 뿐 고통스러운 표정은 걷혔습니다. 5살이면 부모님과 모든 가족들이 비로소 남성이 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자리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정도는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하례 행사는 큰돈이 들 수밖에 없는 규모이며 하객들은 부조함에 축하 봉투를 넣었습니다. 봉투가 준비되지 않은 우리가 얼마간의 돈을 건넸을 때 가족은 그 돈을 할례 당사자에게 보이고 큰 축복을 받은 것처럼 가족들이 다시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하례 의식은 이슬람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며 남성성을 인정받는 의례입니다. 남성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성평등과는 거리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집안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식으로 담 위에 콜라병을 올려둔다는 얘기는 계속됩니다. 여성이 콜라병을 깨고 들어온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할 권리로서 커피에 소금을 가득 넣어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성이 꾹 참고 그 소금 커피를 마셔버리면 여성은 그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얘기는 끝이 납니다.


https://youtu.be/C-oeXRIobuM

https://youtu.be/cQQL2X8bpQE


1800DSC08989.JPG
1800DSC08995.JPG
1800DSC09097.JPG
1800DSC09100.JPG
1800DSC09122.JPG
1800DSC09150.JPG
1800DSC09157.JPG
1800DSC09185.JPG
1800DSC09200.JPG
1800DSC09225.JPG
1800DSC09229.JPG
1800DSC09243.JPG
1800DSC09247.JPG
1800DSC09253.JPG
1800DSC09284.JPG
1800DSC09288.JPG
1800DSC09291.JPG
1800DSC09295.JPG
1800DSC09321.JPG
1800DSC09327.JPG
1800DSC09342.JPG
1800DSC09345.JPG
1800DSC09353.JPG
1800DSC09385.JPG
1800DSC09392.JPG
1800DSC09408.JPG
1800DSC09422.JPG
1800DSC09426.JPG
1800DSC09432.JPG
1800DSC09439.JPG
1800DSC09468.JPG
1800DSC09472.JPG
1800DSC09489.JPG
1800DSC09518.JPG
1800DSC09520.JPG
1800DSC09522.JPG
1800DSC09523.JPG
1800DSC09536.JPG
1800DSC09547.JPG
1800DSC09553.JPG
1800DSC09570.JPG
1800DSC09595.JPG
1800DSC09597.JPG
1800DSC09608.JPG
1800DSC09609.JPG
1800DSC09622.JPG
1800DSC09627.JPG
1800DSC09648.JPG
1800DSC09656.JPG
1800DSC09721.JPG
1800DSC09731.JPG
1800DSC09766.JPG
1800DSC09780.JPG
1800DSC09787.JPG
1800DSC09844.JPG
1800DSC09858.JPG
1800DSC09873.JPG
180020220828_194301.jpg
180020220828_194357.jpg
180020220828_194421.jpg
180020220828_194854.jpg
180020220828_195047.jpg
180020220901_225714_1.jpg
180020220901_225714_2.jpg
180020220901_225714_3.jpg
180020220901_225714_4.jpg
180020220901_225714_5.jpg
180020220901_225714_6.jpg
180020220901_225714_7.jpg
180020220901_225714_8.jpg
180020220901_225714_9.jpg

#할례 #튀르키예 #유라자원 #트랜스유라시아 #뉴휴먼실크로드 #컬피재단 #사색의향기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라시아자동차원정대 #2022유라시아평화원정대 #CULPPY #여행인문학 #세계시민정신 #마을연대 #향기촌 #모티프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