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사람들의 심성
3년간의 무료 식사와 호텔 주인의 빵 나눔
INTO THE WEST_56 | 튀르키예 사람들의 심성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4년 전 아들, 영대가 영국의 대학에 입학하고 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 방을 얻었습니다. 폴라드 사람이 렌트한 집을 셰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아들은 고물가의 영국에서 최대한 생활비를 아껴야 했습니다. 다행히 쌀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으므로 충분히 밥을 해두고 먹을 수 있었지만 반찬이 문제였습니다. 아들은 일주일에 두어 번 폐장 시간이 임박한 마트에 가서 반값, 혹은 반의 반 갑으로 세일하는 유효기간이 임박한 식재료를 사다가 3,4일치를 조리해서 소분해두고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늦게 하교하는 날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외식의 유혹을 떠칠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학교와 집 사이에 있던 피시앤칩스 레스토랑에 들렸습니다.
처음 그 식당에 들렀을 때, 주인이 아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위해 그분에게 갔을 때 계산에 앞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고 지금은 누구와 살고 있으며 전공은 무엇인지... 그리고는 한사코 식사비 받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외로운 유학생에게 한 끼 식사를 내는 것이 죄는 아니잖아? 다음부터 배가 고플 때마다 와서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 식사비 걱정은 하지 말고..."
식대를 받지 않은 식당에 다시 가는 것이 옳은 지를 고민했던 아들은 '이번에는 꼭 돈을 내야지.'라는 결심으로 한 달 뒤쯤 다시 식당을 찾았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 주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이때다 싶어 식대를 지불하기 위해 카운트로 갔습니다. 매니저가 돈 받기를 거절했습니다.
"보스가 돈을 받지 말라고 했어요."
직원들에게까지 아들의 식대비를 받지 말 것을 주지시켜두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더 이상 그 식당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식당 앞을 지나는 아들을 본 사장이 뛰어나와 식당 안으로 손목을 잡아끌었습니다.
"진심이야. 제발 우리 식당에 와다오. 나는 네 배를 부르게 해주는 것이 행복해."
아들은 식장 주인의 진심을 확인한 뒤로는 돈대신 정을 나누는 방식으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 식당에 가서 돈을 내는 실랑이를 하는 대신 간혹 배추전이나 잡채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떡볶이를 만들어가서 식장에서 한국 음식을 종업원들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주인은 특별하게 메뉴에 없는 고기를 구워 아들을 부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수십 km나 가야 하는 큰 식당으로 가서 넘치게 고기글 시켜서 먹이고 남는 것을 싸주기까지 했습니다. 아들은 그것을 다른 유학생과 함께 나누어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무료 식사뿐만 아니라 아들의 유학 생활에서 불편한 일들까지 돕는 영국의 삼촌을 자처하면서 식당 사장님의 선행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3년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그분은 튀르키예에서온 이민자, 메멧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초 한국으로 귀국한 뒤 아들은 메멧이 사업전환을 위해 그 식당을 팔았고 6개월쯤의 공백이 있는 동안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들은 메멧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한국 문화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일정으로 전국 일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분이 입국한 다음날 저희 부부는 유라시아평화원정대 여정을 위해 출국하는 바람에 집으로 모셔 집 밥을 대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그 점까지 고려해 호텔뿐만 아니라 산사의 템플스테이, 대전의 필이네 가정집 스테이 등을 넣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단지 자동차를 넘겨주었을 뿐이었습니다. 메멧은 저희부부가 원정대에 합류해서 떠나는 날 오히려 강남의 호텔까지 와서 석별했습니다. 우리가 시베리아를 달리고 있을 때 아들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 메멧아저씨가 너무나 기뻐하시며 영국으로 출국하셨습니다. 한국문화에 관심도 많으셨고 다양한 체험을 하시면서 너무 고마워하셨어요. 아저씨가 3년 동안 베풀어주신 조건 없는 사랑을 저는 일주일밖에 못 갚았네요. 앞으로도 계속 빗진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분의 영국 이민전 고향이 튀르키예의 북부 흑해 연안이라고 했습니다. 흑해를 지나자니 그분의 가없는 인류애가 새삼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분의 고향에서 멀지 않은 볼루(Bolu)의 Kayi Apart Otel에 머물렀을 때 주인, 오제르(Özer Bey)씨는 한없이 친절했습니다. 어떤 요구를 하드라도 원칙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게스트의 입장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리셉션을 지날 때면 초콜릿을 내밀려 아내가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의 귀엣말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튀르키예식 비아그라에요. 제가 이것을 먹고 지금도 아내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호텔 로비에 걸린 액자의 작품은 아주 각별했습니다. 사진을 천에 프린트하고 바느질로 사진 위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넣은 발상이 참신했습니다.
"이 액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실래요?"
"이분은 제 아버지이고요 이 분은 제 할머니세요. 감수성이 뛰어난 아내가 지인 작가에게 특별히 주문해 만든 작품입니다."
"가족의 인물을 작품으로 승화한 창의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가족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 로비에 전시한 것만 보더라도 가정이 참 화목할 것 같아요."
"그럼요. 저희 형제도 아주 우의가 깊답니다. 형님의 호텔은 바로 옆 건물이에요."
그러고 보니 담 없이 옆의 호텔과 담 없이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 호텔의 담장에 빵이 가득 든 비닐봉지가 걸려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한 할머니가 다가와 그 빵 봉지를 내려가셨습니다.
조식을 끝냈을 때 식탁을 정리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들어온 오제르씨에게 물었습니다.
"담에 걸어둔 빵 봉지는 누구의 것인가요?"
"아~ 이렇게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남는 빵을 나누는 거예요.“
●한 달 생활비 10만 원, 영국 아들의 영상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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