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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고단하나 사전을 소유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죠

베이네우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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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고단하나 브리태니커 사전을 소유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죠."

INTO THE WEST_57 | 베이네우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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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떠난 자는 떠나온 자리, 또한 새롭게 보입니다. 반복으로 지루하거나 감당해야 할 일에 눌려 고통스럽게 여겨졌던 일상의 자리가 그리워지고 마침내는 되돌아갈 그 자리가 있어서 다행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합니다.


"왜 고생을 사서 하지?"라는 소리가 잦아지면 떠나온 자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 생각을 꺼내놓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적절한 처방전이 당도합니다.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아간다는 건 삶의 혁명이죠."


그래서 여행은 혁명이 될 수 있다고 저를 등 떠밉니다. 하지만 발품 여행에 지친 내색을 눈치채면 이렇게 거칠게 말합니다.


" 어떤 분이 '뭐 하러 돈 들여가며 힘든 여행을 해? 방에서 치킨 사 먹으며 TV로 보지...'라고 해서 전 혼잣말처럼 이렇게 대구 했죠. '헉!!! 미친~염병할~'"


아내와의 동행이 길어지는 부작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맞춤 처방을 보내옵니다.


"여행이 좀 지친다면? 아내에게 집중하세요. 웃음 짓게 하고! 더운 물이나 커피를 드리고, 유머를 던지고, 스을쩍 흠!! 뭐 뽀뽀나 그런 거??!! 곧 오해는 이해가 되어요."


때로 피난민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렇게 격려합니다.


"여행은 고단하나 브리태니커 사전을 소유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죠."


이렇듯 지구의 반대편에서도 내 마음을 훤히 읽는 분은 홀로 여행을 떠나거나 떠나지 않을 때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전화로 하루에 두어 시간씩 영어 수다를 즐기는 최선애 선생님입니다.


이런 격려들로 저희 부부는 카자흐스탄 베이네우에서 92일째 여정의 밤을 맞았습니다.


조지아 Dariali Border에서 러시아의 북오세티야-알라니야 공화국으로 들어와 블라디카프카스, 체첸 공화국, 아스트라한을 지나 다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간의 육로 국경을 통해 아티라우로, 다시 베이네우에 도착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배로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의 악타우로 들어오기로 했던 원래 계획이 이렇게 10여시간이 소요된 러시아 육로국경을 넘어 카스피해 북쪽으로 우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화력이 동원된 분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회의 고단함은 카자흐스탄 아티라우에서 모래바람 속에 뿌리를 내린 강제 이주 후손 고려인들의 환영과 환송으로 전 대원들이 눈물로 바다를 이루는 감동에 이르렀습니다.


아침이 오면 다시 우즈베키스탄의 누쿠스로 떠납니다.


브리태니커 사전 전체를 머릿속에 담아도 결코 알 수 없는 격정의 역사를 온몸의 세포에 새기는 사막의 길 위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22년 9월 6일 새벽, 베이네우에서

강민지 이안수 드림


●그동안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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