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4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새해 첫 일요일(1월 4일), 시애틀 북쪽, 퓨젯사운드(Puget Sound)와 맞닿은 해안 도시인 에드먼즈(Edmonds)로 한나절 나들이를 다녀왔다.
에드먼즈는 시애틀이 속한 킹 카운티(King County)와 맞닿아 있는 스노호미시 카운티(Snohomish County)에 속해있어서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시애틀의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정서가 있다.
예술가, 은퇴자가 많은 작은 항구마을에서 몇몇 작은 상점 주인들과 얘기를 섞으며 걷는 일은 대도시에서도 아주 먼 곳으로 떠나온 기분이다.
먼저 동네의 중심가와 살짝 빗겨있는 공립 도서관, Edmonds Library를 찾았다. 옥상으로 올라가 거대한 바다만으로 눈길을 주었다. 언덕에 위치해 퓨젯사운드(Puget Sound)의 잔잔한 내해와 바다 건너 킷샙 반도(Kitsap Peninsula)의 소도시 마을과 올림픽 산맥(Olympic Mountains)의 주요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내가 합일되는 이 풍광만으로도 이 땅의 오랜 주인이었던 코스트 세일리시(Coast Salish) 스노호미시 부족(Snohomish Tribe)과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주민들이 에드먼즈가 Coast Salish 원주민의 땅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삶·예술·역사를 안내하는 '스투버스 원주민 도보 투어(Stubus Indigenous Walking Tour)'를 실행하고 있다는 안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가을에 가능했다.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 옥상으로 올라왔다. 산책 중에 잠시라도 이 풍광을 가슴에 담고 싶어서라고 했다.
도서관 입구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지역 도서관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또한 옥상의 풍광만큼이나 감동이었다.
작은 진열장에 긴 겨울 휴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옛 놀이도구와 책들을 모아놓은, 'Holiday Toys Through the Years'전시물을 보려고 하자 진열장 앞에서 보행보조기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웃으며 묻는다.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어머님을 모시고 이 도서관에 오는 것이 일주일 중의 중요한 루틴이라고 하는 따님과 함께였다.
"내 나이 아흔이 넘었지만 줄곧 책을 읽습니다. 저는 안 가본 나라도 궁금하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읽어요. 또한 역사 이야기도 좋아해요."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도서관의 문이 열리고도 우리만 입구에 남아 한참 이어졌다.
"(딸)어머니는 저와는 10분 정도 거리에 살고 계세요. 하지만 우리는 항상 함께 밖에 나가서 이것저것 하고 다녀요. 하루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은 함께 지내죠. 함께 식사하고 묘목장에 가서 식물 보고 이렇게 도서관에 오지요. 일요일에는 교회가시고요."
"(어머니)나는 스포캔(Spokane)에서 자랐지만 이 도시로 이사 와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죠. 이 딸과 아들도 이곳에서 낳았고요. 전 이곳에서 살았지만 사회복지사로 이집트를 비롯해 인도, 독일,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을 다녔어요. 딸도 텍사스에서 1년을 산 적이 있지만 이곳이 좋다고 돌아와 이렇게 제 곁을 지키고 있답니다."
어머니가 어떻게 이렇게 건강하고 밝은 표정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어머니)내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한 것이 없습니다. 단지 보는 것, 하는 것, 만나는 모든 사람에 감사할 뿐이에요. 정말 모든 게 감사해요."
"(딸)어머니의 하루하루는 늘 감사함으로 가득 차 계신 분이세요. 하나님을 섬기시고 호기심이 많으시고 사람들에게 친절하시죠. 그게 어머니께 평안을 주시는 것 같아요."
모녀가 대출할 책을 고른 뒤 다시 만났다. 어른께서 고른 책을 설명해 주셨다.
"'The Incredibly Human Henson Blayze'입니다. 유명한 흑인 소설인데, 인종 차별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예요. 뛰어난 흑인 소년이 인간으로 인정받으려 애쓰는 내용이에요. 이거 읽어보시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모녀는 옥상의 풍경같이 아름다운 말로 나를 축복해 주고 떠났다.
"당신은 정말 대단하세요. 좋은 책 한두 권 찾으시길 바라요. 좋은 사람도 한 명쯤 만나시길요."
#소도시여행 #에드먼즈 #Edmonds #시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