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도 세모도 품은 원
INTO THE WEST_60 | 네모도 세모도 품은 원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함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유르트들 사이로 달이 떠오릅니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빨리 살이 올라 밝고 화사한 둥근 모양이 되었습니다. 캠프장 전기 불빛들을 모두 꺼도 별빛은 보름달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집을 떠난 지 99일 만에 우즈베키스탄 Usen-Kuduk의 아이다리 유르트 캠프(Aydar Yurt Camp)에서 추석을 맞습니다.
사람과 자연과 우주가 연결된다는 튠둑(Tunduk 유르트의 천장)를 향해 차례상을 직접 차리지 못한 제주의 죄를 고백합니다.
아내와 함께 유라시아원정을 떠나기 전에 여동생에게 나를 대신해 줄 것을 당부했었습니다.
"오빠, 지금 시장 보는 중이에요.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오빠, 언니 잘 다녀오세요~~ 추석 차례 지내고 연락할게요."
"오빠, 선영이가 많이 도와줘서 오늘 차례는 잘했어요, 오후에는 시댁 산소 다녀왔어요 ^^ 건강 챙기면서 여행 무사히 마무리하시길 빌게요."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을 지날 때는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괭이를 맨 들판의 농부를 볼 때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집안의 모든 자원은 늘 아들이 독차지했지만 부모의 생전에도, 이렇듯 세상을 등지고도 부모를 지극히 섬기는 이는 여동생입니다.
하루 종일 사막을 달리면서 밥값도 못한 죄를 뉘우쳤습니다,
"멋쟁이는 멋 내는 것이 일이고 우리는 지금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이 일입니다. 3만 1천 km를 운전해서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동행 대원이 자책을 위로했습니다.
전 대원들은 448km를 더 달려 타슈켄트의 한식당에서 한식의 저녁상을 마주했습니다. 특별하게 전들이 상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삼갔던 나도 소주 두어 잔을 받았습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워지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둥글어지기를
...
_달빛 기도, 이해인"
먼 곳 나그네의 처지로 불콰 해진 술기운을 빌어 시 한 편을 대원들 단톡방에 올린 여성대원에게 시비했습니다.
"누님~ 꼭 둥글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세모도, 네모도 있어야지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잖아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 고..."
"그래서 조선시대 정원은 네모난 연못을 파고 그 속에 둥근 섬을 두지 않았습니까. 방지원도(方池圓島)~"
"그래. 모두 맞다. 내가 둥글어지기를 말한 것은 그곳에 네모도, 세모도 모두 품은 것을 말한다."
서로가 남이었던 사람들이 99일 동안 밤낮을 함께하는 길 위의 시간 동안 어찌 서로에게 둥글기만 했을까. 식당 문을 나온 뒤, 다시 보름달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달이 품은 수많은 예각이 보였습니다.
*와이파이가 될 리 없는 사막을 벗어나 비로소 늦은 한가위 인사 올립니다. 제가 떠나온 동안 모티프원을 찾아주신 많은 분들의 안부를 전해 받았습니다. 더 날카로운 예각도 품을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가 뵙겠습니다. 참 고맙습니다._이안수 강민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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