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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밤 동안 대원이 34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 골프장 호텔에서 대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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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WEST_61 | 아름다운 호수 골프장 호텔에서 대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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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함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유럽의 최서단 포르투갈 호카곶을 돌아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동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 출발지로부터 3만 1천 km를 달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타슈켄트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Tashkent Lakeside Golf Club)' 내의 숙소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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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눈을 떴던 지금까지의 혹독한 일정에서 처음으로 이곳에서 3박을 하게 됩니다.


긴 여정은 수시로 예정된 루트에서 발생하는 여러 정세 변화에 따른 봉쇄에 대처해야 합니다.


지난 6월 한국의 출발의 애초 계획은 자동차와 함께 선박편으로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변수의 발생으로 국제카페리선이 전면 중단되었다가 화물만 운행이 재개되는 때에 자동차만을 선편으로 보내고 대원들은 러시아 국경이 열린 곳인 몽골로 날아가 육로로 국경을 넘은 다음 다시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가 비로소 동해를 거쳐온 자동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동유럽과 서아시아를 경계 짓는 캅카스 지역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배로 카스피해를 횡단해 악타우를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가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를 떠나야 할 시점에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유혈분쟁 발생으로 언제 화력이 동원될지 모르는 위험지역을 피하기 위해 급히 카스피해를 북쪽으로 우회하는 육로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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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사막을 동진해 사마르칸트의 입성을 하루 앞둔 시점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를 비롯해 CIS(독립 국가 연합) 국가들의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 회의'개최를 앞두고 사마르칸트에 거주지를 두지 않은 여행자들의 도시 진입이 차단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하라에서 차량의 방향을 타슈켄트로 바꿔야 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 사이의 골프코스에 있는 숙소에서 3일을 묵게 된 것은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지였으며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던 고도, 사마르칸트를 희생한 아픈 대가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넘은 날, 날이 저문 사막에서 연료가 동이 나 한 차량이 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주간의 40도 가까운 대기온도가 17도까지 떨어진 어두운 밤 새벽에 겨우 경유 주유소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유를 담을 빈 통을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요소수인 AdBlue를 여분으로 준비했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채워진 요소수를 비워내고 경유를 담았습니다. 수십 km를 달려가 급유했지만 이번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연료분사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그 차의 책임자가 차와 더불어 사막의 차량 쉼터에서 밤을 보내는 것을 자처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영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려 견인차를 수배할 수 있었습니다. 보내 가장 가까운 도시로 견인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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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견인된 정비소에서 해후했을 때 차 속에서 일출을 맞은 대원이 말했습니다.


"전 대원들을 염려케해서 죄송합니다. 사막에서 밤을 보내는 동안 우리 대원이 34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원 27명에 태우고 대륙을 가로질러온 7대의 차량도 27명의 사람처럼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는 소회였습니다.


"9호차 세차 출발 10시에 합니다."

"5호차는 세차하고 있습니다."

"세차가 두 시간 걸렸네요."


타슈켄트의 아름다운 리조트의 골프텔에서 첫날 한 일은 이 일곱 대원이 그동안 지고 온 짐을 모두 내리고 안팎을 깨끗하게 씻기고 거두는 일이었습니다.


열심히 차를 닦고 있는 대원들을 대하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준 누쿠스 정비소 사장님의 한마디가 여전히 잊히지 않는군요.


"정비값이요? 혹시 제가 많이 부르면 상심할 테니 알아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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