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서 균형 맞추기
INTO THE WEST_63 | 키르기스스탄에서 균형 맞추기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함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우즈베키스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하루 동안 두 번의 국경을 넘었습니다.
조지아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경계 짓는 코카서스산맥을 넘어 아시아의 서쪽으로 접어들면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수도 블라디 캅카스를 만납니다. 카스피해를 향해 달리다 보면 체첸공화국입니다. 카스피해에 막힌 길은 카스피해를 북쪽으로 우회하게 됩니다. 동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 길을 따라야 합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지나는 동안 끝을 알 수 없는 건조지역을 지납니다. 흙먼지로 가득한 바싹 마른 풀밭의 황색지대는 동서길이 2,000km, 남북 길이 400km의 톈산산맥을 만나므로 비로소 끝이 납니다. 키르기스스탄의 국토의 대부분은 톈산산맥과 파미르 알라이 산맥으로 이루어진 산악지역입니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타슈켄트를 출발해 국경 통과 시간을 포함한 약 14시간을 달려 비슈케크에 닿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비슈케크 도심에서 바라보이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톈산산맥의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Ala Archa National Park) 입니다. 시내에서 불과 40여 km. 도로변 초지에서는 말들이 방목되고 있습니다. 굴레도 고삐도 없는 소가 도로를 오갑니다.
공원 초입의 공기는 이미 서늘합니다. 길가의 자작나무 잎들이 이미 단풍으로 바뀌었습니다. 바위언덕 위에 시원하게 푸른 하늘속으로 뻗은 가문비나무 너머로 설산이 반깁니다. 공원초입의 별장들의 모습은 오히려 유럽의 산간지대에서 익숙했던 풍경입니다. 사람들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란 별칭으로 풍경의 기억을 매치시킵니다.
계곡의 우람한 물소리는 스텝지역을 지나오면서 잊었던 것입니다. 어떤 이는 물소리 앞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기억을 적시고 어떤이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설산에서 내려온 시린 물속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실험했습니다.
트레킹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더 충분한 시간과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산양들과 눈맞추고 고소에 적응하면서 숨은 크레바스를 걱정하며 설산의 사면을 걷는 기회는 아껴 두었습니다.
식사시간에 안빈락 대원이 맥주잔을 들면서 말했습니다.
"균형감각은 가운데 지점을 찾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부단히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은 삶의 균형을 잃어서 집을 떠난 것이 아니라 세상사의 균형은 한 지점에 고정된 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들의 균형맞추기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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