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수도, 협곡도 누군가의 소유일 수는 없어."

침묵처럼 잔잔한 이식쿨 호수

by motif

INTO THE WEST_65 | 침묵처럼 잔잔한 이식쿨 호수

180020220916_134515.jpg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함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비슈케크에서 바로 돌아가셔야 하나요? 만약 한 군데를 들리고 가실 짬이 있다면 이식쿨호에 꼭 가보십시오. 이 호수는 바이칼 다음으로 큰 호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바다가 없지만 우리에게 이식쿨호는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같이 생겼고요. 가로 182 km, 세로 60 km의 크기에 해발 1,607 m의 높이에, 깊이는 668 m나 됩니다. 이 호수는 얼지 않아요. 소금호수이거든요. 118개의 강이 흘러 들어가지만 나가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답니다. 또한 이호수에 얽힌 수많은 전설들이 있죠."

키르기스스탄 '문화정보스포츠청소년부' 소유즈백(Nadyrbekob Soiuzbek) 차관께서 저희 일행을 청사로 초대해 들려준 얘기입니다.

그 전설중의 하나는 이발사 얘기입니다. 당나귀 귀를 가진 왕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의 이발사들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한 이발사가 우물에 그 비밀을 말했더니 우물이 넘쳐서 이식쿨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슈케크에서 바스쿤협곡까지 330km쯤인 길을 달리는 동안 멀리 텐산산맥이 흰 눈을 쓰고 계속 따라붙습니다.

1800DSC07962.JPG

건초를 걷는 사람들, 나귀를 탄 소년... 이들의 들꽃 같은 미소는 오랫동안 잊혔던 유년기를 소환합니다.

"6학년 말에 수학여행을 갔었죠. 그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기 초에 학교에서 토끼 암수 두 마리씩을 주었어요. 집에서 잘 키우고 불려서 수학여행 전에 학교로 가져가면 그것을 팔아서 수학여행의 공동 경비로 사용했죠. 좀 모자라면 얼마간 더 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것을 낼 수 없었던 더 가난한 아이는 결국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죠. 전 50여 마리까지 불렸었어요 한 번에 7,8마리까지 새끼를 낳았어요. 교미주기가 짧아서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늘어 났었죠. 동물 생태공부도 되었어요.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자기 털을 뽑아서 집을 지어요. 그러면 그동안 깔려있었던 헌 짚들을 걷어내고 새 짚으로 바꾸어주어햐해요.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두어 마리 잡아 잡수기도 했어요. 그때 울어서 눈이 퉁퉁 붓기고 했고요."

성장 시기를 공유했던 동료 대원들과의 얘기가 이시콜 호수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풍경과 일치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호수변 길을 벗어난 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온통 붉은 계곡. 스카즈카협곡(Skazka Canyon)입니다. 이식쿨 남쪽의 '까즈사이(Kaji-Say) 마을인근의 이 경이로운 협곡의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하나도 없습니다. 관리인 한명도 없는 스카즈카협곡을 올라 멀리 보이는 침묵처럼 잔잔한 이시쿨 호수를 한 참 바라보았습니다.

180020220916_144508.jpg

"호수도, 협곡도 누군가의 소유일 수는 없어. 그러나 관리인의 마음을 가진이가 주인인 셈이지."

마음속에서 들려온 이 소리에 내려올 때는 흙 한 줌 내 발에 깨어지지 않도록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180020220916_084323.jpg
180020220916_084339.jpg
180020220916_093836.jpg
180020220916_093947.jpg
180020220916_094143.jpg
180020220916_114147.jpg
180020220916_114227.jpg
180020220916_134431.jpg
180020220916_134444.jpg
180020220916_134515.jpg
180020220916_134911.jpg
180020220916_140158.jpg
180020220916_143214.jpg
180020220916_143501.jpg
180020220916_143928.jpg
180020220916_143931.jpg
180020220916_144022.jpg
180020220916_144118.jpg
180020220916_145203.jpg
180020220916_145326.jpg
180020220916_145426.jpg
180020220916_145438.jpg
180020220916_150358.jpg
180020220916_151636(0).jpg

#이시쿨호수 #스카즈카협곡 #키르기스스탄 #유라자원 #뉴휴먼실크로드 #컬피재단 #사색의향기 #유라시아자동차원정대 #2022유라시아평화원정대 #CULPPY #여행인문학 #세계시민정신 #마을연대 #향기촌 #모티프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국회의원을 좋아하는 나라는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