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황이 바뀐 건 아닌데 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바스쿤 협곡에서의 눈물

by motif

INTO THE WEST_66 | 바스쿤 협곡에서의 눈물

1800DSC09999.JPG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함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국토의 90% 이상이 산이며 평균 해발고도가 2,700m 이상인 키르기스스탄. 이 나라를 가로지르는 톈산산맥은 산정을 만년설로 덮고 그 아래에 협곡과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이식쿨호수 정남쪽을 지나는 톈산산맥의 거대한 줄기에 틈을 만들어 놓은 곳이 바스쿤(barskoon) 협곡입니다.


톈산산맥의 푸른 눈, 이식쿨호수로 쉼 없이 설산의 물들을 모아 보내고 목동들이 수천 마리의 양들을 살찌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협곡 속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자연에 압도되기보다 포근하게 안긴듯한 안도를 줍니다. 인류 최초로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비행을 한 유리 가가린이 지구로 귀환 후 머물며 몸의 균형을 회복한 곳도 바로 이 협곡입니다.


협곡의 사면에는 곳곳에 폭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이 협곡에 당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폭포를 향해 가파른 사면을 오르는 일이었습니다.


한 협곡의 사면을 오르면 맞은편 산도 함께 오르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가문비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개활지로 나오면 맞은편 사면의 중턱이 눈앞에 다가와 있곤 합니다.


사람들의 어떤 곳을 향한 끌리는 욕구는 매한가지인지 러시아에서 온 부부도, 유럽에서 온 청년들도 감격한 표정으로 가파른 사면을 내려왔습니다. 사면을 오르는 동안 폭포는 야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뱉었습니다. 폭포 아래의 물에 손을 담갔다가 깜짝 놀라서 손을 뺐습니다. 차가운 전율이 온몸에 일었습니다.


거대한 유르트 식당에서 하루 온종일 준비했을 음식과 공연으로 환대를 받았습니다. 바스쿤마을의 행정책임자, 바큿씨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https://youtu.be/2A-52lJnJxg


연회의 끝에 백준석 모빌라 대표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180020220916_202728.jpg


"여러분이 묵을 이 모빌라 글램핑(Movilla Glamping)의 대표입니다. 저는 이곳을 방문했다가 주지사님으로부터 상세한 안내를 받았고 여러분처럼 이곳의 자연에 한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글램핑장의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 글램핑장의 오픈을 앞둔 때에 코로나19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지를 몰랐습니다. 작년에는 모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큰 입찰에서 낙찰을 받아 자금을 집행한 뒤에 경쟁사의 민원으로 일의 진행이 멈추어 버린 것입니다. 모기업의 위기 속에서 이 글램핑장에 더 이상의 투자도 어려워졌죠. 저는 좌절감을 어쩌지 못해 매일 몇만보씩 걷기만 했습니다.


걷는 중에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대출연장이 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진 것이지 회사의 자산은 그대로임을 자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다시 산으로 가는 대신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현실을 설명드렸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은행은 제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다시 투자자들을 접촉했습니다. 그분들도 제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제가 겁을 먹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상황이 바뀐 건 아닌데 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소개해드린 이곳 현지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자력으로 지난 2년간을 버터 온 것입니다. 사실, 혼자 힘만으로 되는 건 없더라고요. 이곳 현지 사장님과 직원들과 힘을 합쳐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가 끝난 뒤에는 캠프파이어와 샤슬릭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디 즐겨주시고 자연 속에서 그동안 여정의 피로를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대원들의 박수가 그치기를 기다린 이영준단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았습니다.

180020220916_203353.jpg


"백대표님 멋지지요? 수백억의 매출을 하는 회사의 대표님이세요. 사실 백대표님은 우리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원정대를 위해 자동차도 한 대 기부하기로 했었죠. 하지만 갑자기 닥친 시련 때문에 무산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꼭 참석하시기 위해 한국에서 오셨습니다. 한국의 태풍으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국내선 연결 비행기가 출발하는 바람에 알마티에서 5시간의 택시를 타고 비슈케크로 오셨고 마침내 이 자리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는 겁니다. 오늘 숙식비 모두를 무료로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백대표님의 간곡한 환대를 사양할 수 없어서 그 비용 전부를 키르기스스탄의 심장병 어린이에게 무료수술을 해주어 새 생명을 선물하고 계신 조정원 비전케이 대표님께 전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Movilla Barskoon

https://www.google.com/maps/place/Movilla+Barskoon/@42.0122346,77.6101801,640m/data=!3m1!1e3!4m12!1m6!3m5!1s0x3885f3ef253379e7:0x28952d86484a2152!2sMovilla+Barskoon!8m2!3d42.0122346!4d77.6123688!3m4!1s0x3885f3ef253379e7:0x28952d86484a2152!8m2!3d42.0122346!4d77.6123688


1800DSC00003.JPG
1800DSC00008.JPG
1800DSC00015.JPG
1800DSC00030.JPG
1800DSC00087.JPG
1800DSC00105.JPG
1800DSC00146.JPG
1800DSC00165.JPG
1800DSC00236.JPG
1800DSC00249.JPG
1800DSC00267.JPG
1800DSC00287.JPG
1800DSC00295.JPG
1800DSC00301.JPG
1800DSC00336.JPG
1800DSC00359.JPG
1800DSC00376.JPG
1800DSC00393.JPG
1800DSC00403.JPG
1800DSC00435.JPG
1800DSC00445.JPG
1800DSC00459.JPG
1800DSC00474.JPG
1800DSC00480.JPG
1800DSC00517.JPG
1800DSC05949.JPG
1800DSC09354.JPG
1800DSC09362.JPG
1800DSC09365.JPG
1800DSC09376.JPG
1800DSC09521.JPG
1800DSC09522.JPG
1800DSC09598.JPG
1800DSC09614.JPG
1800DSC09670.JPG
1800DSC09699.JPG
1800DSC09715.JPG
1800DSC09739.JPG
1800DSC09786.JPG
1800DSC09858.JPG
1800DSC09925.JPG
1800DSC09969.JPG
1800KakaoTalk_20220920_102045557_03.jpg
180020220916_185504.jpg
180020220916_185514.jpg
180020220916_185529.jpg
180020220916_185557.jpg
180020220916_185600.jpg
180020220916_192901.jpg
180020220916_202324.jpg
180020220916_203154.jpg
180020220916_213626.jpg
180020220916_214337.jpg
180020220916_222531.jpg
180020220916_222605.jpg
180020220917_005405.jpg

#모빌라바스쿤 #이식쿨호수 #바스쿤협곡 #키르기스스탄 #유라자원 #뉴휴먼실크로드 #컬피재단 #사색의향기 #유라시아자동차원정대 #2022유라시아평화원정대 #CULPPY #여행인문학 #세계시민정신 #마을연대 #향기촌 #모티프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수도, 협곡도 누군가의 소유일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