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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야지요! 분명 떠나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까요

INTO THE WEST_6 | 조용필 대장의 'Here & Now'

by motif


아내와 함께 '2022년 유라시아 자동차 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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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유라시아자동차여행을 확정하자마자 바로 국내에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원정대의 대장을 맡은 조용필자동차여행가를 찾아 제주도로 날아갔습니다. 그는 50대 중반에 더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는 10대 때부터 꾸어온 꿈에 도전해 볼 기회조차 놓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초조해졌습니다. 그것은 자동차로 세계를 일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살던 아파트를 나와 출퇴근 용이었던 랜드로버 SUV 로 삶을 옮겼습니다. 가족과 함께 15개월의 시간 동안 지구 2바퀴가 넘는 거리를 달리는 동안 길 위에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되돌아왔을 때 들어갈 집이 없어졌습니다. 그는 제주도 남단, 남원으로 갔습니다. 귤밭을 빌려 유기농으로 귤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아대륙과 유럽, 남미의 땅끝 우수아이아까지 갔다가 안데스산맥을 거쳐 미국과 캐나다를 누비다 돌아온 랜드로버는 농사꾼의 힘쓰는 트랙터 역할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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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뒤 남원포구의 짠 내음이 닿는 남원농협 뒤편 한 흑돼지 고깃집에서 그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허그를 하는 중에 비누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하룻치 노동을 서둘러 끝내고 5분 만에 샤워를 하고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녁시간 번잡한 식당의 막 손님이 일어선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기보다 이야기가 고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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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철이라 눈뜨면 씻고 챙겨 입고 먹고 귤밭으로 달려갑니다. 따고, 담고, 싣고, 옮기고, 택배박스에 다시 담고, 테이핑하고 문자 카톡 확인하고, 발송장 만들고..."


저녁상 수저 들 힘도 없을 만큼 파김치가 된다고 했습니다.


"세척을 하지 않으니 시중에 파는 것처럼 빤지르르 광택은 나지 않습니다. 유기농 귤인 만큼 점박이도 많고 표피는 울퉁불퉁 외양은 다소 떨어집니다. 선별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확하는 당일 박스에 담으니 크기도 들쑥날쑥합니다. 한 마디로 비주얼은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맛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나는 이미 몇 박스를 주문해 먹었던 터라 이 말의 진위를 다시 검증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화학비료 대신 온전히 땅과 태양과 땀으로만 농사를 짓는 그의 귤밭은 그가 그쳐왔던 몽골의 초원 같은 야생화 꽃밭이 됩니다.

건배를 한 술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다시 이야기를 재촉했습니다.


"길 위에서의 시간은 어땠나요?"

"과거의 후회, 현재의 불만, 미래의 걱정이 치료된 시간이었죠."

"두려움은 1도 없었습니까?"

"호수를 대면하기 위해 눈길 몇 시간을 달려 당도했습니다. 늦은 시간 차에서 내린 아들과 아내는 압도적인 풍광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아, 천국이구나!' 하지만 그 일기일회의 순간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까 내 마음속 걱정을 내비치지 않았죠. 만약 기온이 내려가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오지의 적막한 밤에 얼어 죽고 말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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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그 걱정을 이긴 용기를 축하하며 다시 소주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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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할 때였어요. 바이크에 빠져있을 때기도 했어요. 한국에 있는 아내 몰래 블라디보스톡으로 바이크를 보내놓고 그곳으로 뒤따라갔죠. 허락된 가장 높은 속도로 시베리아를 횡단해 암스테름담에 닿았죠. 17일 만에요."


그의 심장에는 남들과 다른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유라시아자동차원정은 17일이 아니라 무려 4개월 반이나 되잖아요? 귵밭은 어떡할 거예요?"


"그래도 가야지요! 분명 떠나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까요."


그의 관심사는 'Then & There'가 아니라 오직 'Here & Now'같았습니다.

북적이던 고깃집이 텅 비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더 어두워진 고깃집 앞에서 다시 허그로 작별했습니다.


"서울에서 만납시다."


우리 원정대 모두가 시베리아와 유럽의 길들을 무탈하게 달리기 위해서 그의 경험을 빌려야 할 기회가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걱정 없는 삶은 이번 유라시아자동차평화원정대로 인해 더 길어질 것입니다. photos by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미다스북스,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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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여행가, 조용필

https://blog.naver.com/motif_1/221432438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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