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모두 제 몫이 있어요. 오직 할 뿐..."

Ray & Monica's [en route]_11

by motif


모하비 사막 Spirit Zen Center에서의 하루



LA에서 북쪽으로 2시간쯤을 달리면 모하비 사막이 나온다. 그 사막을 에어로스페이스 하이웨이(Aerospace Hwy)가 종단한다. 도로의 서쪽 사막에 에드워즈 공군 기지(Edwards Air Force Base)가 있다.

1933년 Muroc 육군 비행장으로 설립되어 비행훈련에 사용되었던 곳으로 음속 장벽을 최초로 돌파한 항공기(Bell X-1), 우주 왕복선이 이곳에서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여전히 다양한 군용 항공기 및 우주 비행 프로그램의 진행에 허브역할을 하는 곳이다.


모하비(Mojave)라는 비법인지구(unincorporated area)에는 모하비 에어 & 스페이스 포트(Mojave Air & Space Port)가 있다. 자동차가 수명을 다하면 인근의 폐차장으로 가면 되지만 비행기는 어디로 갈까가 궁금했던 나는 비로소 Mojave Commercial Airliner Storage에서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곳은 여객기들의 묘지(commercial airline boneyard)였다.


이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내게 80년대에 이민을 오신 어르신께서 말했다.


"폐기만 하지는 않아요. 중고 비행기를 사 가는 나라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항공사도 중고 비행기로 시작했어요. 그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올 수 있었죠."


좀 못 미친 곳의 신도시를 지날 즘 이민 오신지 21년째라는 분께서 이 도시와 관련된 한 형사사건에 대해 말했다.


"제가 막 왔을 때 한 변호사가 이곳의 부동산개발계획을 부풀려 교포들이 고혈로 모은 돈을 투자케 해서 많이 시끄럽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큰 손해를 본 사건이었죠. 그 사건 당사자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작년에 한국으로 들어갔다가 공항에서 입건되어 형을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태평양의 이쪽에서도 땅은 욕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오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 민둥산의 봄은 오렌지색 캘리포니아 양귀비(California Poppy)로 뒤덮여 별천지를 연출한단다.


모하비 사막의 북쪽, 산이 시작되는 곳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바람골'로 불렀던 곳으로 지금은 수많은 풍력발전기가 나무 한 그루 없는 메마른 산비탙과 등마루에 환영처럼 서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발전 단지 중 하나인 Tehachapi Pass Wind Farm 지역이다. 길가에 듬성듬성 죠슈아 트리(Joshua tree)가 눈에 띈다.

"저 나무는 땅주인도 함부로 벨 수 없는 귀한 나무예요."


나무가 아니라 정확히는 다육식물인 죠슈아 트리조차 주의 '멸종위기종법(Endangered Species Act)에 따라 위협종으로 등재 여부가 몇 년째 논의만 되고 있다. 이 지역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확장하고자 하는 개발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한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다. 오늘은 눈 푸른 무량스님께서 세우신 한국사찰, 태고사(Mountain Spirit Zen Center)를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 부부는 그 사찰로 백중기도를 가는 일행의 차에 합류할 수 있었다.

State Route 58(SR 58)의 일부 구간인 Kern County Korean War Veterans Memorial Hwy(컨 카운티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곳곳에서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비나 도로명을 만난다. 그때마다 비통과 감사의 양가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야 한다.

고속도로를 내려서고도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부터는 소나무가 자랐다. 하지만 거목은 없다. 몇 아름은 될 만한 거목이 밑동만 남아 기후변화 전에 이곳은 풍요로운 숲이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이 사찰은 무량스님께서 손수 노역을 바쳐 지으신 곳으로 1994년 창건해 2001년에 대웅전 상량을 했다. 무량스님께서는 불교의 실천덕목이기도 한 생태친화적인 노력들을 그대로 반영해 산길을 포장하지 않았다. 전기는 태양열발전으로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물은 지하수를 활용하고 있다. 주방의 물조차 수압이 느껴지지 않은 정도로 모든 것을 최소한으로 소비하고 있다.


형전스님과 도겸스님께서 천수경을 독경으로 시작해 여러 영가들을 기도에 올렸다. 법문 중에 최근 세상을 떠나신 분의 에피소드를 말씀하셨다. 평화로운 노후를 보낸 93세가 되는 분으로 가볍게 치매를 앓으셨는데 치매 증상이 올 때마다 한국말을 하셨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자녀들이 알아듣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절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모든 것은 황량한 사막기후의 태양 아래에서 한국에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대웅전과 관음전, 종각이 경이로웠다. 불사를 일으킨 스님도, 이곳을 지키는 스님도, 먼 사막 길을 달려와 기도에 동참하시는 분들도 모두 사막의 신기루 같은 사찰만큼이나 놀라웠다.


오가는 시간이 4시간 넘는 거리였지만 차 안에서의 시간조차 지루할 틈이 없었다. 쉽사리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민생활의 애환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저마다 섬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그 시간을 통해 마침내 닿았다.

"전화와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그것만으로 안 되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에요 이렇게 얼굴 마주 보아야지 모든 것이 풀리지."

"내가 하는 게 직접 내게로 안 와요. 돌아서오지. 그런데 나쁜 것은 바로 오지."

"세상에는 모두 제 몫이 있어요. 오직 할 뿐..."

"손에 쥐여줘도 안될 때는 안돼요. 때가 와야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부처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거여."

이렇듯 법열(法悅)을 설하다가도 금방 자기반성으로 말꼬리를 낮춘다.


"엄마는 평생 절에 다니셨는데 아직도 끄달림에서 왜 못 벗어나,라고 물었어요. 지금은 쉰이 넘은 딸이 고등학교 때 내게 했던 말인데 지금도 그 말이 유효하네요."


다시 화제는 최근의 하와이 화재로 넘어갔다.


"저도 그런 경우를 당했던 적이 있어요. 산에서 불이 타고 내려오는데 곧 우리 집을 덮치려고 하는 거예요. 집이 다 타버릴 텐데 무엇을 가지고 집을 나갈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패물을 챙기려니 캐시가 생각나고 캐시를 챙기려니 모든 가족의 추억이 담긴 앨범이 생각나고... 망설이다 보니 소방차가 와서 불을 다 껐더라고요. 그래서 불나면 그것만 들고나갈 수 있게 가방 하나에 귀중품을 모두 담아두어야겠어요.”


옆에 분이 다른 변수를 얘기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도둑이 들면 그 가방만 들고 가면 되니 도둑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 옆에 분이 그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제일이에요."


사찰 주변의 바위들이 초록색의 위로를 건넸다. 아연 함량 때문이란다. 철분으로 붉어진 언덕이 야생 양귀비가 만발한 봄의 정경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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