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12
저희 부부가 LA로 온 지 42일째이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재외동포 한인 수는 약 732만 명(7,325,143명, 2020년 기준)으로 그중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은 총 263만 3,777명이다. 해외 한인 3명 중 1명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북미권 중에서도 캐나다 거주 한인 23만7,364명에 비해 11배가 넘는 수가 미국에 살고 있다.
1860년대 조선에서의 기근과 혹정(酷政)을 피해 국경을 넘어 만주(지금의 중국동북3성인 요령성 · 길림성 · 흑룡강성 및 내몽고 자치구의 동부지역)와 연해주(沿海州 :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변경주. 러시아어로 '바다와 접했다'라는 뜻의 한자 표기.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이주의 행정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한인들이 이 도시의 경제에 막대한 역할을 함)로 갔던 이산의 시작은 더 많은 기회와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떠난 시대를 거치는 동안 전 세계 193개국 중에 180개국에 한인이 살게 되었다.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1,637달러(2020년 국제통화기금(IMF) 발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경제적 지위가 격상(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발표)된 것은 눈사람을 만드는 최초의 눈 뭉치에 디아스포라의 삶을 자처한 해외교민들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굶지 않기 위해, 또한 독립된 조국을 위해 강을 건너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조선 말기 근대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 우리 부부는 유라시아를 자동차로 도는 여정을 겪었다.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해주에서 우리의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답사하고 한민족 후손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귀국한 뒤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명치를 누르고 있었다.
다시 저희 부부는 은퇴의 초기 10년을 나라밖을 순례하면서 '이주와 정착'도 '기행과 관광'도 아닌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저희에게는 일생에 처음 맞는 도전이다.
하지만 이런 부유의 삶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는 성경 속 디아스포라의 삶을 거의 매일 목도하게 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나라밖으로 나온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아이들, 정치적 박해로 떠나온 아프리카, 남미, 중동 국가들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은 개인이 풀 수 있는 원인을 넘어선 문제인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주가 개인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운명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서, 운명을 견디는 삶을 사는 모습들에 감정이 이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중에서도 캘리포니아는, 갤리포니아중에서도 LA는 교민 절대다수가 살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교포 한인과 조우하는 일이 예사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캐나다로 떠났던 의좋은 부부가 성공적으로 삶을 일구어 은퇴를 맞아 함께 세계를 여행하면서 살기로 한 목표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아 혼자 남게 된 부인이 남편의 기억으로 가득한 캐나다에서 견딜 수 없어 홀로 미국을 유랑하는 부인, 아이들과 잠시 미국의 처제 집에 갔던 부인이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말릴 수 없어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갖은 노동으로 아이들을 공부시키느라 빈손으로 노후를 맞은 남편, 한국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고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와서 몇 년 만에 부인이 떠나고 1인 가정의 시간을 15년째 살고 보니 못하는 것이 없게 된 핸디맨, 늦은 유학생으로 와서 백인 여성과 재혼해 열심히 일한 덕분에 행복한 은퇴를 앞둔 시점에 부인과의 사별로 허망해진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업체를 정리하고 부인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캠프밴을 준비하고 있는 홀아비...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연이 간곡하고 곡진하다.
퍼시픽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의 Self-Realization Fellowship Temple, 레이크 슈라인(SRF Lake Shrine)에서 좌선을 하고 있자니 번뇌가 더 짙어진다. Why do you live?(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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