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13
번다한 LA에서 생활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 친절한 재량, 약자에 대한 한없는 배려, 새벽 2시 도심의 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굉음, 상공를 선회하는 헬기의 엔진소리, 경광등을 울리며 질주하는 비상차량, 퇴근시간의 지하철에서 큰 스피커를 들고 홀로 리듬을 즐기는 승객, 아침 올 누드로 투명 비닐을 걸치고 거리를 걷는 남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도피할 LA의 적막한 성소를 찾다가 발견한 SRF 레이크 슈라인(SRF Lake Shrine). 첫 번째 예약 시도의 실패로 한 주를 기다렸다가 다시 도전해 방문한 그곳은 달뜬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곳이었다.
장소가 사람의 태도를 만드는 것인지, 애초에 그러한 성정의 사람만이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색가의 모습이었다. 좌선을 하거나, 가지고 온 경전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함께 온 사람은 서로 합일된 에너지로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돋보였다.
이 명상센터에 들어서면 기독교의 ‘십자가’, 유대교의 ‘다윗의 별’, 불교의 ‘법륜(法輪)’, 이슬람교의 ‘초승달’, 힌두교의 ‘옴(ॐ)’ 등 대표적인 세계 종교의 상징을 새긴 기념들이 있다. 방문객들의 예배나 명상 공간인 풍차예배당에는 이 종교들의 창시자들이 나란히 걸려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말하는 ‘God’은 특정 종교의 신을 지칭하기보다 우리가 아는 종교의 모든 신을 말하는 셈이다.
이 센터의 설립자인 파라마한사 요가난다(Paramahansa Yogananda)는 Kriya Yoga와 명상을 서양에 소개한 인도의 요기이자 구루이다. 1920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국제종교자유주의자회의(International Congress of Religious Liberals)에서 '종교의 과학(The Science of Religion)'이란 연설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해 '자아실현펠로우십(Self-Realization Fellowship)'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1924년에 대륙을 횡단하는 연설 여행을 시작해 1925년 초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이후에도 미국 전역을 순회강연 함으로서 크리야 요가를 전파했다.
그의 사후에도 LA 동북쪽의 Mt Washington, Hollywood, Glendale, Bay Area, Fullerton, Phoenix, San Diego, Encinitas 등 미국의 여러 곳에 센터를 두고 있으며 인도 각처에서는 Yogoda Satsanga Society가 운영되고 있다.
이 공간들은 기도와 명상 목적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수행을 위해, 평온함을 찾아, 아름다운 정원을 걷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찾아... 각기 다른 이유에도 불구하고 모두는 신성에 대한 갈구가 있는 것 같다.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나 자신만의 종교적 신념을 보장받고 있으며 해마다 수천 개의 종교가 생기고 소멸한다. 교회는 약 35만 개로 추정되고 있다.
PRRI(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2020년 미국 종교 인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0%가 기독교, 23%는 무종교, 5%는 비기독교 종교이며 비기독교 종교는 유대교 1%, 이슬람람 1%, 불교 1%, 힌두교 0.5% 등이다. 미국 젊은이들(18~29세)의 무종교 비율을 보면 1986년 10%, 2006년에는 23%, 2016년 38%로 증가했다가 2020년에는 36%로 감소했다.
무종교인 증가가 두드리면서 요가와 명상의 관심은 늘었다. 육체를 영혼의 거처로 받은 사람들이 종교는 중요하지 않지만 영적인 마음을 느끼고 스스로 신성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구가 사원을 영적 성장을 돕는 요가와 명상을 위한 아쉬람의 역할에 국한시키는 것 같다.
이 트렌드가 반영되어 존 카밧진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불교 명상법에서 착안해 만든 ‘마음챙김(mindfulness)’이 크게 유행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기업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여겨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앞장서서 권했다. 이 명상법이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자비와 해탈 같은 불교의 윤리적 덕목이 배제된 '자본주의적 영성'으로 패스트푸드 같은 상품일 뿐이라는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로 비판받았다.
1946년에 출판된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의 'Autobiography of a Yogi'는 우리나라에서 1984년 '구도자 요가난다- 나는 히말라야의 요기였다(정신세계사 간)'제호로 발행한 뒤 '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 궁극의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는 심오하고 풍요로운 영적 순례' 등 제호를 달리하며 번역되었다.
이 책에서 요가를 '사고의 자연적 혼란을 억제하는 방법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참된 본성, 즉 신성(神性)이 발현되도록 촉진시키는 수행기술'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당신은 자신 안에 대단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곧 각자에게 내재된 신성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나를 자유롭게 할 만트라는 공기처럼 세상에 가득하다. 숨을 쉬듯 들이키면 되는 것을 정작 코와 입을 가리고 답답해하면서 누군가가 대신 숨을 쉬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SRF 레이크 슈라인에서 내게 일어난 이 만트라가 내 몸과 영혼의 운신을 좀 더 넉넉하게 해주었다.
#세계일주 #미국 #LA #산타모니카 #말리부 #퍼시픽팰리세이즈 #SRFLakeShrine #파라마한사요가난다 #모티프원 #인생학교 #헤이리예술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