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19
웨스트할리우드(West Hollywood)에 살고 있는 46세의 청년을 만나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The Original Farmers Market)과 그 주변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분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로서 영화이론을 전공하고 영상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온 분으로 그동안 일에만 몰두했던 삶을 뒤돌아 보기 위해 4개월쯤의 안식월을 갖고 있는 분이다. 막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온 시점에 우리 부부를 만났다. 2번의 만남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서로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다시 하루를 할애했다. 'clock tower'아래에서의 만남으로 시작된 하루는 서로의 경험에 감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시간이었다.
Jimmy는 지난 15년간, 여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행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제 영혼이 진짜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이야말로 여러 생의 삶을 사는 방법 같아요."
그는 우리 부부에게 세월에 관계없이 활발한 에너지로 배우는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감격해했고 우리 부부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땅속 깊은 미국문화와 미국인의 사고에 관한 것에 도달하도록 해준 것에 감사했다.
오늘 아침, 또 다른 하루를 맞아 세상이라는 대학으로 등교하려고 채비를 차리는 순간, 한국의 동생이 어제의 소식을 알려왔다. 그리고 그에게 축하를 보내기 위해 등교를 잠시 미루었다.
Jimmy와 동생,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매일 세상이라는 대학으로 등교하는 삶임이 새삼스럽다.
나의 작은 아버지는 참으로 부지런한 분으로 모험심도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용기까지 있었던 분이었다. 결혼 후 세간을 나서도 삼도봉 아래 작은 산골마을에서 몇 년간 새 작물을 도입하여 농부로서의 삶을 살다가 홀연히 서울로 떠났다. 얼마간의 서울 생활은 성공적인듯했다. 그러나 좀 조급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그동안 일군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첫 아들도 대학 진학을 미루고 생업을 책임지는 것이 먼저였다.
그 4촌 동생은 살다 보니 아들이 결혼까지 했지만 아직 미루었던 대학 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여한이 가시지 않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마침내 공부를 시작했다. 나와는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그 사촌동생은 마침내 그 공부를 마치고 어제 한 학기를 앞당겨 7학기 만에 졸업했다는 졸업장을 보내왔다.
이렇듯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솔선수범의 교육은 없을 것이다. 훈계하는 노인이 아니라 솔선하는 선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생에게 설레는 마음이다. 이제 한결 높아진 안목으로 삶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축하 메시지에 내 설레는 마음을 담았다.
축하해! 나의 자랑스러운 동생!
그동안 주경야독에 수고가 많았다. 세상에 수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모르던 것을 아는 즐거움보다 더 큰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배우는 기쁨이 제일이지. 한 가지 배움은 또다시 더 큰 배움의 기초가 되니 그 배움은 더 큰 기쁨의 기초를 쌓는 일이기도 하단다.
이제는 사람의 생도 한 없이 늘어나 쉬 죽지 않는 시대를 견뎌야 하니 쉼 없이 배우지 않고는 사회시스템이 급변하고 전혀 다른 사고체계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를 자존감을 가지고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그러니 신체의 건강만을 도모해서 오래 살기를 바라기보다 남은 생을 지적 충만감으로 기쁘게 살기를 추구한다면 신체적 건강도 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배움으로 창조적 활동을 계속하면 뇌의 활성이 지속되어 정신이 흐려지는 것도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이 되면 경험이 쌓여 절로 현명해진다,는 생각조차 낡은 것이 되었다. 공부하면서 시대의 급류를 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가족과 사회에 짐이 되는 노년이 될 수 있다. AI가 무한한 지식을 무제한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그것을 판단하고 체계화해서 맥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종이문서를 다루고 궁금한 것은 도서관의 종이 백과사전에서 찾던, 우리가 사회의 주인공으로 살던 시대와는 플랫폼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나도 네 형수와 함께 세상을 더 배우기 위해 한국을 떠나 세계를 떠돌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아이슬란드를 거처 지금은 LA에 있단다. 머지않아 멕시코로 가서 중미에서 긴 시간을 보낼 것 같구나. 내 배움의 방법은 다른 문명, 다른 인종, 다른 전공, 다른 직업, 다른 세대와의 중단 없는 대화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로 다가서서 무조건 말을 건다. 그들의 대답을 통해서 새롭게 배우고 어제 보다 오늘 더 젊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내 앞의 모든 사람이 7살이든, 30살이든, 여든 살이든 세상이라는 대학의 교수님이다.
오늘도 문밖 대학으로 등교하기 위해 숙소를 막 나갈 참에 받은 네 조기졸업 소식은 나를 위한 응원가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의 삶에는 졸업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더 큰 기쁨의 세계로 나아가는 노력을 함께 계속하자구나.
거듭 네 대학 졸업을 축하한다.
_태평양 건너에서 형으로부터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Jimmy님이 찍어주신 것입니다. 고마워요, Ji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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