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습지 소녀가 사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

by 모티프레임

베스트 셀러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연에 심취해서 살아가는 한 인물이 살인 용의자가 된 후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MV5BN2MyNGMyMDgtMWI4ZS00NzQyLTg3MmUtNzUzOTc2MTYyZTM2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jpg (출처:imdb)


영화는 통속적인 요소가 많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성이 타자화되어 힘겹게 살아가던 중 살인 혐의를 받게 되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이 삶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속 법정 장면과 교차되어 보여지는 카야(데이지 에드가-존스)의 인생은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언더독이 가진 어려움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테이트(테일러 존 스미스)에게 글을 배우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카야는 테이트를 기다리지만 그는 습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이 체이스(해리스 딕킨슨)가 카야에게 다가와 만남이 이어지지만 애초에 체이스의 불순한 목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원만하게 흘러갈 리 만무하다. 체이스의 거짓말과 폭행이 갈수록 카야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테이트가 돌아온다. 처음엔 카야에게 외면 당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백하게 전하고 돌아서는 테이트의 진심은 거의 모든 관객이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점점 카야를 옥죄어오는 체이스의 폭력이 거세지고 이후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습지에서 발견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미덕은 자연과 인간 세상을 포개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출판사 사장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카야의 대사가 후반부에 중요한 단서를 주는 복선이 되는데 이런 것이다. 자연에서 생존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해야 한다는 의미의 대사를 말한다. 카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은유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유리한 판결을 위해 자신의 변호사 톰(데이비드 스트러세언)이 제안하는 내용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모습에서는 편견에 타협하지 않는 결단이 느껴져서 더 슬프게 느껴졌던 장면이다.


MV5BOWU1YzNjY2QtYWI2My00MWFiLWI0YWMtZDU0NjYzZmQzYTM5XkEyXkFqcGdeQXVyOTc5MDI5NjE@._V1_.jpg (출처:imdb)


기존에 습지라는 공간이 주는 축축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아름답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영상으로 매끄럽게 구현한 작품이기에 보는 맛도 좋은 영화다. 카야가 사는 습지에 있는 집도 매우 아름답게 그려진다. 모두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지만, 카야를 연기했던 데이지 에드가-존스의 분위기와 의상이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매력 못지않게 카야라는 인물의 초상을 잘 구현했다. 소설 원작의 영화화 사례 중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은 판결 이후 카야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여생을 온전히 누리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힘겨운 삶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물이 누리는 행복을 보는 기쁨을 체험하기란 실제 삶에서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서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으로써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P_1_Score.png (2022-11-1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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