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독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프로 독학러로 가는 길

by 모티프레임

공부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지 않지만 공부를 하고 나면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전보다 똑똑해졌다는 믿음이 생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공부를 꼭 해야만 하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을 해내기 위한 최소한의 공부 정도만 하면서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공부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일을 하면서 실전 경험도 많이 쌓이고 주변 선후배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요소도 적지 않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하지만 그 기간은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맡은 업무가 익숙해진 이후에는 성장이 더뎌진다는 느낌이 당연히 찾아올 수밖에 없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얻어지는 인풋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반복되는 형태의 프로젝트만 계속된다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죠.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자기 계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소비되는 것입니다.


프리워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교육의 기회가 더 제한적일 확률이 큰 프리워커에게는 ‘독학’ 이야말로 성장을 물론,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독학으로 목표한 성취를 이뤄낸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독학을 시도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독학을 해나가면서 왜 독학에 실패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거기서 얻은 제 나름의 결론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1. 독학의 대상을 정하기 전 탐색 과정이 꼭 필요하다


독학의 대상을 결정하기 전에 면밀한 탐색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예를 들어 어떤 분야가 전망이 좋은데 해당 분야로 진출하려면 어떠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어떤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대략적인 정보를 주변 지인과의 대화나 추천,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습득한 얄팍한 정보만 가지고 시작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승도 없이(보통 온라인 강의나 관련 서적 등이 스승의 역할을 하겠지만) 혼자서 공부하는다는 건 공부에 재능이 있고 독학이 어느 정도 체득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해내기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먼저 독학에는 기회비용(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기회비용에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이 꽤 긴 시간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학의 대상을 고를 때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고르는 느낌이 아니라 10년 만에 차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독학의 대상을 고른다고 생각한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양한 전문가들의 시승기도 살펴보고 직접 전시장에 가서 시승도 해보고 감가상각이나 보험료, 거주 환경에 맞는 주차공간도 고려해야 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거죠. 독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A를 공부해서 향후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는 무엇인지, A가 독립적으로 기능해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요소와 같이 준비가 되었을 때 시너지를 훨씬 높게 낼 수 있는 구조인지 등 A 그 자체만 가지고 독학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A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가치의 범위와 크기, 지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드린다면 저는 3D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사운드 믹싱에 막연한 진입장벽을 느끼고 있었는데 레퍼런스를 볼 때마다 사운드가 약간 모자란 훌륭한 영상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운드를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덕션과 협업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확실히 퀄리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예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진지한 관심은 갖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분석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니 그 중간 영역이 굉장히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 믹싱에 관한 개론서도 몇 권 읽어보고 현업에 계신 분들의 인터뷰 기사나 업계 파이프라인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고 툴은 어떤 비중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방면으로 찾아보는데 약 2달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바로 내가 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라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었죠. 이 물음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답해보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이 가능했던 근거와 기준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요인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과 실제 결과가 다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답이 계속 모호하다면 충분한 조사가 되어있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 사운드 믹싱보다 더 넓은 범위인 사운드 디자인으로 독학의 목표를 정했습니다. 목표한 대상의 정확한 개념을 인지하고 시작한다면 규모는 시작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향후에는 영상에 맞는 사운드 믹싱 작업도 해보고(현재 계속 습작을 만들고 있어요!) 싶고 반대로 사운드에 맞는 영상작업을 하는 형태로 프로젝트의 진행 순서가 반대인 작업도 재미있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엔 해당 분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가치 사슬에 대한 이해와 역학 관계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툴에 대한 지식도 갖춰나가면서 말이죠. 이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선택한 만큼 기대효과나 기회비용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선택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차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죠.




2. 독학은 페이스 메이커 없이 혼자 뛰는 마라톤


인맥이 좋아 언제라도 독학 관련해서 해당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도움일 확률이 큽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을 무한히 도와줄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독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과감히 쳐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삶의 방식으로 하루가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독학이라는 녀석이 들어왔으니 그 녀석이 비집고 들어갈 시간적, 금전적 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더 나아가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이게 제일 힘들었는데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말이죠. 단기간에 어떠한 성과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마이너스 투성이인 독학이라는 녀석에게 나는 얼마나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종 취미 활동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의 독학을 어설프게(한국인답게 특히 영어)하다가 그만둔 전력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하다가 말면 결국 시간과 돈만 버리는 꼴이 될 테니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벌어질 것이 뻔히 눈에 그려지는 상황 말입니다. 이해 가시나요? 그럴 바에 편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밀린 넷플릭스 보며 지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괜히 기회비용만 날리고 나는 또 실패했군 이라고 자조 섞인 혼잣말을 되뇔 필요 없이 말이죠.


각종 스터디, 모임, 단체 톡방 등으로 독학을 페이스 메이커가 있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정말 운이 좋아서 장기간 모임이 운영되었다고 가정해도 구성원들의 어떤 연유로 인해 금세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뭐든 그렇지만 대상에 대한 열정이 유지되는 기간은 아주 짧기 때문에 계속 나를 자극하고 각성시킬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러너스 하이를 매 순간 느끼며 달릴 수 없지만 가끔씩은 느껴야만 각성을 통해 열정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뭔가 몰랐던걸 깨달았을 때 각성이 일어나면서 재미를 느끼는데 이건 각자의 특성에 맞게 독학을 하면서 자신을 각성시켜 줄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몰입 상태가 이어져야 하는데 몰입이 되질 않는다면 독학은 실패할 확률이 정말 높습니다. 몰입에 이르려면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와 과제가 필요합니다. 난이도가 너무 낮으면 무관심과 권태에 빠지기 쉽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불안과 걱정으로 몰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과제로 자신감과 각성을 통해 몰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의 즐거움>을 추천합니다. 독학에 아무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프리워커에게 중요한 독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봤는데 독학을 하고 계시거나 준비 중인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이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도전하는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프로 독학러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