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오징어 게임 2 - 리뷰

by 모티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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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2> 리뷰를 간단하게 정리해 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몰아본 드라마이기도 하고 시즌 3의 제작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봤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한 분들이 읽더라도 드라마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이 없는 내용들이니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경제적 궁지에 몰린 게임 참가자들에게 놓여있는 윤리적 딜레마


오징어 게임 전편에 흐르는 긴장을 유지해 주는 핵심은 뭘까요? 돈과 목숨이 오가는 극적인 게임의 순간들은 불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액수라면 윤리적인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시할 수 있을까요? <시즌 1>에서는 이런 딜레마가 개별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시즌 2>에서는 이 구조가 집단화되었을 때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며 그 집단이 보여주는 균열과 냉기가 다른 집단에 어떻게 전이되고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지금 24년 12월 말 현재의 한국 사회와 너무나도 흡사한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이었을 때 드러나지 않는 도덕성, 잔인성의 임계치는 집단이 되는 순간 브레이크가 고장 나죠. 이제는 특정 목적을 지향하는 집단과는 어떠한 대화도 타협도 불가한 오직 폭력성만이 뚜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점점 퍼지고 있는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나라한 은유와 대비가 주는 강렬한 도파민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시즌 2> 역시 컬러풀한 공간적 배경이 동일하게 등장하고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과 같은 시퀀스들도 눈에 띄는데요. 스포츠라는 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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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출발선이 같다는 것이죠. 그것이 현실 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물론 엘리트 코스로 스포츠 세계에서 군림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심판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스포츠 경기장은 수많은 편파 판정을 바로잡기 힘든 현실 세계에 비하면 매우 공정해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의 포맷으로 이야기에 잘 녹여낸 아이디어와 연출은 우리들의 도파민을 마구 쏟아내게 만들죠.




인간 본성의 최적화된 발현 장소인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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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언뜻 생각했을 때 주변에 있는 가장 더러운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하고 가장 취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이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취약하고 더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이야말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이성으로 억제되어 온 인간 본성의 자물쇠가 부서지며 천박한 동물적 생존 욕구와 욕망을 좇아 주먹을 휘두르며 내달리는 모습은 표현 방법과 방식만 약간 다를 뿐 오늘 우리들이 겪고 있고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폭력은 빠르지만,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고 투표는 느리지만 우리를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어낸 콘텐츠의 공통점은 인간 본성에 대해 되짚어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가 다른 문화권에서 계속 소비되는 이유도 동일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히 재미있으면 된 거 아니냐고 말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역설적으로 철학적인 주제 의식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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