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그 수수께끼

우리는 선택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by 모티프레임

온라인과 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섬세하게 해 나가며 고객가치를 높이는 츠타야 서점. 업계의 상식을 무시하며 성장하는 기획 비즈니스를 펼쳐나가는 ‘마스다 무네아키’와 대화를 나누어 본다.


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참 이상 하면서 신기한 경험이다. 그 속에는 약간의 허풍이나 모순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 숨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허를 찔리는 통찰로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츠타야, 그 수수께끼>는 나에게 이렇게 읽혔다. 성공한 회사이기에 포장되는 면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마스다라는 인물의 본질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Muneaki Masuda <출처:https://top.tsite.jp>


우리는 거의 정점에 이른 편리함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마스다가 말하는 생산성, 효율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리 삶은 이미 거의 정점에 이른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형성되어 상향 평준화되어버린 것. 아침에 구입한 수많은 제품을 당일 저녁 받아볼 수 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사건과 정보를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반응할 수 있는 세상. 가상의 공간이 더 큰 가치를 부여받는 세상이라고 다들 목에 힘을 주는데 실제 물성을 가진 공간 기획을 통해 디지털화된 사람들의 실제 삶을 설계하고 제안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 라는 가치는 이제 소구력을 잃었다고 마스다는 말한다. 동의한다. 우리의 삶은 갈수록 정교하고 치밀해진 결과물에 둘러 쌓여있다. 하지만 거기에 설레지 않는다. 설레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모호한 욕구가 커져만 간다. 전문가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관점은 다들 알고 있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변들은 파편적이어서 하나로 꿰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문화상품(책/CD/DVD)을 기반으로 가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츠타야는 두 다리를 이용해 걷고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귀를 통해 들려주며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 준다. 오감의 총체적 경험을 통해 설레게 만든다. 그 속에서 생활을 제안한다. 자연스러우며 인간의 본질적 욕망을 건드린다.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우리가 잘 아니까 한번 보여줄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자유로운 기획을 통해 성장한 츠타야


마스다 사장의 다이칸야마 지점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2년 동안 땅주인을 찾아갔던 뚝심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일화 지만 츠타야의 성공을 분석해 본다면 디테일에 개입하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임이 동반되는 자유로운 기획을 맡겼던 마스다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칫 혼동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불세출의 영웅이 리딩 하며 끌고 가는 프로젝트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과 한배를 탄 사람들의 지적 자본을 사용해서 이룬 성공은 그 가치나 무게가 다르다. 스타플레이어 없이 성공을 이뤄냈던 원동력은 바로 지적 자본의 중요성을 일치 감치 깨닫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마스다의 안목과 통찰에 있다. 명확한 콘셉트에 대한 공유가 정확하게 되었다면 믿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 아무리 다방면에 뛰어난 경영자라도 모든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바로 책임소재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임감에 대한 츠타야의 DNA가 느껴진다.


DAIKANYAMA TSUTAYA BOOKS <출처:https://www.ccc.co.jp>


현대인의 갈증은 <제3의 공간>의 결핍에 있는 건 아닐까?


의식주 중 주에 집중해서 츠타야를 바라보면 예전에 레이 올든 버그가 말했던 제3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회사와 집을 제외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서점에 모든 책이 다 갖춰져 있음에도 왜 오프라인 서점을 가는가? 우리에겐 더 잘살고자 하는 욕구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팍팍한 삶 속에서 어떤 가수의 음악을 듣고 다시 살아나갈 힘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 이런 시간을 보내려면 이런 재료들이 갖춰져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단순 무식하게 분류되어 있는 효율화된 공간이 아니라 선택 기술자들에 의해 간택받은 아이템들로 구성된 공간. ‘컬처’를 컨비니언스’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 츠타야.


피라미드 구조에서 좋은 기획은 힘들 수밖에


기획의 본질은 고객가치, 수익성, 직원의 성장, 사회공헌 이 네 가지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은 고객 가치다. 안정적인 탑다운 구조의 모순이 여기에 있다.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위에서 내려온 오더의 결함이나 모순에 대해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더 작은 조직이어야 서로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오직 더 나은 기획을 통해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마스다의 철학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며 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고객가치를 높이는 기획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그 외 모든 조건을 수정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직의 원형을 은행강도에 빗대서 설명하는 마스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단적 행동을 통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회사의 목표는 피라미드 구조의 안정성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획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자신의 옷차림부터 어설프게 떠먹여 주는 식의 일처리를 하지도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처음 든 생각은 마스다 사장은 이젠 카리스마의 스테레오 타입이 되어버린 스티브 잡스와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 타입의 경영자이자 비즈니스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대담 속에서 내가 얼마나 기존의 관습대로 사고하며 회사라는 존재와 사장이라는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지 자각했다. 국내에 젊은 청년의 이미지를 표방하는 회사들이 늘어났었고 아직도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쿨한 이미지 속에 포장된 허세와 거짓말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경영자라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사회에 전파되고 스며드는 게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인 ‘수수께끼’처럼 진실은 알기 힘든 것이다. 마케팅으로 포장된 결과물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자신만의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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