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by 모티프레임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읽었습니다. 2년전쯤 처음 읽고 2주쯤 전에 두 번째 읽었는데 그 사이 무슨 심경에 변화라도 생긴 건지 생경한 느낌마저 주었는데요. 좋은 문학 작품들이 그렇듯 읽을 때마다 새롭고 숨어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 자신의 꿈과 멀어져만 가는 버드는 바로 우리의 자화상


아들의 출산으로 인해 아프리카로 떠나고자 했던 자신의 모험이 불가능해 졌다는 것을 깨달은 버드는 혼란스러운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생명을 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은 아무리 무책임한 버드라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죠.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택한 방법은 어설픈 현실도피를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술의 힘을 빌어 잠깐 버텨보지만 오히려 그 술로 인해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되고 남편의 죽음을 경험한 쿨 한 친구인 히미코와의 관계로 숨어 보기도 하지만 취기가 사라지고 섹스에 대한 탐닉이 서서히 식어갈 즈음에는 결국 다시 자신이 맞닥뜨린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가끔 혼자 생각하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면 모두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 일까요? 이런 물리적인 변화가 있는 모든 사람을 어른이라 말한다는 건 단순한 일반화에 그치지 않겠죠.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일상의 변화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귀한 병을 안고 태어난 자식에게서 도망치던 버드도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더 이상 숨거나 도피할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히미코와 아프리카로 가려던 계획이 얼마나 부질없고 비겁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삶을 지탱하는 요소가 바뀌더라도 결국은 자신이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인내로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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