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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넼 Jul 07. 2021

정말 윌의 잘못이 아니었을까?

'굿 윌 헌팅' 속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에 대해

“사람의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Birth'와 'Death' 사이에는 'Choice'가 있다는 말 말입니다. 아, 물론 당연히, 치킨도 있습니다만, 이 말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사는 존재라는 말이죠. 이 말처럼 우리는 자극이 주어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 이거나 이성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문제를 직접 마주하거나 회피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극에 대한 반응의 선택에 대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로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빅터 프랭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활하며 나치의 비인간적인 행위 속에서도 버텨낸 인물입니다. 수많은 고문과 열악한 환경, 정신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한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날 삶의 가치를 깨닫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실존적 심리 치료 기법인 ‘로고 테라피’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지게 되죠.

'로고 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

  이러한 인간에게 주어진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의 선택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1997년도 영화 ‘굿 윌 헌팅’입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 '굿 윌 헌팅(1997)'

  주인공 윌 헌팅은 수학, 법한, 역사 등 모든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입양과 파양의 반복, 그중 세 번은 학대에 의한 강제 파양이라는 불우한 유년 시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반항적인 태도로 살며 친구들과 술독에 빠져 사는 등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러 번의 폭행과 절도로 인한 재판에서도 스스로를 변호하며 빠져나왔지만 어느 날 경찰을 폭행하게 되고, 빠져나올 길이 없어진 윌. 그러나 우연히 그의 재능을 알게 된 MIT의 제랄드 램보 교수의 도움으로 선처를 받게 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법원의 명령으로 램보 교수의 동창인 숀 맥과이어 교수를 만나게 되지만, 이미 수차례 의사와 상담사 들을 조롱하며 쫓아낸 윌은 숀 교수와 그의 사별한 아내를 모욕하기까지 하지만, 숀 교수의 노력으로 차츰 마음을 열고 상처를 극복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윌은 학대와 외로움으로 점철된 불우한 어린 시절이라는 자극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되죠. 이러한 폭력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먼저는 타인을 향한 폭력이죠.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을 일삼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식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려고 합니다. 숀 교수와의 첫 대면이 이러한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죠. 

 두 번째로 자신에게 스스로 가하는 폭력, 즉 자기 파괴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삶의 목표 없이 인생을 낭비합니다. 또한 스카일라와의 관계에서 처럼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 줄까 봐 먼저 상처를 주고 떠나는 모습 등 결국 자신에게 상처 주는 행위 반복합니다.


  이러한 윌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고,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크게 두 형태로 나뉘죠. 환경을 바꾸려는 램보 교수 그리고 상처를 치료해 주어진 환경에서 알맞은 반응을 하게 만들려는 숀 교수가 있습니다.

숀 교수와 램보 교수

  램보 교수는 윌의 환경을 바꾸면 상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같이 유한 수학을 연구하고, 누구나 탐낼만한 일자리를 소개해 줍니다. 하지만 윌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잠재적으로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것들이기에 거부하고, 밀어냅니다. 정보부와의 면접에서 다소 지나칠 정도의 상관관계를 들먹이며 거절하는 모습이나, 함께 스탠퍼드로 가자는 스카일라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을 통해 이러한 윌의 반응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결국 환경이 바뀌어도 윌의 반응은 바뀌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숀 교수는 환경이 아닌 윌 자체를 바꾸려는 사람입니다. 윌의 마음을 만져주고, 위로해 주며, 응원합니다.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다독여 주며 공감해 줍니다. 윌이 상처를 극복하고 삶의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해주죠. 숀 교수의 노력 끝에 결국 윌의 반응은 변화하게 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작품 안에서 윌의 심리와 내면을 상징하는 것은 윌의 집입니다. 그 누구도 들이려 하지 않고, 실제로 윌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 집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처키조차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릴 뿐이죠. 영화의 대사처럼, 상처로 인해 더럽혀진 돼지우리와 같은 곳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어 떠날까 봐 두려워 자신의 마음 안에 제대로 들이지 못하는 윌의 마음을 상징하는 곳이죠. 

작품 안에서 그 누구도 들인 적 없는 윌의 집

  그리고 윌에게 상처를 주는 환경을 상징하는 곳은 윌이 사는 남부 보스턴입니다. 윌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상처 속에 살며, 떠나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즉 자극은 한 사람의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태어날 곳을 선택할 수 없듯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극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숀 교수가 윌에게 했던 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 윌의 상처를 감싸는 말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처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했지만, 그 모든 상처는 결국 윌의 잘못이 아니니깐요. 그리고 윌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그를 믿고 매일 같이 그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준 친구 처키 덕분에 결국 윌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자신의 상처에서 떠나 스카일라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작품의 명대사를 꼽자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위에서 잠깐 언급한, ‘it`s not your fault,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처키의 ‘20년 후에도 나랑 같이 이러고 살면, 너를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 또한 저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기에, 지금 까지의 상처는 너의 잘못이 아니지만, 앞으로의 선택은 너의 잘못이라는 연결된 메시지로 들렸거든요.

"20년 후에도 나랑 같이 이러고 살면, 너를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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