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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Nov 18. 2021

회사에 기대가 너무 높으면 적응을 잘 못하더라고요

회사보다 자신의 비전에 기대가 높은 직원을 채용합니다  

 몇 년 전,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 하고 있는 일의 퍼포먼스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지금도 성업 중이며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회사인데, 그래서인지 내부에서 "만족스러운 회사생활", "성과와 보람을 추구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한 고민이 많은 회사이기도 했다. 당시의 팀장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도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회사의 비전은 CEO가 회사를 차리면서 꿈꾸는 이상일 수 있어요. 당연히 구성원들도 거기에 동의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것이고, 저도 어느 정도는 회사의 비전에 동의해요.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에서 일을 하다 보면 회사의 비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일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희 회사는 다이어트 회사지만 저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요. 날씬하고 자신 있어서가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야근이 잦고 식사를 거르게 되기도 하고요. 매월 고객들이 서비스 신청을 하는 기간에는 새벽까지 야근을 하기도 하고, 고객과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마음관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회사의 비전은 "Love myself" 지만 일을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그게 어렵죠. 회사에 고객으로서 깊이 감동한 지원자는 스타트업의 이러한 현실을 경험하고 외려 더 많이 실망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회사가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비전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저는 팀장으로서 완성도 높게 일하는 팀원을 들이지 못한다면 제가 그만큼의 일을 더 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비전에 동의하는 팀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더 선호하게 돼요. 회사가 유명해질수록, 회사의 비전에 감동해 지원하는 지원자가 많은데, 고객과 직원의 입장은 다릅니다. 차라리 회사를 잘 모르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한 지원자가 저는 더 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스타트업의 업무 강도와 완성도 높은 일처리에 대한 필요를 그대로 드러내는 팀장의 현실적인 속내였다. 과연 회사에는 CEO의 취지와 회사의 비전에 대해 같은 결로 건강한 습관을 만들며 다이어트에 매진하며 일하는 사람도, 혹은 회사와 반대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가며 일과 삶을 분리해 일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물론 삶의 방식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일과 삶의 결과 방향을 일치시키길 바라겠지만(삶에서도 만족스럽고, 일하면서도 자신의 삶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실제의 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차원에서 일의 결과, 성격,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합, 퍼포먼스의 의미, 방향, 비전을 고민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팀장의 입장에서 직원이 '만들어내야 하는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객의 입장을 직원의 입장으로 착각하며 일을 한다면 난감할 터다. 


 실제로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 때문에 이 회사는 신규 입사자를 채용하면 3개월의 인준 기간을 거친다. 구성원도, 신규 입사자도, 서로 일하기 좋은 동료와 환경이 될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는 것이다.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다" 고 일컫는 회사다. 그래서 3개월을 보내며 구성원과 신규 입사자는 일하는 방식의 결을 맞춰보기도 하고, 치열하게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회사의 비전을 구성원의 정신 모델로 오해 석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이를테면 회사에 대한 팬심이 커서 이상적인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관계를 기대하고 온 구성원) 이들의 기대치가 더욱 커다란 목적에 부합하는 정신 모델 II로 진화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회사에서는 그러한 작업을 위해 한 달에 한번, 희망자에 한해 CEO 면담 신청을 받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는 'Love myself'를 모토로, 건강한 먹거리, 휴식, 운동을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다이어트를 하도록 돕는 것'이 비전인데, 직원인 저는 왜 'love myself'를 할 수 없죠?" 

라고 묻는 직원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 직원이 생각하는 Love Myself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 음식, 휴식, 운동,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해 CEO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며 이것들을 나누는 행위 자체는 고객이든 직원이든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 직원이 질문 속에서 교묘하게 숨겨놓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무엇 때문에 Love Myself를 하지 못한다고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셀프로' 사랑하는 행위는 어떤 외부 요인 때문에 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타트업 특유의 야근, 업무 과잉, R&R의 불명확, 일을 찾아서 수행해야 하는 구조의 난해함, 불충분한 커뮤니케이션 등 리더가 놓친 환경들이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직원은 Love Myself를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 스스로를 사랑하며 일하는 업무 환경을 위해 직원이 원하는 것을 파악한다. 야근이나 업무 과잉이 부득이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환경의 개선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개선이 가능한 것과 개선이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 가능한 것에 대한 조치방안과 개선이 불가능한 것에 대한 공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리적이나 제도적인 요건, 조직문화를 이끌어내는 공통의 규칙 들은 개선이 가능할 수 있으나 대체로 업무 만족도, 보람, 일에 대한 비전 등은 회사차원에서는 개선이 불가능하며, 직원 개인의 몫이다. 따라서 개선이 가능해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것들과 개인의 몫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을 구분한다. 또한 개인의 몫에서 의미 부여해 일에 임할 수 있는 생각의 방향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유도하며 서로의 입장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개선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개인의 몫으로 방치하는 것은 리더십 차원에서는 무책임한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므로 주어진 업무와 보직 역할에서 요구되는 일의 본질을 명확화 하고,  개인차원의 고민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리더의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3) 서로에게 Win-Win이 될 수 있는 옵션은 단순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거래 형식으로 윈윈 전략을 짜기보다는 서로가 일하며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 비전을 다시 제시할 수 있다. 직원이 원하는 Love Myself 사이 숨겨진 욕구를 알아낸다고 해서 들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다. 직원 충원, 월급 인상, 야근 축소 등의 지엽적인 문제 해결은 직원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CEO가 자신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느껴지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CEO가 원하는 업무 퍼포먼스가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직원의 퍼포먼스는 기업의 생존 가부와 직결된다)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리더의 정신 모델 II를 제시해 직원의 오해를 바로잡고, 이 기업이 계속해서 유지 존속되어야 하는 이유와 직원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업 역할에 대해 본질과 목적을 제시해야 한다. 


4) 객관적 양식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 직원과 CEO의 대화에서 드러난 결과는 객관적인 양식으로 공유되고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직원이 Love Myself라는 말속에 숨겨둔 일의 의미와 방향을 챙길 수 있도록 지지하는 환경 하에서 CEO가 노력해왔던 부분들, 합의사항, 실천계획 등을 피드백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간 체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뉴 노멀 시대에 들어서 기업의 생태계는 대기업에서 강소기업으로, 거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근로자 역할이 점차 중요해졌다. 그만큼 CEO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고,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 역시 경영 과정에서 많이 마주치게 될 것이다. 소위 '착한 기업' 이 사랑받는 시대에 기업을 사랑하는 고객이 기업의 구성원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더욱 많아질 텐데, 이상과 현실의 갭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기업에 대한 호감을 일하는 방식에 녹이고, 적절한 경영자-근로자 행동의 양식을 찾아나가려는 소통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진다(하지만 너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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