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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Oct 21. 2021

진정성이라는 말속에는 '사랑' 이 숨겨져 있다

사명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일궈내는 진심 어린 리더십 

"뭐시 중한디" 하는 관용어구가 있다. 영화 <곡성>에서 어린아이 역할을 했던 배우가 귀신 들린 역할을 소화하며 아버지에게 일갈했던 대사다. 워낙에 연기를 맛깔나게 하기도 했지만, 대사 자체가 본질을 잃고 표면적인 것들만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와 맞물려 유사한 상황에서 계속 입에 오르내리는 관용구가 됐다. 무엇이 중요한가.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라 강조되는 것들은 언제나 너무 많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따라 믿음, 소망, 사랑, 건강, 경제적 자립, 직업적 사명, 가족, 생명존중 등등 많기도 하다.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방향을 다듬고 또 확고하게 지켜내고자 애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세상살이 속에서는 하나를 지키려다가 다른 하나를 역으로 저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지켜내고자 애쓴 행동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때 삶의 스토리의 주인이 되어 확신을 갖고 내가 지켜내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나를 돌아보는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혹은 놓쳤던 다른 무언가를 발견해 나의 진정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를 만나게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삶 속에서 쌓아오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명에 대해 일관성 있는 확신을 갖고 사는 것이다. 


 <감성지능과 리더십>이라는 교양과목의 교수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어떤 과목을 맡든, 대학에서 15주간 수업을 나누는 경우에는 해당 과목의 핵심 가치를 정해 공유한다. 한 학기 동안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겠지만, 핵심가치들만 기억하고 삶에 담아낼 수 있다면 이 수업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가르친 나로서도, 배운 학생들로서도 세 가지를 이 수업의 본질로 정해 닻을 내리고, 그 외에 공유되는 수많은 감성과 감성지능, 공감능력, 리더십에 대한 지식들로 본질에 살을 붙이는 한 학기를 가져가 보는 것이다.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것 만으로 학생들은 본질의 개념과 가치에 대해 한번 더 이해하게 되고, 수업 시간에 공유하는 내용들의 의미와 수용 에 대한 유연성이 커진다. 


 내가 이 과목에서 공유하는 핵심가치는 '확신', '이해', '공감'이다. 의사 결정 과정이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혹은 자신의 존재감을 생각할 때 스스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쌓아 온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신 있게 믿기. 내가 나를 믿기 위한 조건은 따로 필요 없지만 나를 확신할 수 있는 내 삶의 핵심가치는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무언가 주장할 때,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으려면, 함께 하는 사람과 최선을 고민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민이 자신의 가치관 하에서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방법' 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생각의 뿌리로 내려가 보면 선한 의도가 있다. 선하고 단단한 의도 위에 빚어지는 행동은 여러 사람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확고한 존재의식을 바탕으로 가치관이 이끄는 방향 대한 확신을 갖고, 다만 그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할 수 있는 태도가 내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확신'의 의미다. 


 두 번째 핵심가치인 '이해'는 확신에 기반해서 이루어진다. 내가 나의 존재의식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타인도 역시 그 나름의 존재에 확신을 갖고 우리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가 보이는 말, 행동, 태도 등에 다소 동의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역시 귀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의 삶 속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말과 행동들을 존중할 수 있다. 존중은 동조와는 다른 의미라, 상대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다면 상대의 결정에서 놓쳐진 부분을 알아차리고, 대화와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삶을 위한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지인의 존중이 수반된 삶 조언은 언제나 삶에 훌륭한 양식이 된다. 


 세 번째 핵심가치인 '공감' 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에 기반해 일어난다. 아주 표면적인 하나의 감정, 하나의 말, 하나의 행동을 공감하는 것만으로 공감은 충분하지가 않다. 시시콜콜 가십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공감의 추임새는 공감이라는 개념이 전하는 가치의 100분의 1도 실현시키지 못한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가 귀한 존재며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서 녹록지 않은 시간을 매 순간 진심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더 큰 세계관을 갖고 세상의 존재를 위한 비전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된다. 


 타인과 진심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덧대어 더욱 빛나는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리더십은 이렇듯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 확신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속에서 공감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확신을 확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품성을 다듬고 돌아보며 치열하게 제련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자의로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다. 세상의 밸런스든, 조물주의 뜻이든, 필요해서 있는 존재다. 다만 세상 속에서의 필요를 진심 어린 노력으로 찾고 그를 실천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나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것인지 안타깝게도 삶은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알 수 있는 단서는 우리가 혼자서 살아가고 있지 않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성장을 향한 노력이 우리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의 나는 더 이상 내 입에 배부르고, 내 등에 따뜻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존재감을 추구할 수 없다. 진정성 어린 리더십은 특정한 리더를 위한, 혹은 특별한 사람만 갖출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세상을 진심으로 더불어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갖춰야 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 탐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다져야 하는 삶의 태도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늘 이들이 만들어 낼 삶의 스토리가 얼마나 아름다울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자신에게 참(True to Oneself)이 될 수 있는 진정성은 어찌 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랑의 마음에서 온다. 자신을 채찍질하고,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끝내 남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혹은 자기 내면의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은 진정성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서로를 지치게만 할 뿐이다. 진짜 진정성은 추구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해 확신이 강해지고, 타인을 아우를 수 있는 에너지가 더욱 커진다. 어쩌면, 진정성을 갖고 세상을 대하는 리더십과 사명을 향한 진성의  행동은 세상에 사랑을 더 충만하게 하는 아름다운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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