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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Apr 22. 2020

하고 싶은게 많아서 식욕이 터진다.

운동심리학 기반 감성공감에세이

식욕이 팡 터져버렸을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팡 터져버렸다.  

왜 그렇게 터져버렸을까. 허전해서. 슬퍼서. 외로워서. 잘 모르겠어서. 흔들려서. 나를 믿을 수 없어서. 내가 미워서.


터져버린 식욕은 한동안은 굉장히 무서웠다. 찔까봐 무섭고, 맛도 없는데 그냥 먹고싶고. 먹고싶은게 무섭고. 무서워서 먹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막먹어. 이런 느낌이랄까. 먹을 때도, 먹지 않을 때도, 먹는 생각만 했나보다. 아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의아할 이야기. 어떻게 그러나 싶을지도. 지금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그랬을까 싶으니까.


생각해보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어찌 풀어야할지 몰라서 그랬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면, 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해야 할텐데, 풀어낼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감정은 막 울컥울컥 치솟아 오르는데, 잠깐만- 나 건강한 방법 좀 찾아볼게- 할 여유 없이 몰아닥쳐서 습관처럼, 빠르게, 즉각적으로 달래질 뭔가를 찾았다.


감정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며 내가 왜 이럴까 하염없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은 오로지 나만 나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었다. 그러니까, 식욕을 외부의 그 무엇으로 틀어막기보다, 내가 나에게 물어봐야 했다.




나는 하고 싶은게 참 많았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하지 않고, 그냥 막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짠' 하고 보여줄 결과를 생각하며, 결과와 함께 드러난 나를 자랑스레 보여주고 싶어서, 하고 싶은 것들의 과정을 참지 못하고 결과만 내고 싶어 전전긍긍했다. 완벽한 결과를 내기엔 항상, 나는 부족한게 너무 많았으니까. 기대하는 결과를 쪼개고 쪼개면 결국엔 '하자!' 가 나온다. 그런데 쪼개는 힘도, 해보는 힘도, 과정을 감내하는 인내력도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게 많으니.


어쩌면 몸이 마음에게, '하고 싶은게 많다고? 에너지가 부족한거야? 그럼 더 먹어야지! 더 먹어!' 하는 반응이 식욕인지도 모른다. 에너지는, 먹어서 얻는 에너지 말고도 시간, 고민, 시스템, 자원, 사람, 정보 등등 다양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립의 굴레에 빠져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 왔던 외로운 나로서는, 에너지를 얻을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가 필요한데, 내가 구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는 빵 뿐이었다. 예수님은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 것 같다).


뭔가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역시 나에 대한 책임감이다. 방법을 찾는 일에 소홀하면, 몸은 하고 싶은 마음을 돕고 싶어 자기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려고 안달이 난다. 가령 잘 먹도록 욕구를 발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몸의 고마운 신호를 받아 잘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쓰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몸에게 체지방으로 답하는 격이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먹고 싶다면, 뭔가 해야 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사실은 뭔가를 찾고, 해야 충족되는 공허감이다. 그건 나 스스로만 스스로에게 채워줄 수 있다. 내 터져버렸던 식욕은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며, 매일의 일상규칙을 꾸준히 기복없이 지키는 사이 스르르 잠잠해졌다.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할만큼, 이제는 먹을 수 없다. 먹은 에너지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 외에 할 게 너무나 많다.


뭘 먹으면 빠져요? 어떻게 먹으면 빠져요? 의 답은,
사실 너무너무 심플하다.


공복 시간이 길면 빠진다.
채소를 식사 비중에 높이면 빠진다.
정제탄수화물을 줄이면 빠진다.
탄단지영양균형이 자신의 몸에 맞게 잘 조합되면 빠진다.


적당한 식사의 원칙은, 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원칙과 일맥 상통하다. 잘 먹은 다음에는 잘 움직일 수 있어야한다. 잘 먹었는데 잘 움직일 수 없었다면, 움직임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한 것일까봐 몸은 움직임을 위한 영양보충을 챙긴다. 배가 부른데 뭔가 더 먹고 싶다는 신호는 몸이 당신에게 보내는 무한한 사랑의 신호. 정답고 넉넉한 시골할머니같은.


"부족하면 더 챙겨줄게. 더 움직일 수 있게, 충분하게."
(여기서, 하고픈 일, 해야할 행동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몸이 챙겨주려는 메세지에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사랑에도, 나만의 '하기' 를 위한 적정선은 내가 챙겨야 한다.)


"아니, 충분히 먹었어요. 이제 할 일을 해볼게요."
를 할 수 있다면, 몸과 마음은 건강한 밸런스를 찾는다. 그러니까, 체중계를 바라보며, 내 앞의 접시를 바라보며, 더 찌고 빠지고, 더 먹고 덜 먹고를 고민하기 전에, 오늘의 밥값을 해내는 나의 역할에 대해, 나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잘 먹고, 잘 쉬고, 잘 움직이는 삶.
먹고픈 욕구도, 쉬고픈 욕구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적당히 잘 챙겨지는 삶.


이게, 건강한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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