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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Oct 06. 2022

어디까지 공감해야 하나요

멘탈트레이너의 사명, 잠재력에 대한 공감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삶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한창 전도유망한 선수로 살아가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상을 당해 삶 살이가 달라진 사람도, 한 갈래에 속한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심리상담 연수 과정의 [개인-팀 상담 실제] 과목 교강사로 강의를 하러 가게 됐다. 학습 대상자들은 한때 선수 생활을 하다 장애를 겪게 되었거나, 장애를 지닌 채로 장애인 선수 활동을 했던 선수 출신의 예비 스포츠심리상담사들이다. 신체장애, 지체 장애 등 장애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조금 고민하다, 그들이 [활용할 수 있을] 스포츠 심리상담 기법과 스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교육의 목적이 힐링이 아닌, 상담스킬 연수에 있기 때문이었다. 장애라고 규정한 '다름'에 매몰되어 공감을 한답시고 교육시간의 본질을 놓칠 수는 없다. 



다양한 교구와 아이스브레이킹, 직접 상담한 사례와 상담 기법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집단상담 형태의 실습을 이어나가는 시간이 편안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질문. 


"강사님, 저희처럼 사고나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아픔과 상처에는 스포츠심리상담사로서 어디까지 공감해야 하나요?"


[상담할 때 상대의 아픔이나 상처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요?] 


"네. 제가 겪은 아픔때문엔지 감정 전이가 많이 됩니다." 


[상처가 있는, 아픔이 있는 사람으로서 상대를 공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타인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그는 그 나름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단, 상처로, 아픔으로 그를 이해하는 데 멈추면 안 됩니다. 멘털 트레이닝은 다른 심리상담과는 달리 뚜렷한 방향과 목적을 두고 내담자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과 코칭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픔에 대한 공감보다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라는 데에 공감해 주세요.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그의 가능성에 공감해주세요. 그는 상처에도 공감을 원하지만 이겨내고 싶고, 이겨낼 수 있다는 에너지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그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감해주세요.


그것이 저는 멘탈트레이너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누구보다 상처를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이미 탁월한 멘탈트레이너의 과정을 거치고 여기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픔을, 속상함을 공감받고 싶은 이유는, 아픔을 떨쳐 내고, 속상함을 이겨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아픔이 되고 싶고, 속상함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결국 아주 커다랗게 느껴지는 고통과 아픔을 지나 보내고, 자기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공감하고 끌어올려주는 존재들이다. 


자기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자기다움을 향한 공감은 언제나 기분이나 마음에 대한 공감보다 본질이라 믿는다. 공감하는 사람에게도, 공감받는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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