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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an 30. 2023

다이어트 중 외식,
무너지지 않고 즐기기

나는 내면과 얼마나 따듯하게 연결되어 있을까. 

 1월 30일, 해가 바뀐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올해, 나름대로 목표는 #바디프로필을 찍는 거였다. 운동과 식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남녀를 막론하고 많이들 찍기도 하고, 조금 유행이 지난 것 같기도 하다.
운동과 건강전문코치로서 도전하기엔 조금 늦었으려나. 몸자랑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새삼스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에선 전문성을 사진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설 연휴가 끝나고 나름 바디프로필을 알아보며 내 마음속 D-day를 정하고, 한 달 정도 건강한 식단을 챙겨보기로 마음먹었다. 


 바디프로필을 결심하고 나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막상 나는 비싸서 스튜디오를 서칭 하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새벽 요가/명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무료로 프로필 촬영을 지원해 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다. 돌아오는 2월 말에 촬영 예정이라고. 고맙고 반가워서 신이 났다. 이런 감사함은 주변에 나눠야 덕이 더 커진다. 2월 말까지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운동심리상담사로 함께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갈 무료 모임을 기획해 함께 하실 분들을 모집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건강한 습관도, 건강한 몸도 나누기 위해서다.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 선언을 만천하에 한 셈이 되었다. 


보통은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나 이제부터 식단 하기로 했어!" 하고 주변에 선언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알면 도와주기도 하고 조심해주기도 하게 되니까. 게다가 나도 의지를 다지게 되고.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주변에 이렇게 결심을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장애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선언 후 주변 사람들의 리액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배려받는 것, 타인이 나를 챙겨주는 것을 고마우면서도 잘 받지 못하는 성향이거나, 거절하거나 갈등이 생길 수도, 혹은 상대가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향의 소유자라면 주변에 굳이 선언을 하고 뭔가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 나로 말하자면, 대체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지만, 소중하다 느끼는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에는 영향을 받는 편이다. 그러니까, 아주 친하거나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 혹은 SNS에서 만나는 지인들과는 다이어트 중이라고 밝히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생활에서 마주치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의 다이어트 선언으로 인해 메뉴나 회식일정을 바꾸는 것에 영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다이어트 선언을 하고 난 후, 주말에 술약속이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차도 마시고, 저녁식사도 하는 따뜻하고 꽉 찬 일정이다. 이런 때에 나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강조하느라 불편한 상황을 택하기보다, 무엇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지를 챙겨보는 편이다. 일단 점심에 고구마에그슬럿을 가볍지만 포만감 있게 챙겨 먹고, 속을 든든하게 채운 채 만난다. 미술관에서는 온전히 그날의 무드와 분위기, 작품감상에 주의를 기울인다. 많이 웃고, 많이 나눈다. 상대의 좋은 면, 지금 나누는 즐거운 이야기들을 한껏 즐기다 보면 시간이 흐른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둘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닭가슴살 고구마 채소를 먹는 것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몸과 마음의 불필요한 기름기를 빼는 데 훨씬 더 유익하다. 미술관을 둘러보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제법 큰 미술관이다 보니 왠지 출출하기도 하다. 카페에 가서 직관적으로 당기는 음료를 고른다. 시그니처가 있는 곳이라면 시그니처 음료를, 별다르게 끌리는 음료가 없다면 아메리카노나 허브티를 고른다. 시그니처 음료는 대체로 달달하거나 묵직한 크림이 첨가된 음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는 나는 굳이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음식이든 남김없이 다 먹을 필요는 없으며,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 맛을 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데 참는 거야" 하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몸은 먹을 만큼 먹고 멈춘다. 이 날, 견과류 크림이 얹어진 이 집의 시그니처 아인슈페너를 나는 1/3밖에 마시지 않았다. 더 마시기엔 부담스럽게 묵직한 크림이었다. 그러나 1/3 정도 마시기에 딱 향긋하고 적당한 달달함이 딱 좋았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저녁식사는 유명 족발집의 본점. 유명한 곳인 만큼 맛도 훌륭한 곳이었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기본 족발과 매운 족발이 반반, 막국수가 함께 곁들여 나오는 세트. 막걸리를 시켰고 나는 천천히 꼭꼭 씹으며 배가 적당히 부를 만큼 먹었다. 즐거움에 집중한 덕분에 (다이어트 중엔 너무 많이 먹어도 즐겁지 않을 것이 뻔하다) 적당히 양을 조절하며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주변에 굳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선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적당하게 양조절을 했다. 온전히 나를, 그리고 오늘을 즐겁게 챙긴 시간이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즐거웠던 흥이 아쉬워 뮤직바에 갔다. 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몸짓으로 리듬을 타기도 했다. 건강한 움직임이 쌓였다. 아주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이렇게 외식을 하고 나서 산책을 하거나, 뮤직바에 가거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등 배를 꺼뜨리는 형태의 움직임을 추가한다. 일부러 챙기던 행동이 이제 안 하면 불편한 습관이 됐다. 토요일의 뮤직바는, 먹은 음식이 다 소화되고 땀이 주르륵 흐를 만큼 역동적인 선택이었다. 


 무너지기 쉬운 날, 더 즐겁게 건강을 챙긴 기억을 잘 챙겨놓으면 건강한 습관 만들기는 더 쉽다. 메뉴보다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이 삶이다. 끼니를 굶어서 날씬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체형도 중요하지만 삶의 기쁨과 행복은 더 중요하다. 하물며 체형은 건강하게 다듬는 것이 가장 좋다. 가장 건강한 몸이 가장 예쁘다. 가장 건강한 몸은 잘 웃고, 잘 놀고, 몰입하고, 감사할 줄 아는 몸이다. 자연스럽게 마른 몸이 아닌, 말리느라 마른 몸은 예민하고 건조하다. 감사함이 부족한 몸이다. 불안과 욕심이 담겨 부어오른 몸 역시 감사함으로 부기를 빼주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나와의 섬세하고 건강한 소통체계가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가볍게 먹고, 신나게 움직이고, 많이 웃다 보면 삶에 충만함이 쌓인다. 불필요한 감정, 생각까지 모두 빠지고 비워져야 비로소 편하게 몸을 건강하게 비우고 채우는 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외식 다이어트의 과식 유혹에 가장 좋은 약은, 역시 감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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