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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n 11. 2020

시대의 어른

걷다가 쓴 생각들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대다. 코로나19이후, 그나마도 예측할 수 있는 것들마저 혼란의 도가니속으로 딸려 들어가버렸다. 가장 혼란스러울 때는 고전을 보라 했는데. 지금의 혼란이 전대미문의 무엇인 것 같아도, 실은 사람 사는 것은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라고.


사람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걸 발견하는 통찰은 오랜 경험에서 이루어질 터다.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아파하는 사이, 아픔을 보듬을 묘안을 생각하는 사이, 고통을 치유하는 무언가가 삶의 정수임을, 본질임을 깨닫게 하는 체험적 사유는 여간해서는 글로 배울 수 없다. 

 

체험은 파편이 아닌, 흐름이다. 시내가 샛강이 되고, 샛강이 모여 큰 강이 되고, 이내 바다로 흘러가듯, 작은 경험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해결책을 모색할 때 활용하는 자원 조달의 패턴, 삶을 살아내는 생존 전략은 작은 관계와 경험이 층을 이루듯 쌓여 개인의 나력에 주름을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파편적 혼란을 파편적 정보로 해결하려고 한다. 뷰 수가 잘 나오는 유튜브 영상은 대개 투박하고 직관적인 ‘~의 기술’, ‘~의 전략’ 이다. 그러나 표면적 전략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마치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에서 일컬은 ‘한밤중의 싸움은 건빵으로부터’ 의 일화를 보는 것 같다. 죄수들이 밤에 싸우지 못하게 아무리 감시를 해도, 혼자서 몰래 돌아누워 우걱우걱 얄밉게 건빵을 씹는 동료 죄수를 향한 얄미움은 사라질 리 없다. 탁월한 간수가 “밤에 죄수들이 싸우지 않게 하는 백전백승의 감시 전략”을 연구해 학계에 발표한다 해도(그럴 리도 없지만), 죄수들은 밤 대신 낮이나 아침에 싸우게 될 터다.


혼란한 시대에, 삶 속에서 켜켜이 쌓인 경험을 체험으로, 통찰로 녹여내는 구루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자칫 통찰을 얘기하려다 “나 꼰대인거 아냐” “나 ‘라떼는말이야’를 하고 있는 거 아냐” 하는 시니어계층의 자기 검열 속에 진흙속 진주같은 통찰이 고개를 내밀기 어려운 시대다. 이 와중에, #밀라논나 할머니의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의 유튜브엔 대단한 고급지식은 없어도, 잔잔하게 드러나는 삶의 내공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 혼란과 혼돈 속에서 생존한 일대기가 묻어난다. 그녀의 삶으로,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튜브를, 어른들이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들은 영상을 일방적 소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라 생각한다. 틈만 나면 세대차이의 장벽을 세워 놓고, 심리적인 견고함인데도 결코 깰 수 없다 생각하던 휴전도 전쟁도 아닌 벽에 틈을 낼 수 있는 고마운 수단이다.


밀라논나 말고도, #지식생태학자유영만의Youtube (매일 고민한다. 죽은 지식을 깨우는 컨텐츠의 결), #박막례할머니 #박민수박사 #이천희망tv 선배님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시대와 소통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멋있다. 이 시대에,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다. #꼰대말고


링크는 추천하는 '어른의 유튜브채널' 

밀라논나 https://www.youtube.com/channel/UCXXlcPH1stsP3VwYG90s4wg/featured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kecologist 

박민수박사 

https://www.youtube.com/channel/UCc-6X3Z4msYR9Qt1vF4XH2g

이천희망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j3OT-EQWuBRMe7muXwxe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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