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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n 16. 2020

요리를 했다

명상일기 

요리를 했다.

아주 오래간만에 요리를 했다.
만드는 내내 맛있을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실력 때문이 아니라, 따뜻한 밥이라서.  

맘 맞는 사람과 더불어 직접 만든 요리를 먹는 즐거움을 오래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밥의 의미는 ‘나눔’이다. 대화나눔, 지식나눔, 통찰나눔. 여러가지 생각 나눔.


먹으며 궁금해하고, 먹으며 경청하는.
누군가와 먹는 밥에서는 대화가 반찬이기에,
밥맛 나는 상대는 좋은 반찬을 주는,
실체적 영양분과 마음의 영양분을 함께 나누는, 고마움이다. (그래서, 누군가 손수 밥을 해준다면, 정말 고마운 반찬이 되기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애쓸 필요까지는 없지만)


연구소에, 허브솔트와 올리브오일이 생겼다.
오래도록 조미료를 써본적없는 내가 오래간만에 산 식재료들. 그리고 계란함량이 높은 딸리아뗄레. 넓고 납작한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직접 만들면 양을 적게 조절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허브솔트에 밑간해 연어 스테이크를 구웠다.


생각보다 행복해서, 요리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졌다.
만든 요리를 나누며, 존재론과 실존주의에 대해 얘기하며 나눴던 시간이, 손님이 돌아간 후에도 야경과 함께 반짝였다.


말 통하는 상대가 귀하다. 점심에 왔다간 이도 같은 말을 했다. 통한다는 말의 의미는 대체 뭐가 통했다는 걸까. 아픔이 통하고, 침묵이 통하고, 공감이 통하고, 생각이 통하고, 취향이 통하고. 이 복잡다단한 모든 것들이 통해야, 결국 ‘통한다’ 는 한마디로 표현이 되는 걸까.


그냥. 통했다는 건, 머무는 시간이 편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편한.


다가오는, 혹은 멀어지는 무언가가 아닌 그저 편함은 어떤 내공을 쌓아야 누구에서건 느낄 수 있게되는 걸까. 숙제가 많다. 반가운 손님들과 편했던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나도 누군가를 조건없이 편하게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박한 한 그릇 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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