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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Sep 02. 2023

상처의 기억을 몸으로 마주하는 법.

새날청소녀 쉼터 청소녀 대상 바디풀니스 코칭후기


만일 당신이 기억 속에 상처를 담고 있다면, 몸은 상처를 어떻게든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감정은 몸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깁니다. 장기가 딱딱하게 굳거나 무기력해지고, 손발이 건조해지거나, 몸의 순환을 스스로 막거나 방해하는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에 만연함을 생각하면, 우리 몸이 아픈 것은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는 면역시스템이 깨지는 것을 질병의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상처 입은 마음, 슬픔, 분노, 절망, 무기력 등은 우리 몸이 유기적으로 자정작용을 하는 것을 막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슬픈 감정은 장을 무기력하게 하여 소화 흡수 및 배출을 느리게 하고, 분노는 간을 피로하게 하여 해독작용과 휴식을 방해합니다. 두려움은 신장을 압박하여 체액의 건강한 순환을 막고, 자기를 존중하고 보살피는 마음이 결핍되면 심장의 활동이 위축됩니다.


우리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은 내가 어떤 감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그로 인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어 줍니다. 이때 나를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약한 부분을 문제로 들여다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가령 혈압이 높거나, 근종이 보이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로 접근하면 우리 몸은 근원적 원인(오랜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트라우마의 해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마음습관의 연속 등)을 찾아 풀어내지 못한 채 약이나 시술, 수술 등의 방법을 찾게 됩니다. 높은 확률로 이 방법을 써서 치료를 시행한 이후에도 재발합니다.


원인을 찾는 것을 잠시 멈추고, 아픈 몸을 지탱하기 위해, 해롭고 탁한 생활습관에도 있는 힘껏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몸에 한껏 감사해 봅니다. 감사 이전에, 지금의 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자기 인식이 먼저 필요합니다.


어제 <새날 청소녀쉼터>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체상을 만들어보고, 나와 닮은 롤모델을 찾고, 내 차크라에 돌고 있는 각각의 에너지센터의 컬러를 직관적으로 칠하며 활성화된 센터와 비활성화된 센터를 찾아보았습니다.


열심히 참여한 몇몇 소녀들은 신체화 반응이 드러나 힘들다 느껴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외려 이 시간을 진지하게 참여한 반응이라 느낍니다. 몸과 마음에 쌓인 강한 트라우마는 제대로 직면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숨이 잘 쉬어지지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눈물이 계속해 흘러내리게 하기도 합니다. 때론 자기 인식과 수용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온전히  살아나가는 일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또한 자기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솔직하고 투명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상처를 돌보고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픕니다. 몸과 마음에 직면할 용기를 편안한 가운데 끌어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어린 여성 청소년들, 소위 소녀들의 상처 입은 삶 속 트라우마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용기 낼 수 있는 마중물을 부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온정을 보태주세요. 아이들의 신체심리 치료에는 많은 자원이, 시간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그 가능성은 아이들이 건강한 자기 인식의 과정을 거쳐야만 더 아름답게 실현될 수 있을 거예요.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기여하는 행동은 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새날청소녀 쉼터 후원신청링크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C901wIcwzd6xm1_5yTRwuXOTd3eopzGLFFaSz_JoufEHKWg/viewform?usp=send_fo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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