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림 Oct 12. 2023

건강한 '쉼'의 기술

쉼은 삶의 주체를 '나'로 데려오는 시간이다. 

 ‘쉬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잘 쉬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잘 쉴 수 있다면, 사실 쉬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쉬어도 쉬어도 자꾸만 쉬고 싶다면, 오히려 당신의 ‘쉼’ 은 당신을 온전히 쉬게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쉼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의하고, 삶에서 필요한 쉼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쉼은 쉽고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독자님들에게 ‘쉼’을 어떻게 전하고 설명할지에 대해 많은 부분 망설여지는 이유는 ‘정말 쉼이 어렵기 때문’이다. 쉼이 어렵다는 것은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2022년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약 900여 명의 응답자들 가운데 87.9%는 직장 생활을 하며 번아웃(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겪는 극도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나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법무사>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쉬고 있을까?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점점 중요해지고, 휴식 관련 산업 역시 다양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컨텐트에서는 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휴식하는 ASMR 콘텐츠가 인기고, ‘멍 때리기’를 의미하는 신조어 ‘불멍’, ‘물멍’, ‘숲멍’, ‘0 멍’ 등 다양한 형태의 휴식이 웰빙이자 충전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에 활력을 더하는 충만한 휴식을 경험하고 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날로 듣기 어렵고, 번아웃, 소진증후군, 워라밸, 만성피로 등 휴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증상은 심각해진다. 필자가 기업에 강의를 나갈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쉬세요?” 


 ‘누워있어요.’, ‘넷플릭스를 봅니다.’, ‘소파에서 일어날 수 없어요.’, ‘산책을 합니다.’, ‘주말에 등산을 다녀오는 것이 낙이에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휴식이에요.’ 등 다양한 나름의 휴식방법이 있지만, 이 휴식을 통해 얼마큼 충전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이라는 책에서 휴식에 대해 적은 단상을 읽으며 필자는 왜 현대인들이 휴식을 통해 충전의 효과를 얻기 어려운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지치고 피곤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 
 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
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만큼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즉, 일상에 지쳐버린 몸을 내버려 두고 이를 곧 휴식이라고 여기는 것은 휴식이 아니라 ‘방기’인 것이다. 정성껏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에너지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가장 소중한 이를 돌보듯 살펴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 넣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휴대전화가 아니기에, 배터리를 0%까지 쓰고 그저 충전기에 꽂아둔 채 기다리면 충전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매일을 살기 위해 매우 섬세하게 작용한다. 섬세함을 삶의 시간 속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정성껏 챙기는 쉼이 필요하다. ‘휴식’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풀이해 보면, 휴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앉아 있는 모양이고,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이다. 어딘가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휴식인 것이다. 기댈 곳이 자연이라면 더욱 좋다. 독일의 뇌과학자 에른스트 푀펠은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했다. 세상과 연결되어 자신의 유능감을 드러내고, 꼭 해야 할 일들을 해내는 현대인은 이러한 일을 하는 사이사이, 자신과 연결되는 만남과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임을 알아차리고, 자기 자신의 본연의 리듬으로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무게추를 주체적으로 가져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티베트불교의 전승자 쟈 낄룽 린포체가 지은 <쉼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쉼을 통해 삶의 명료함과 단순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것이 명상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완전한 열림, 쉼, 부드럽게 집중하기, 균형’ 이 일어나는 휴식은 보다 자신을 자신감 있게 하고, 휴식을 통해 충만하게 깨어난 자신이 일상을 보다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따라서 휴식시간을 맞이할 때 우리는 일종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 시간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휴식을 통해 현대인들이 얻어내야 할 목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스트레스 상황을 끊어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진정시킨다 

스트레스로 발생한 과도한 에너지를 방출시킨다 

호르몬(화학물질) 수치를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근골격계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몸이 건강한 생리적 기능을 회복시킨다 


만일 당신이 휴식을 취했는데도 건강한 활력과 충전된 에너지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쉬고 싶고, 달리 계획이 없는데도 휴일이 끝나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면, 위의 목표들이 휴식시간을 통해 달성되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유튜브의 쇼츠영상에 빠져 업무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무념무상의 시간을 가졌던 것을 휴식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잠시 쉬는 시간이라 부르며 썼던 시간이 결코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넣는 휴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퀄리티로 영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할까?    

1. 몸과 마음을 온전히 연결시킨다. 


하고 있는 업무나 일을 잠시 멈춰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정리하고, 편안한 자세로 몸과 마음에 ‘쉼’의 신호를 보낸다. 앉은자리에서 발목, 고관절, 허리, 어깨, 목, 손목, 팔꿈치에 긴장을 풀고 온몸에 힘을 빼본다.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몸과 마음이 어우러질 수 있게 머무른다. 업무 중 휴식을 챙기는 시간이라면 잠시간 온몸에 힘을 빼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루 중 몸과 마음을 연결시킬 수 있는 휴식의 방법으로 샤워하는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샤워 중 온몸을 느끼고 지각하는 모든 감각에 집중한다. 피부에 닿는 따뜻한 물의 온도와 물줄기의 느낌, 즐거움, 물소리 등을 자각하며 마음을 풀어준다. 


 혹시 몸이나 마음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통증에 집중하기보다 아픔을 느끼고 있는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보듬어준다. 


 “이렇게 아픈데도 하루를 열심히 살았구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몸과 마음에게 고맙다” 




2. 마음을 편안히 둔 상태에서 의무와 책임이 걸려있지 않은 대상에 주의를 집중한다. 


자연 속에서, 혹은 내가 귀하고 소중히 여기는 대상, 혹은 나 자신 등 의무와 책임이 걸려있지 않은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 지금의 상태를 수용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무 의미가 없는 단어나 숫자에 집중해도 좋다. 만일 계속해서 해야 할 일들과 불편한 관계, 혹은 의무나 책임이 떠올라 주의집중이 어렵다면, 떠오르는 상념을 의인화해 속으로 대화를 나눠봐도 좋다. 


   “나를 챙겨주는 생각아,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차를 마시고 있어. 나에게 조금 시간을 허락해 줄래?” 

   “잠깐 바람을 느끼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줄래?” 


  상념과 약간의 거리감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먼 미래에 두거나 (20년 후의 나라고   생각해 본다), 멀리 외국에 가 있는 나(지금 여기가 미국 뉴욕의 맨해튼이라고 상상해 본다)라고 설정해 두고 주의를 집중해 봐도 좋다. 


3. 온전한 자기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본다. 


 휴식은 말 그대로 지친 자기 자신을 위한 쉼의 시간이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철저히 휴식의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여기서의 ‘나’는 몸, 마음, 의식을 모두 통합하여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를 돌볼 수 있는 행동을 쉼의 거리로 챙길 때, 내면이 만족하고, 정신이 만족할 수 있는 행동이면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1분이라 해도, 3분이라 해도 괜찮다. 우리는 휴식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내 주변을 둘러싼 존재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2박 3일 내는 것은 당연히 주변 존재에 영향을 준다. 물론, 양해를 구하고 그런 시간을 챙기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마음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면, 틈틈이 하루 중 10분, 퇴근시간, 점심 후 휴식시간 등 짧게나마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락하고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 나만을 위한 휴식시간을 내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꼭 막혀있거나 밀폐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도 방해금지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면의 나를 만나보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해도 좋고, 내 안에 오가고 있는 상념이나 나의 존재에 대해 집중해 봐도 좋다. 중심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연결하고, 주의를 집중할 수 있고, 온전히 나를 돌보는 마인드셋이 준비되었다면, 휴식에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참고해 볼 수 있다. 보스턴 대학교 심리학자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연구에 따르면, 1만 8천여 명의 휴식에 대한 설문참여자들이 가장 휴식이 된다고 느끼는 상위 10개 활동은 책 읽기, 자연에서 시간 보내기, 혼자 있기, 음악 듣기, 아무것도 안 하기, 산책, 목욕, 잡념, 동영상 시청, 명상 순이었다. 대부분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또한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휴식이 된다고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이 많았다. 


스트레칭·멍하게 있기·낮잠과 같은 이완 휴식(relaxation)과 동료와의 수다는 연구 결과 스트레스 해소와 생체 리듬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반면 군것질이나 음료 섭취는 큰 효과가 없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휴식의 할 거리로 선택했던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휴식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지적 자원의 회복이 방해되어 신체에 휴식의 효과를 그다지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책 역시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랐는데, 30분을 걸었던 사람들과 1시간마다 5분씩 걸었던 사람들 중 하루 중 더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룹은 후자였다. 두 그룹 모두 걷고 난 직후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으나 잠깐씩 걸었던 사람들은 그 효과가 하루종일 지속되었다고 답변했다.


건강한 휴식은 삶의 주체를 ‘나’로 돌리고,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었던 ‘워케이션’ 보다는 굳이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일상에서 틈틈이 자신을 돌보고 챙기는 휴식이 더 효과적이다. 잘 쉴 수 있다면 면역력 증진, 통증 완화, 소화기능 촉진, 근육이완 등의 신체적 효과는 물론, 심신의 여유를 통한 자신감, 자존감 향상,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마음 촉진, 세상에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유능감 향상 등 삶의 질이 윤택해진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시간도 몸과 마음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 휴식의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스하트해빗/바디풀니스 코칭 8월 클래스 모집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