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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Nov 08. 2023

전생을 불사르고 두려움을 태웠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읽고

전생은 있을까. 없을까.

잘은 모르지만, 나는 있다고 느낀다. 없어도, 그게 그저 숱한 사념의 하나라 해도 상관없다. 결국 모든 것들은 이번 생을 잘 살아가는 데 자양분이 되는 법이다. 전생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생의 기억(혹은 꿈이든)을 힌트 삼아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잘 살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느닷없이 북리뷰를 하며 전생을 운운하는 이유는, 전생의 언젠가 어느 순간에 내가 마녀로 살았던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선지 한 구절 한 구절 마치 내 이야기인 듯 깊이 담겼던 책.
전생을 굳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구절구절에 울림이 있는 책이다.




p.13 내 사랑이 영원하기에, 그 힘은 아직도 건재하다. 아테나가 죽었다 해도, 그리고 비록 지금의 내가 그녀로부터 보고 배운 모든 것을 기억에서 모조리 씻어내기를 갈망하고 있다 해도. 나는 아테나의 손을 잡지 않고는 그 세계를 건널 수 없었다.


p.18 누구도 타인을 조종할 수 없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한 사람이 상대에게 이용당했다고 불평을 하는 순간에도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p.24 자유를 갈구하는 대신 목자를 청한 이들에게 자비가 있기를! 전능한 힘을 만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스스로 찾지 않는 이들에게는 요원하다.


p.81 삶에도 정점이 있지. 정점은 가장 최고조에 이르는 지점이오. 모든 사람이 그러듯이 실수를 저지르지만 가장 어두울 때에도 마음의 빛을 결코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목표점이지. (중략) 정점은 우리 안에 감춰져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빛을 인식해야만 정점에 닿을 수 있소.


p.90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아세요? 엑스터시가 자기 바깥에 존재하는 능력이라면, 춤은 여전히 자기 육체와 접한 상태로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며 공간을 열어나가는 능력이라는 거예요. 춤을 통해서 영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충돌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거죠.


p.93 흔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주변의 공기까지 전염시키는 경향이 있지요. 


p.97  "우리 지점의 영업실적이 자네와 직원들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신장되었다고 봐도 되겠나?"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죠"


p.100 "하느님께서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혜로운 사람들에게는 숨기셨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p.101 우리에겐 각자 일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일하고,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해 일하고, 약간의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일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과정에는 항상 실망의 순간들과 힘들고 지겨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또한 그 순간들을 변화시켜 우리 자신, 혹은 우리보다 더 고귀한 무언가와 만나게 해주는 비밀이 존재합니다.


p.105 우리가 '보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뇌의 어딘지 알 수 없는 부분에 맺힌 에너지의 파동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타인과 같은 주파수에 속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그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방식을 통해, 기쁨이 전염됩니다. 열정이나 사랑 역시 전염되지요. 슬픔이나 우울함, 증오도 그렇지요. (중략) 그러므로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극을 유지시킬 장치를 고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p.109 내 경우는 춤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음과 움직임의 완벽한 차단, 즉 침묵을 통해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네. 그리고 자네가 믿거나 말거나, 이를 통해 나는 오래 근심해 온 많은 문제들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네. 물론 내가 거기 앉아있는 사이에 대부분의 문제들은 내게서 완전히 떠나버렸지만 말일세.


p.116 글자를 쓰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각 글자의 의미를 반영하는 행위이다. (중략) 나는 글자를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낱말, 구문, 시구의 의미를 알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있는 그 행위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p.117  "도대체 왜 인내가 그토록 중요한 거죠?"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오."

"하지만 나는 내 영혼에만 귀 기울이며 춤출 수 있어요. 내 영혼의 명령에 따라 나 자신보다 더 강력한 힘에 집중하고,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신과 접촉할 수 있다고요. 춤은 내 업무를 포함해서 내 인생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어요. 더 중요한 건 영혼이 아닐까요?"

"물론이오. 하지만 당신 영혼이 당신 뇌와 소통할 수 있다면 더한 것들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요."


p.118 "스승은 무슨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제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사람이오. 제자가 지닌 최선을 다하는 힘을 고취시키는 사람이지." 


p.118 "지금 이 선을 긋는 붓은 단지 도구일 뿐이오. 붓에는 의식이 없소. 붓을 쥐고 있는 자의 욕망에 따를 뿐이오. 그런 점에서 붓은 '삶'이라 불리는 것과 닮아 있소.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인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다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손 안에서 한 획 한 획을 그어가는 붓에 당신 영혼의 의도가 모이고 있소. 이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바라오."


p.119 품격이란 겉치레가 아니오. 삶과 일을 존중하는 자세지요. 당신이 자세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때, 그 자세가 허위 거나 작위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되오. 바른 자세를 갖추려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종이와 붓은 더 품격을 갖추게 되는 거요. (중략)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이와 같아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때 단순함과 집중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할수록, 절도 있는 자세일수록 아름다운 거지요.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말이오."


p.121 서법에는 두 종류가 있소. 첫째 것은 정확하기는 하지만 영혼을 담고 있지 않소. 이 경우, 아무리 뛰어난 기교를 보인다 하더라도 서체가 오로지 테크닉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단계 이후에는 글씨는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틀에 박혔다고 느끼게 되어 서예를 그만두게 되지요. 두 번째 종류는 물론 뛰어난 테크닉을 필요로 하지만, 무엇보다 거기에는 혼이 서려 있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글씨를 쓰는 사람이 그 글과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오. 그렇게 되면 가장 슬픈 시구들이 비극의 포장을 벗고, 우리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단순한 사실들로 바뀌게 되는 것이오.


p.123 반복이란 겉보기에 늘 똑같은 동작이지만, 실은 언제나 다른 동작이지요. 연습에 매진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하는 일을 의식할 필요조차 없는 순간이 올 거요.


p.125 이제 당신은 단순한 반복의 미학을 넘어 개인적이고 창조적인 경지에 도달했소. 명인들이 깨달은 것을 당신도 깨닫게 된 거요. 규칙들을 잊으려면 우선 그것을 이해하고 존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


p.144 그녀의 직관은 아주 상당한 단계에 올라 있었고, 그녀는 아직 알아채지 못했을지라도 나와 공명하고 있었다.


p.151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영감을 달라고 '어머니'에게 빌었다. 응답은 없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 책임을 갖고 용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항상 그랬으니까.


p.152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이라고 쓰여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 삶에 개입한 운명을 따르고 우리 모두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마음을 정하는 것이다.


p.156 우리 방랑자들에게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오직 공간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아주 먼 곳에서 왔다. (중략) 사실 우리는 늘 과거를 짊어지고 산다. 그 모든 과거가 마치 이제 방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p.173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모든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p.176 우리는 땅을 소유하지 않는단다. 반대로 땅이 우리를 소유하지. 우린 끊임없이 유랑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이 바로 우리 것이었다. 식물들, 물, 우리 마차 행렬이 지나는 길들의 풍경 모두 말이지. 우리가 따르는 법은 바로 자연의 법이야. (중략) 우리는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믿지 않아. '신'이 바로 우주이고, 우리는 그 안에 있지. 그리고 우주는 우리 안에 있단다. 신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안에 깃든 여성성처럼,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란다. 우리가 사랑과 기쁨으로 일상을 꾸려갈 때, 모든 것은 고통이 아니라 '창조'를 드높이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게 될 때, 그분은 늘 우리와 함께한단다.


p.178 내 사원은 이 공원, 하늘, 호수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물줄기들이거든. 내게 동족이란 혈연으로 이어진 이들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야. 내가 행하는 의식은 그들과 함께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축복하기 위한 것이고.


p.179 나는 수호자의 가르침에 따라 누군가를 숭배한다는 것은 그 대상과 우리를 분리시키는 행위일 뿐이며, 우리는 다만 '창조'와 소통하는 거라고 설명한다. (중략)
 "지금 여기 있는 우리는 모든 것의 일부이고, 우리는 기도를 드린다기보다 찬양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모여서 찬양을 하는 거죠? 당신 말대로라면 각자 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 이기 때문이지요.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고요."


p.180 세상은, 어떤 모습을 띠고 드러나든 사랑으로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우리의 죄에서 구원해 주는 사랑으로.


p.185 여기 트란실바니아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사랑' 외에는 없다. 그리고 그 사랑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이유를 입증하는 데 충분할지라도. 나는 딸을 곁에 붙잡아두기 위해 그 애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욕심은 부리지 말자고 마음먹는다.


p.193 나는 이제 더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타인의 눈이 아닌 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모험을 찾아 나설 것이다. 


p.195 우리는 보편적인 욕망에 둘러싸여 있어요. 행복이 아니라 욕망에 말이죠. 욕망은 만족하는 법이 없죠. 만족되면 더 이상 욕망이 아니니까요.


p.197 믿음은 욕망이 아니에요. 믿음은 하나의 '의지' 에요. 욕망은 늘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의지'는 힘이에요. 우리 주위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힘이지요. (중략) 그러기 위해서는 욕망의 힘도 빌려야 하죠."


p.200 "사람들이 변화하도록 가르쳐요. 그러면 되는 거예요!" (중략) 그것이야말로 즐거움이다. 행복은 사랑, 자녀, 일과 같이, 그녀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아테나 역시, 그런 종류의 행복에 만족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p.204 "길을 잘못 알려줬잖아!"

"상관없어요. 물론 저 사람들은 길을 잃겠지만, 진짜 흥미로운 장소를 찾아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


p.205 지금까지 별들에 대해 배운 것들을 모두 잊어보세요. 그러면 그 별들은 천사가 되고 어린이가 되고, 그 순간에 당신이 믿고 싶은 것으로 변하게 될 거예요. 그런다고 당신이 바보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일종의 놀이 같은 거죠. 하지만 그 놀이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p.223 자신이 정말이지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도, 당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세요.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위대한 어머니" 께 당신의 몸과 영혼을 맡겨요. 춤이든 침묵이든, 또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저녁을 준비하고 집안을 정돈하는 일상적인 일이든 뭐든 자신을 완전히 내맡겨요. 신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 모든 일이 다 경배예요.  


p.224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지 마세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거나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세요. 하지만 대응할 때는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보다 큰 힘에 맡기세요. 믿으세요.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p.224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불안할 거예요. 당신에게 배우는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 속고 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기도 할 테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걸 당신이 깨닫기만 하면 돼요. 이 당위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최악으로 치달아요. 병에 걸릴까,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강도라도 당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해요. 그들에게 잃어버린 기쁨을 돌려줘야 해요.


p224. 명징해지세요. 당신을 성장시켜 주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재정비하세요. 초조하고 혼란스러울 땐 그런 자신을 보고 웃으세요. 자기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의심과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그 여자를 웃어버리세요. 당신 자신이 '위대한 어머니'의 현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은 계율을 내리는 남성이라고 믿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당신을 웃어버려요. 우리가 지닌 문제들의 대부분은 바로 계율을 따르려는 것에서 비롯된 거예요.


p.225 집중하세요. 집중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면 호흡에 집중하세요. 거기, 당신 콧속으로 ;어머니'가 내보내는 빛의 강이 흘러들고 있어요. 심장박동에 귀 기울이고, 통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응시하세요. 당장 일어나서 무언가 유용한 일을 해야 한다는 욕망을 억제해 봐요. 하루에 몇 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그 순간을 최대한 만끽해 보세요.


p.227 당신은 당신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는 바로 그 존재랍니다. (중략) 의심에 빠질 때마다 내가 제안한 대로 하세요. 당신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증명하려 애쓰는 대신, 그저 웃으세요. 근심과 불안한 마음을 접고 웃어버려요.


p.228 당신이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일은 아픔을 스스로 웃어넘기는 정도예요. 하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라면, 당신은 웃음 뒤에 곧 행동으로 옮기게 될 겁니다. 공동체는 우리를 도전하게 북돋워주고, 그 안에서 친밀한 사람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죠. 그리고 집단적 에너지를 일으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엑스터시를 더 쉽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해주지요.


p. 234 나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남에게 가르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었다.

"누가 당신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았잖아요(중략). 그런데도 당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할 수 있고요. 그런 걸 어떻게 배운 거죠? 아니에요. 당신은 사랑을 배우지 않았어요. 단지 믿는 거죠. 믿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예요."


p.237 그러니 우리가 손에 꼭 쥐고서 베풀지 못할 게 뭐가 있을까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언젠가는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죠. 나무들은 살기 위해 베풀어요. 베풀어야 이 세상에서 소멸하지 않기 때문이죠." (중략) "그러니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받는 행위보다, 아니 주는 것을 받는 자비보다 더 큰 미덕이 어디 있을까요? 가진 것을 주는 것은 주지 않는 것과 다름없어요. 당신 자신을 주는 것이 진정으로 베푸는 것이죠."


p.256 '그림자'는 우리의 어두운 면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할지 명령한다. (중략) 그림자는 그곳에서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하고, 대개의 경우 성공한다. (중략) 몇몇 사람은 자신의 거미줄과의 접점에서 살아남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몇 가지 흠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선한 존재이고 더 나아가고 싶어." 그 순간 그림자는 사라지고 우리는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p.256 융에게 '영혼'은 종교적 의미의 영혼이 아니다. 모든 지식의 원천인 "세계의 영혼"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능은 더 예리해지고, 감정은 원초로 복귀하며 , 삶에서 마주치는 표지가 논리보다 더 중요해지고, 현실에 대한 직관이 더 유연해지는 것이다.


p.257 별안간 무슨 이유에선지 인류가 '페르소나'와 '그림자'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게 될 때, '영혼'과 무의식적으로 접촉하는 도약의 순간이 도래합니다. 새로운 가치들이 생겨나는 지점이 바로 그런 순간들이지요."


p.263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면, 그 능력으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사람들에게 사랑과 경탄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중략)

"당신은 모든 걸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어요. 이제 당신이 흘린 눈물을 보세요. 당신 얼굴과 그 얼굴에 새겨진 쓰라린 고통을 바라봐요. 거울 속에 있는 여자를 보세요. 이번엔 웃지 말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요."


p263 "삶의 비밀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것을 '은총' 혹은 '축복'이라고 부르지요.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려고 애써요. 슬픈 일이지만, 나나 당신 같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죠. 불행히도 우리는 더 큰 일을 위해 우리 자신을 희생해야 해요. (중략)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고 재창조하지요. 당신 삶의 모든 것이 이 패턴을 따라왔어요. (중략) 단 한 가지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당신의 아들이에요. 그 아이는 모든 것과 당신을 연결하는 끈이죠. 이 점을 명심하세요."


p.265 당신이 원하는 게 뭔가요? 행복을 바라진 마세요. 그건 너무 쉽고 따분한 일이니까. 사랑만을 원한다고도 하지 말아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냐고요? 당신 삶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삶을 최대한 치열하게 살아가길 원하는 거죠. 덫이 입을 벌리고 있지만 무한한 기쁨이 깃든 삶 말이에요."


p.266 인간인 동시에 신성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는 경험, 제 꼬리를 집어삼키는 뱀처럼, 긴장에서 이완으로, 이완에서 초월로, 초월에서 다른 이들과의 더욱 강력한 접촉으로, 그러한 접촉에서 다시 긴장으로, 그렇게 끊임없이 살아가는 삶. 그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통, 거부, 상실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한번 이 샘물을 마시게 되면, 다른 물로는 타는 갈증을 절대 해소할 수 없다.


p.283 당신은 알아야 해요. 당신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사랑을 베푸는 입장이라는 것부터.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기든 생기지 않든 똑같이 만족스러울 거예요. 당신에게 사랑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그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이제 당신의 샘을 발견했으니 그냥 흘러가게 두세요. (중략)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미리 안전거리부터 확보하려 들지 마세요. 발걸음을 디디기 전에 확신을 얻으려고 기다리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이 주는 대로 받게 될 거니까. 이따금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곳에서 받을 수도 있지만요."


p.289 지금까지 네가 배운 것들을 거슬러라. 네 리듬의 주인은 너 자신이니, 리듬이 네 몸에 흐르게 하되 리듬에 복종하지는 마라."


p.292 일단 '인식의 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자신의 낯선 행동에 익숙해지면, 그 문들을 열고 닫는 일은 쉬워진다.


p.294 내게 사랑은 모든 것이에요. 사랑은 욕망할 수 없어요.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죠. 사랑은 버릴 수도 배신할 수도 없어요.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죠. 사랑은 포로가 될 수 없어요. 쌓아놓은 제방 위로 넘쳐흐르는 강물이기 때문이죠. 사랑을 구속하려 애쓰는 이는 사랑의 젖줄을 끊어놓게 될 것이고, 그렇게 갇힌 물은 고여서 악취가 풍기는 시궁창이 될 거예요.


p.312 그게 바로 카리스마야. 남자와 여자에게 나타나는 신성한 힘.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초자연적 권능.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벌거벗었을 때, 세속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때만 발현되는 거야."


p.312 어젯밤, 나는 나는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깨달았어.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던 거야. 그 꿈에 나를 송두리째 맡겨버리면 되는 거였어. 그래서 고통받게 되면, 그냥 이를 악물고 견디면 돼. 고통은 곧 지나갈 테니까.


p.313 강제로 사랑을 느끼게 하는 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우린 서로 사랑하는 척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익숙할 수도 있겠지. 한평생을 우정과 공모만으로 살아갈 수도 있어, 아이를 키우고, 매일 밤 사랑을 나누고 쾌락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그 모든 것에 거대한 공허가 도사리고 있음을, 뭔가 중요한 게 빠졌음을 느끼게 될 거야. 나는 지금까지 내가 익혀온 남녀관계에 관한 모든 관념 때문에, 정말이지 싸울 가치도 없는 것들에 맞서서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거야."


p.330 뭔가 확실치 않을 때면 나는 늘 '위대한 어머니' 께 도움을 구한다. 그분은 한 번도 내 기원을 못 들은 척 저버린 것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p.339 죄가 무엇입니까? 사랑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을 막는 것이 죄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사랑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가 강요하는 길이 아닌 우리 자신의 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우리는 지난주에 그랬듯 어둠의 힘에 맞설 것입니다. 누구라도 우리의 목소리와 가슴의 소리를 침묵시킬 수 없습니다."


p.348 불이 붙으려면 먼저 불쏘시개에 불이 붙어야 하는 것처럼, 강한 힘을 해방시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연약함부터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지닌 힘과 세상에 드러난 비밀들을 이해하려면 우선 기대나 두려움, 외양 같은 겉치레부터 불태워버려야 한다.


p.351 "이제 나는 길을 찾았어요. 시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내게 행해야 할  사명이 주어졌다고 믿어요.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시련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죠?"

"조금 전에 당신이 한 말을 기억하세요. 당신은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어요."


p.380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인간으로서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가 아니라, 신성한 불꽃이 원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어머니'는 우리 행로에 천막하나를 세워두셨어요. 그곳에 기거하는 우리는 우리가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그 주인이라는 것을 이해하죠.

 우리는 섬기고 또 섬김을 받아요. 우리는 서로의 방문을 열고 포옹해요. 아마 키스도 하겠죠. 대지 위에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도 매우 강렬한 일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에 그 쌍을 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평행우주와 대칭을 이루어 일어나는 거죠.


p.382 사랑은 습관도, 헌신도, 부채도 아니에요. 낭만적인 노래 가사들이 말하는 것도 아니죠.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 이것이 바로 아테나, 혹은 셰릴, 혹은 아야소피아의 유언이에요. 사랑은 사랑입니다. 그 어떤 정의도 필요 없어요. 사랑하되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마세요. 그냥 사랑하세요."




 이 책을 읽고 나는 가평의 어느 계곡에서, 나는 한밤중에 행복을 찾아 헤매고, 안락함에 기대고 싶어 안달하던 나의 자아 한 부분을 태웠다. 장작에 에탄올을 붓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삶의 시간표 속에서 내가 부끄럽게 여겼던, 혹은 죄를 지었다고 느꼈던 순간들 역시 모두 태웠다.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찾아 헤매왔던 시간들은 그 시간 그대로 찬란하게 빛났다. 그리고 빛나는 불길이 사그라든 후, 오롯이 남아있는 것은 삶이 그저 사랑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빛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고리의 진동 속에서 존재하는 것, 그것은 그저 사랑이라는 깨달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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