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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Dec 20. 2023

대담하게, 고귀하게.

반바퀴묵상 7 (55번, 21번) 2023. 12.11



55번


불평의 에너지 자체는 삶이 너무 힘들다는 환상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강화하는 것 외에도, 불평은 또한 우리 몸의 유기체를 지속적으로 마모되게 합니다. 자유는 우리가 이 에너지의 핵심까지 가장 깊은 무의식 패턴을 꿰뚫어 볼 때 생겨납니다


21번


대담함은 행동조차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울게 만드는 그런 강도의 진동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진정한 고귀함을 인식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의 거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______________


12.11. 반바퀴묵상, 55번, 21번


코치님, 저는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요. 제 감정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요. 제게 공감해주지 않는 그가 밉고 속상해요.


한참을 자기 속 얘기랍시고 털어놓는 고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불현듯 나 역시도 내 마음에 응답해주지 않는 가까운 이들에게 같은 불평을 속으로 투덜거리곤 했던 나를 만났다. 프로젝터로 살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은 참 많은데, 왜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너무 보이는데,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반복되는 패턴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침을 날리면 언제나 그들은 나에게 적반하장으로 서운하거나 속상한 감정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또 그들이 느낄 서운함이나 속상함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면, 이해가 되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런 모습을 이해가 된다고 느끼면서도 불편해하는 내 마음이었다.


타인의 모습과 마음을, 나를 좋아하고 아껴서 배려한답시고 하는 행동일수록 더욱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속으로 투덜거렸다. 사실은 그러한 투덜거림의 밑바닥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투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용기 없는 내가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고마우니 받아들여야 하고, 조금 더 큰 그릇이니까, 혹은 성숙하고 싶으니까,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이해하고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 허영심이 있었다. 그 본질에는 내 자유를 스스로 헌납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내가 있었다.


55번의 그림자로 살던 나의 스스로 박탈시킨 자유는 55번 그림자의 ’ 희생시킴‘ 과 정확히 일치하며 나를 스스로 갇혀버린 사람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 박탈시키다 못해 괴로움에 못 이기던 나는 더 이상 고통 속에 살고 싶지 않았다. 스포츠심리상담을 배우고, 운동을 하고, 명상과 요가를 할 때마다 나는 내 괴로움을 다스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21번의 대담함을 탑재하고 그들을 사랑하지만 나 역시 사랑하기에, 어떤 마음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해야 했다. 진심으로 말하면, 그들의 서운함과 속상함은 내 사랑으로 다시 봉합할 수 있다고 믿어야 했다. 그들을 맞춰주기보다 그들에게 진실한 것이 최대치의 존중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21번의 시디, 대담함은 통제당하고 통제하는 그림자 속에 살다가, 진정한 권위를 깨닫고, 권위를 넘어서는 대담함에 이르는 여정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권위를 넘어선 대담함은 통제당하고 통제하는 그림자의 여정을 반드시 거친다.


오늘 봤던 영화 “서울의 봄“ 에서 주인공 전태광은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명령 내리는 것 좋아하는 것 같지? 아니, 사람들은 강한 카리스마로 명령을 내리고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사람을 원해. “


그림자 상태의 나는 어떠한 통제에 굴종하고 따르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지만, 미덕에 따르는 길이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불평하게 하고, 진실한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선택하는 진실한 의사결정과 가치판단이 통제에 따르는 미덕을 넘어서는 권위를 만든다는 것을 안다.

”나는 이기고 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나라가 반란군에 통째로 먹히게 생겼을 때 끝까지 싸우는 것이 내 임무요. “


반란군에 맞서 마지막 순간까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싸운 이태신 역의 정우성이 말할 때, 가슴이 뜨거워졌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이렇게 극복된다. 고질적 두려움을 넘어선 삶의 목적과 신념에 몰입할 때, 진정 나는 대담함의. 시디로 세상을 진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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