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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07. 2024

두 번째 감정 돌보기:자책감이 느껴질 때 생수병 덤벨

등과 가슴을 활짝 펴고, 만성피로를 해소시키기

어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만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또 이런 잘못을 거듭하고 싶지 않을 때 ‘자책’이라는 감정과 만나게 됩니다.  자책이 올라오면, 우리는 ‘나는 자존감이 낮구나' 하고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백히 잘못이라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물론, 이유를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내가 잘못했겠거니...” 생각하며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잘못된 마음습관입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계획과 목표해 실천에 옮길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자책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부족함에 대한 부정의 채찍질을 스스로에게 거듭하는 마음입니다. 시험범위 밖의 문제가 출제된 시험지를 푸는 사람처럼, 우리는 때때로 한계에 부딪칩니다. 부족했던 자신을 직면하는 일은 때로 쓰라린 일이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찰의 단계로 이어가야 바람직합니다. 시행착오에 대해 “그것 봐,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잖아. 내가 그렇지 뭐.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돼.” 하는 자책으로 연결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마음이 부메랑처럼 나를 공격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 그때부터 몸과 마음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그림자 모드에 돌입합니다.


자책은 과거진행형이다


자책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잘못을 절실히 받아들이는 마음보다는 좌절된 현실에 대해 화를 내며 자신을 괴롭히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큽니다. 더 나은 결정을, 더 나은 행동을 했어야 했다고 돌이켜보지만, 과거의 자신이 최선을 다한 결과였으며, 앞으로의 나는 이번을 경험 삼아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어난 일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가 그렇게 혹독하지 않을지 모르는데도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시간에 갇혀 “이제 도전하지 않겠어. 시도하지 않겠어.” 하고 속으로 외치는 중이라면, 애써 경험한 시행착오의 경험이 너무 아깝습니다.


임상심리상담 분야에서는 내담자의 인지를 행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의식을 확장해 잘못된 사고패턴을 교정하는 인지 행동 치료(認知行動治療,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모델이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당신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특정한 문제에서 야기되었다기보다는 쉽게 빠져드는 ‘마음길’에서 비롯되었다고 간주합니다. 마음을 쓰는 데에도 습관이나 패턴이 있다는 것이지요. 비슷한 상황에서 당신이 그동안 자주 선택했던 마음길은 사고방식, 특정한 습관이나 행동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패턴화 되어 드러납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책감에 빠져요. 열심히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실수가 많고, 머리로 아는 것과 다르게 성질을 내는 나를 보면 너무 속상해요. 아이에게 화를 낸 것으로도 모자라 운동은 제쳐놓고 떡볶이를 시켜 실컷 먹고 나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또 화가 나요.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저에게 너무 지쳐버려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책감에 자주 빠지는 사람의 패턴은 대체로 “목표와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히 ‘좋음’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완벽에 가까운 목표를 설정해 두고, 현재의 자신이 얼마큼의 노력을 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측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전합니다. 본 것이 많으니 목표는 크고 높습니다. 따라서 들이는 노력도 큽니다. 다만 빨리 지쳐버립니다.


지쳐버린 현대인들은 급기야 스스로를 자책으로 방어합니다. “나는 자신이 없어.”, “내가 항상 그렇지 뭐.”, “나는 늘 이런 식이었어.”, 등의 자책은 문제에 직면해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보다는 문제를 만나 좌절하는 방향으로 온 시야를 빼앗아갑니다.


익숙하게 접어들곤 했던 자책의 악순환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면, 당신은 자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마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잡아두고 있는 자책의 마음에서 살짝 벗어나, 거리두기 한 상태에서 내가 어떤 마음길을 택하고 있는지,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마음길을 택하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책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의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나와 상황을 볼 수 있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해 보는 것입니다.


자책은 몸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당신이 자책감을 느끼는 동안 피로해지는 이유는 해내지 못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성패와 관계없이 노력하며 이뤘던 소소한 변화를 성 취로 해석하지도 못하고, ‘익히 이뤄졌어야 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계속해 채찍질하는 마음이 당신을 각성상태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책망하고, 압박하는 태도는 부신에 영향을 줍니다. 부신은 신장 위쪽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의 일부이며, 적당한 각성을 위해 몸에 필요한 만큼의 코르티솔을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환경이나 자극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입니다. 추운 곳에 가거나, 갑자기 긴장을 유발하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위험을 감지했을 때 자율신경시스템은 교감신경의 스위치를 켜고 각성도를 높여 몸을 활성화시킵니다. 반대로 갑자기 기온이 높아지거나, 숨이 탁 트이는 자연경관을 보았을 때에는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휴식과 이완모드로 바뀝니다.


그림출처: 위타민 홈페이지 https://weetamin.co.kr/Hstory01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마치 시소처럼 서로 강약을 조절하며 우리 몸이 처한 외부 환경의 자극에 우리를 적응시키는데, 이 과정에는 감정중추인 뇌의 ‘변연계’와 신경중추인 뇌의 ‘연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연수가 교감신경을, 위험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변연계가 신경계를 조율하며 몸이 외부자극에 적합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자책하는 감정이 발동하면, 뇌에서는 긴장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부교감신경도 함께 활성화되면서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부신은 계속해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불안해할 때 코르티솔 생산을 늘립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 이상의 코르티솔을 생성하게 되면 부신 역시 피로하게 됩니다.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면 습관적으로 빠져들던 마음길로도 더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실제 몸이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몸과 마음을 지속적인 긴장상태에 몰아넣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일시적인 교감/부교감신경의 항진을 넘어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몸이 자율적으로 건강한 밸런스를 찾는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지요. 밸런스가 깨져버린 몸은 정서적으로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근육을 경직시키고, 특히 등 근육에 지나치게 긴장을 줄 수 있습니다. 등은 몸의 중심인 코어에너지가 전신에 전달될 수 있도록 몸의 앞면과 뒷면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등 근육이 긴장되면 온몸의 자세가 위축되거나 말려 몸의 자세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자책감의 정서는 자세의 변형을 이끌고, 그 결과 만성 피로감의 원인이 됩니다.

 


 자책감을 느껴 위축된 나에게, 저는 차라리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등 근육 운동을 챙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자신을 책망하고 채찍질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잘했던 나든, 다소 실수가 많았던 미숙한 나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내 일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아가는 내가 되기 위해서는 자율신경계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이때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등 운동 처방으로 덤벨 로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덤벨 로우는 등에 위치하는 큰 근육인 광배근과 승모근을 이완하고 수축할 수 있도록 작용함으로써 교감신경이 자리하는 척추 주변근육을 강화시킵니다. 특히 자책감에 빠져 위축된 가슴을 시원하게 펼쳐주면서 새로운 공기를 폐에 가득 머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덤벨 로우 운동을 통해 당신의 전신 후면 근육 자체를 기능적으로 만들면 운동 자체의 움직임을 통 해서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등의 가장 큰 근육인 광배근을 비롯 한 여러 부위 근육의 힘을 높아져 쉽게 위축되고 앞으로 숙여지는 상체를 바르고 곧게 세워 다시금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자세를 만들어 주기도 할 것입니다. 덤벨로우는 등근육의 대표적 부위인 광배근, 능형근, 승모근은 물론이고 어깨 중심 근육인 삼각근과 허리를 잇는 척추기립근까지도 강화해 주는 운동이면서 생수병, 작은 덤벨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랍니다.


Recipe 2.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생수병 덤벨 로우>


자꾸 일어난 일들을 곱씹게 되던 때, 잘못했다고 느끼는 일들을 되새김질할 때마다 고개는 자꾸 숙여지고 어깨가 앞으로 말려듭니다. 이때 양손에 무거운 덤벨을 쥐고서 등을 모으고, 가슴을 펴 가며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머릿속을 비워내 보면 어떨까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무게에 부들부들 흔들릴지언정 덤벨을 힘껏 잡고서, 가슴이 아닌 배 쪽으로 들어올 리며 겨드랑이를 조이고, 등과 복근에 힘을 준 채로 덤벨을 들어 올리다 보면 매 번 같은 동작을 하지만 새롭게 힘을 주고 자세를 정비해야 합니다.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미세하지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집중해서 바른 자세를 느끼며 한 번 한번 거듭하다 보면, 이내 했던 실수는 지워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덤벨 로우는 등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광배근을 포함한 후면 근육 전부를 단련시키는 운동입 니다. 팔 보다는 등근육의 긴장과 정확한 수축-이완을 느끼면서 자세를 잡아보세요.



준비물: 적당한 무게의 덤벨이나 케틀벨(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맨손으로 하거나 500ml 생수 병을 들고 해도 괜찮아요). 적당한 무게를 찾기 위해서는 덤벨이나 케틀발을 들어 올릴 때 한 팔로 들어 올리면서 반대 팔로 어깨를 잡고 고정시킨 상태에서 몇 번 들어 올리며 “이대로 20번 정도 들어 올려도 괜찮겠다” 하는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마트의 홈트용품 코너에서도 덤벨이 많이 구비되어 있으니까, 몇 번 들어 올려보며 테스트해 보세요.


1. 양 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양 발을 11자가 되게 한 후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발 뒤꿈치에 뿌리가 내려진 듯, 몸무게를 실어 바닥을 단단하게 눌러 서세요.


2.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엉덩이를 살짝 뒤로 뻅니다. 허벅지 뒤쪽이 살짝 당겨지는 느낌이 든 다면, 자세를 잘 잡으신 거예요. 이때 배에도 힘을 주어야 허리 아래쪽에 무리가 가는 것을 피하실 수가 있어요. 허리가 구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선은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고, 가급 적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세요.


3. 양손에 덤벨을 들고 중력이 이끄는 대로 곧게 내립니다. 이때 엄지보다는 새끼손가락에 힘을 주어 덤벨을 말아 쥐고, 새끼손가락과 손목, 팔꿈치까지 일직선상에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덤벨이 없다면 생수병을 들어도 좋습니다. 무게를 들어서 가늠해 가며 1~3kg까지 어느 정도가 내게 가장 편안한지 가늠해 보세요. 등에 힘이 잘 실리지 않고 팔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간다면 내게는 무거운 덤벨입니다. 팔 근육은 빨리 지치는 편이니까, 조금 가볍다고 해도 자주 동작을 반복할 수 있는 무게를 선택합니다)


5. 양 날개뼈 사이가 좁게 좁혀진다고 생각하면서 겨드랑이를 조이며 덤벨을 당깁니다. 팔보다 는 등에 힘을 주려고 노력하세요. 등 쪽으로 들어 올리듯 날개뼈를 좁히는 느낌으로 가슴도 활짝 펴면서 당기시는 거예요. 새끼손가락, 손목, 팔꿈치는 고정시켜서 당겨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6. 팔을 내릴 때는 허리가 말리지 않도록 복근에 힘을 단단히 주고 팔을 쭉 펴며 내려놓습니다. 충분히 이완되어야 다시 당기며 수축할 수 있으니까, 중력이 허락하는 만큼 팔을 편하게 펴세요.


<주의> 주의하실 점은 손목이나 어깨가 아닌 팔꿈치의 힘으로 들어 올린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에요. 날개뼈 사이, 능형근의 근력이 크지 않거나 어깨의 가동범위가 크지 않을 경우, 그렇게 높이 들어 올릴 수 없을지 몰라요. 무리해서 높이 당기려고 하지 마시고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새끼손가락, 손목, 팔꿈치까지 일직선으로, 어깨나 위쪽 팔 부분에 힘이 들어가기보단 날개뼈 사이가 좁아진다고 생각해 주세요. 시선은 편안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허리와 일직선이 되도록,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운동합니다. 같은 동작을 집중해 반복하면서, 자책감은 덜어내고, 가슴을 편 채로 나를 바로잡아주는 등 근육을 단련하는 겁니다. 가슴을 펴고 날개뼈 사이를 좁히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동작 자체에 집중해 보세요. 25번씩 5번 정도 반복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굳이 카운팅 하지 않으셔도 머리가 맑아질 정도의 횟수로 반복하셔도 좋아요. 제법 힘이 들기도 하고, 등근육이 판판해지며 느껴지는 안정감이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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