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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09. 2024

세 번째 감정 돌보기: 집착이 생길 때 계단 오르기

쥐고 있는 것들 훌훌 털고, 가벼운 몸으로 계단 한 걸음 한 걸음.

징크스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징크스를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운동선수들에게는 몇 가지의 징크스가 꽤나 큰 효력을 발휘합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까지 입성한 야구선수 웨이드 보그스는 야구팬들에게 징크스로 유명합니다.

80여 개의 루틴을 매번 꼭 따라야 하는 자기 관리의 대가, 웨이드 보그스

저녁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반드시 오후 1시 47분에 집을 나선다.
운동장에 갈 때나 집으로 올 때는 반드시 같은 길로만 간다.
사고가 나거나 교통 체증이 있어도 절대 다른 길을 택하지 않는다.
오후 4시 47분 전에는 절대 운동장에 발을 들이지 않으며 5시 47분에 운동을 시작하고, 내야 수비 훈련을 할 때면 반드시 150개의 땅볼을 처리하고 훈련을 마친다.

일상적인 7시 5분 경기면 6시 47분에 외야에서 달리기로 마지막 몸을 푸는데, 만약 경기가 7 시 35분에 시작되면 외야 운동은 7시 17분에 시작한다.

매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에 타석에다 스파이크 징으로 ‘Chai’라고 적는다. 히브루어인 이 단어는 삶(life)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보그스는 유대인이 아니다. 한 마디로 그냥 적는 것.

3루에 자리를 잡으면 흙 속에서 3개의 조약돌을 골라 라인 밖으로 던진다. 반드시 3개여야 한다.
경기 종료 후 퇴근길에 핫도그 2개, 바비큐맛 감자칩 1봉, 아이스티 1잔을 매일 먹었다.

(출처: 민훈기 기자의 MLB리포트)


이건 웨이드 보그스 선수의 80가지가 넘는 징크스 중 일부라고 합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100% 실력에 의해서, 혹은 100% 운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아닐 경우에 징크스가 가장 잘 생긴다” 고 설명합니다. 즉, 실력과 운이 조합되어 원하는 결과가 결정 나는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징크스를 믿기 쉽다는 것입니다. 징크스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심리적 신념이므로, 징크스를 지켰는데도 기대하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 징크스는 자연스럽게 폐기됩니다.  그러나 어떤 징크스는 결과와 관계없이 맹신의 대상이 됩니다. 왠지 불길한 숫자 4, 13일의 금요일 등 말이죠. 이렇게 근거 없는 집착이 드러날 때, 우리는 심신의 균형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징크스뿐만 아니라 우리는 많은 것들에 집착하고는 합니다. 좋아하는 것,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무언가를 쫒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이것들이 없으면 내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은 불안감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당신이 당신임을 증명하는 데는 당신이 집착하는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으며, 당신이 집착하는 무언가는 당신이 아닙니다.


내면의 어린아이가 보내는 SOS 신호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다고 느끼기 이전에, 대상으로부터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좋다고 느끼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스스로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대상에 집착합니다. 이는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기 불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입니다. 어려서 잡힌 코끼리는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말뚝을 다 자라서도 뽑고 도망가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마다 찾아오는 조련사에 의지합니다. 어느 정도 자란 코끼리는 충분히 말뚝을 뽑고 도망칠 힘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말뚝에 갇혀 사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말뚝에 묶인 환경 하에서, 코끼리는 스스로를 말뚝을 뽑을 수 없는 어린 코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어낼 수 없다고 느끼면서 그와 유사한 무언가를 준다고 느끼는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은 사실 얻고자 하는 무언가보다 그것을 주는 대상 쪽으로 향한 감정입니다.


성장한 어른 코끼리는 이제 어리지도, 무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의식 속에는 어렸을 적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집착은 내면 아이의 세계관 속에서 이뤄지는 의존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의존적이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혹은 상대에게 상처받는 관계를 반복하게 합니다.  성인이 된 우리는 원하는 바를 스스로 이루고 달성해 내고, 좋은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면 아이를 스스로 돌보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면 아이가 보내는 습관 같은 집착의 감정에 가장 건강하게 부응하는 방법은, 우리 마음속 내면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하고 북돋워주며, 할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믿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온전한 형태로 전해주는 것을 받는 것보다 당신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경험을 점차 늘려야 합니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집착은 점차 사라지고, 본연의 가능성과 존재감을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윌슨 없이,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 주인공 척 놀랜드는 업무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폭풍으로 인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됩니다. 무인도에서 그에게 말동무가 되어준 것은 그가 직접 얼굴을 그려 만든 ‘윌슨’ 사의 배구공, ‘윌슨’입니다. 배구공 윌슨을 위안 삼아 무인도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결국 무인도 탈출을 결심하고서 뗏목에 식수, 최소한의 음식, 추락한 비행기에서 건진 소포박스들과 연인의 사진이 담긴 시계, 그리고 윌슨을 배에 싣습니다. 망망대해 속에서 폭풍우를 만나며 뗏목이 손상되면서 윌슨은 떠내려가고, 척은 윌슨 쪽으로 헤엄쳐 달려가지만, 끝내 윌슨은 파도에 쓸려가 버렸습니다. 잠시 상실감에 힘들어하지만, 끝내 구조선을 만나 무인도에서 탈출합니다. 척은 윌슨 없이도 생존의 길을 선택해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죠.


절절한 눈으로 윌슨을 바라보는 '영화 캐스트어웨이' 의 주인공 톰 헹크스


건강한 애착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긍정적으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면, 약속을 어긴 상대를 받아들이더라도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할 리가 없으니) 뭔가 사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혹은 뾰족하게 나온 책상 모서리에 실수로 부딪쳤을 때도 ‘아... 너무 아프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나는 조심할 수 있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며 대상과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삶은 늘 ‘처음 하는 것’ 투성이라 부족한 모습 가득인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실수하진 않을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누군가를 실망시키진 않을까... 등 스스로를 바라보는 상이 부정적일 때, 나를 긍정으로 이끄는 대상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그 대상을 향한 집착에 빠지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 부족해 보이는 나를 잊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대상이거나, 혹은 그만큼 흥미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대상이라면 말이죠. 건강한 애착이란 집착이 유발되는 순간, 자신의 집착을 감지하고 근원적 자존감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왜곡된 자아상으로 유발된 집착 때문에 정서의 밸런스를 잃게 되는 순간, 당신은 파도 저 멀리로 떠내려가는 배구공 윌슨을 향해 위험천만한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집착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역사적인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불의의 사고로 투병 중 사망했을 때 그의 아내 데이나 리브는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남편의 비극에 자신의 행복을 함께 잃어버렸던 그녀는 비흡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렸습니다. 그녀는 13살 먹은 아들을 두고도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을 사랑한 마음만큼 자신을 사랑하거나 돌보지 못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끝내 알지 못한 채로 남편의 끝나버린 삶에 자신을 흘려보내버린 것입니다.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상실했을 때 많은 대체의학 전문가들은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언급합니다. 비흡연자였던 데이나 리브가 폐 부위에 암을 얻게 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 같습니다. 가슴 부근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흉통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혹은 집착이 유발하는 가슴의 답답함을 이야기합니다. 그 일들이 실제 자신의 건강과는 별개의 일들 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의미 부여하며 집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착은 데이나 리브의 사례처럼 폐암을 유발하기도 하고, 흉통을 이끌기도 합니다.  장기의 긴장으로 경직된 위장 간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가슴이 답답하게 하는 흉통을 유발합니다. 감정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소위 ‘화병'이라고도 합니다. 우리의 위장은 근심, 걱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집착으로 인해 일어나는 답답함은 소화불량을 유발하기도, 근육 경직을 유발하기 도 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을 타인에게 투사하며 특정한 반응이나 상태에 집착하는 마음이 감지된다면, 당신의 폐와 심장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대상에서 마음을 잠시 거두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Recipe 3. <계단 오르기>


뭔가에 집착하게 되고, 불안함을 느낄 때, 바깥에도 나가기 부담스러울 때 가까운 계단을 찾아보세요. 눈앞의 계단을 당신이 넘어야 할 집착의 산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마음이 산란할수록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무게를 이겨내고 꽤 많이 계단을 오른 나를 발견하고 뿌듯함을 느끼게 될지 몰라요.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두고 오르는 것은 오히려 마음을 지치게 할 수 있으니, 오르고 싶은 만큼 오르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춘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걸음에 마음을 꼭 꼭 다져가며 걸어 올라가보세요.


한 걸음 오를 때마다  “00아, 참 잘했어!”, “나는 강한 사람이야”,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등 내게 힘을 주는 문구를 되뇌어가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약간 속도를 내어 올라가 보세요. 움츠러든 가슴과 호흡기, 소화기에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상체의 공간이 공기로 더 넓어질 수 있도록, 허리를 세우고 당당하게 가슴을 편 상태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더 힘이 날 거예요.


준비물: 가까운 계단, 편한 신발,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내게 해주고 싶은 셀프토크
계단을 오를 때, 시선과 가슴선을 일직선으로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리를 옮기며 무게중심을 바꿀 때 외에 상체가 숙여지지 않게 꼿꼿하게 목과 허리를 세워주세요.
 한 걸음 올라갈 때 체중은 뒷발에 싣고 발바닥에 힘을 주어 바닥을 밀어서 몸을 밀어 올려줍니다. 앞발에 싣고 무릎으로 몸무게를 감당하며 오르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올라갈 때는 가슴이 위로 솟아오르는 느낌으로, 뒷발을 떼며 엉덩이에 힘을 주며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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