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림 Feb 02. 2024

감정을 수용하고 성숙한 나를 만나는 연습

세상 가장 소중한 내 편으로 살아가는 가장 실질적인 몸 테라피

들어가는 말. 감정을 받아들이고 성숙한 나를 만나는 연습 


 꽤 오랜 시간 동안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며 기업에서 조직활성화, 문제해결,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사람이 한 방향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효율과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눈에 들어온 건, 일과 성과, 역할에 지쳐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삶 속에서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 달리는 법, 더 빠르게 달리는 법, 더 화려하게 달리는 법에 대한 정보는 즐비합니다. 모두가 달리는 와중에 굳이 회사 안에서 뿐만 아니라 매사 ‘열심히력’을 발휘하던 사람들 은 번아웃, 공황, 만성피로에 주저앉기 일보 직전인 채로 달려갑니다. 


지친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지쳤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결국 잠시 쉬었다 가자는 몸과 마음의 신호를 놓쳐버리고 주저앉거나 넘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주저앉을 수도,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친 줄도 모르고 달리고 있는 사람, 지쳐 헐떡거리는 사람, 주저앉아버린 사람, 넘어져버린 사람 모두 괜찮습니다. 이 책에서는 삶이라는 ‘달리기’ 속에서 지쳤을 때 나를 돌보고 챙기는 방법을 ‘감정’, ‘몸의 반응’, ‘처방운동’의 3단계로 제안합니다. 마음 돌보기는 어려서도, 성인이 되고서도 배워본 적 이 없는 성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챙겨가며 해내는 방법을 ‘신체심리학’의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감정은 우리 몸과 마음이 겪고 있는 상태를 감지하게 해 주는 일종의 신호입니다.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 때, 그 감정이 무엇 때문에 올라온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과거의 사건, 관계, 나의 속마음 등을 거슬러 올라가 보며 원인을 찾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감정이 드러난 이유는 우리가 찾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이유를 찾아낸다고 감정으로 인한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올라왔을 때, 특정 감정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판단 없이, 오롯이 감정을 만나고,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해 나를 돌볼 수 있는 움직임들을 챙겨보면 어떨까요? 


2018년부터 운동심리상담을 하며 내담자들이 토로했던 마음의 문제들을 건강한 움직임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했던 임상 경험을 토대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건강한 움직임으로 이끄는 통찰을 담았습니다. 살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삶 속에서 경험한 관계와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내면의 상태에 따라 감정과 반응의 강도와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일 비슷한 몸무게인데도 어느 날은 못나고 뚱뚱해 보이거나, 어떤 날은 날씬하고 마음에 드는 현 상은 비단 1~2킬로에 좌우되는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내 눈의 섬세함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의 호르몬 작용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건강’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사람을 연상하듯, 정서 역시 체내의 작용과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의 정서는 불편함이나 필요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색한 문화적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 공감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아끼지 않으면서 자신을 돌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돌보는 셀프케어는 타인과 나에게 ‘안전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생활습관의학을 연구하는 의학자이자 운동심리학을 연구하는 운동심리학자입니다. 이 책을 쓰기에 앞서 제 궁금증은 “운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왜 사람들은 쉽게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할까?”에 있었습니다. 감정과는 조금 거리가 먼 궁금증이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운동'이 삶을 풍요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감정'을 이겨내기 위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이 주는 효과는 강인한 체력과 눈으로 드러나는 슬림한 몸매뿐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냈다는 충족감, 몸을 움직이는 데서 오는 유능감, 땀을 내거나 숨이 가쁜 중에 느끼는 해소감, 스트레스 완화, 건강 개선, 몸을 쓰는 데 있어 운동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서도 느껴지는 자기 신뢰의 감정 등 복합적 이유로 운동을 지속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마주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그때 그때의 마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꼽고 싶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메신저 안에서 모여 매월 첫 주 시작해 마지막주에 끝나는 “운동 습관 만들기 " 모임을 6년간 운영하면서 많은 분들과 운동을 결심하고, 흔들리고, 자꾸만 미루고, 잠시 멈추기도 하고, 조금 강도가 약한 운동, 혹은 조금 더 재미있어 보이는 운동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로 30분 정도 통화를 나누며, ‘운동’을 둘러싼 삶 이야기를 듣고, 삶의 이런저런 감정들을 읽어나가며 운동하는 삶은 관계, 감정,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자기 조절력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결심하고 꾸준히 이어나갈 때, 혹은 운동이 권태로워 잠시 휴식을 선택할 때, 모임 참여자분들과 나눴던 대화와 상담을 통해 주고받았던 정보, 깨닫게 된 통찰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만나며 고민했던 수많은 상황과 마음의 일렁임, 몸의 움직임들 은 누군가의 특수한 경험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며 만나는 많은 일상들과 비슷합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숱한 경험과 관계를 통해 괴로움을 반복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숙명이 운명처럼 반복된다는, 정해져 있는 운명론을 믿기에 현대 사회에는 선택지도, 삶의 모양이나 방향도, 너무나 다양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삶을 이해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고 생각하기보단 ‘내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매 선택의 순간이 삶의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며 더욱 신중하게 선택을 거듭합니다. 그럼에도 지나간 과거 속에서 ‘완벽한 선택’으로 기억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집니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삶에서 쌓아나가고, 그런 오늘을 뿌듯한, ‘살 만한 하루'로 꾸려나갈지에 대해, 불필요한 감정은 명료하게 해석해 보고, 그다음의 나를 위해 내 몸과 더불어 챙길 수 있는 운동레시피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늘 직면하는 미숙함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감정은 우리에게 여러 경험을 선사해 주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원형의 힘을 가진,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는, 유용한 에너지지만, 경우에 따라 우리가 겪는 혼란은 상당합니다. 흔히 우리는 ‘감정 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지만, 올라온 감정을 없는 것으로 무시하거나 애써 참아보려는 노력은 감정 조절이 아닙니다. 뇌과학 영역에서 많은 학자들은 감정이 호르몬의 영향이나 무의식 영역에서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등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기보다 감정이 올라왔을 때 어떻게 흘려보내는지에 더 주안점을 가지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평안하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 지쳤거나, 외로웠거나, 불안했을 뿐인데 우리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감정은 때때로 당신에게 여기 있게 해달라고, 지금 이런 감정이 당신의 내면에 올라왔다고 조금 세게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이에요. 그런 감정이 너무 과하게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감정에 휩쓸려 영향을 받은 채로 “나 왜 이러는 걸까” 하는 후회와 속상함을 거듭하지 않도록,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어 두고, 몸과 더불어 만나봅시다. 감정이 가진 에너지를 움직임과 함께 흐르게 해 주는 겁니다. 


우리가 몸을 관리할 때 적정량의 체지방과 근육, 수분을 관리하며 건강관리를 하는 것처럼, 감정이 찾아왔을 때 감정이 이끄는 방향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 말, 태도를 통해 에너지를 흘려보내고,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당신의 내면에서 최적화하기 위해, 그동안 어쩔 수 없이 감정에 영향을 받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삶을 건강하게 이끄는 ‘행동의 설루션’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일어난 현상, 주변과의 관계, 정보의 분석 등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평안한 감정으로 건, 격한 감정으로 건 사람은 경험으로 자극을 받고, 이 자극은 뇌에 전달되면서 일어 나는 수백만 가지의 화학반응으로 하여금 시냅스와 뉴런이 몸에 전달하는 호르몬 작용을 동반하며 몸과 마음에 갖가지 영향을 전달합니다. 


이처럼 어떤 감정이 느껴졌을 때 어떤 행동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있으면, 감정에 휩싸여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정해진 루틴을 따르며 마음을, 그리고 호르몬 작용이 이끄는 영향에서 스스로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건강한 움직임은 몸과 마음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 결합시키고,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보다 현명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내면의 자기다움을 회복하는 ‘몸 지향 치료’의 입장에서 감각과 움직임을 활용해 우리를 자주 평정심에서 이탈시키고 패턴화 된 부정적 행동의 반복을 유도하는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는 움직임을 처방해 드리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삶에 영향을 주는 열두 가지 감정- 슬픔, 자책, 집착, 소외, 열등감, 불안, 애씀, 부끄러움, 자존심과 자존감, 신뢰, 감사, 사랑 - 을 중심으로 감정이 주는 에너지를 충만하게 느끼며 삶 속에서 흘려보내고, 건강하게 감정을 더욱 가볍게 ‘다이어트’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마음 관리 운동 설루션을 제시합니다. 이 책에서 전제하고 있는 것은 감정이 우리 삶을 둘러싼 사건과 사고, 혹은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신작용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이며, 따라서 생활습관과 움직임의 변화를 통해 건강한 해결책을 선택해 보자는 것입니다. 


몸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필요한 만큼, 적절한 생각과 행동으로 감정의 방향을 정돈해 줍니다. 하루 한번, 운동으로 예쁘고 건강하게 챙겨진 움직임도시락을 먹어볼까요. 흔히 ‘운동’ 하면 느껴졌던 부담스러운 근력의 부하 없이, 일상에서 챙길 수 있는 가볍고 쉬운 움직임만으로도 그동안 압도되었던, 혹은 감정 사이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었던 시간들은 점점 줄고, 느껴지는 감정의 무게와 크기가 슬림해질 거예요. 


삶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상황과 관계들 속에서 당신이 당신만의 빛나는 고유함을 드러내기를 응원합니다. 이 책으로 하여금 얻게 될 감정관리의 움직임 솔루션이 당신의 평온한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