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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y 10. 2021

자유형 호흡을 배운다.

서투름을 받아들이는 '내 진심 사용설명서'

자유형 호흡을 배우고 있다.


수영장에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지인을 통해 속성(?)으로 배우는데, 몸 쓰는 운동 기술은 머리로 아무리 배워도 몸에 익는데 시간이 걸린다. 발차기, 팔 젓기, 글라이딩, 코어에 힘 주기 등 다른 자세와 기술들은 머리로 이해하고 나면 이내 행동으로 몇 번을 거듭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데, 호흡은 영 익숙해지는 속도가 더디다. 호흡을 시도하는 순간 몸이 가라앉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애써 단련한 다른 동작들 까지도 연쇄적으로 망가져 버린다. 아마도 호흡부터 연습했어야 했나 하고 물어봤더니 일단 "하면 되는" 것들을 먼저 배우면서 물과 친해지고, 익숙해지고, 물과 익숙해진 후 호흡을 배워서 "한번 트이면" 그때부턴 수영이 무척 쉽고 재밌어진단다. 그런데 그 '한번 트이기' 까지가 만만치가 않다.


호흡이 잘 안되면 겁이 난다. 숨 쉬는 건 본능이므로, 본능이 물속에서 제한되는 환경, 즉 물속에 있는 것 자체가 편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는 멘털을 잘 가다듬어 '물속에서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할 수 있는 상태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호흡이 잘 안될 때 언제든 레인에서 멈춰 숨을 가다듬으면 된다', '정 안되면 물속을 걸으면 된다' 하는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된다. 멘털이 붕괴되는 가장 큰 상황은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무기력해지거나, 방어적이 된다. 그러니까, 물속에 있는 상황 자체를 '언제든 원한다면 멈출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면 물속에서의 행동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멘털 관리용으로 플랜 B 를 예비로 갖고 있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도움이 된다.


물속에서 입은 먹기와 말하기의 주된 기능을 잃는다. 대신 공기를 들이마시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코로 숨을 마실 수는 없다. 숨과 물이 함께 들어왔을 때 너무 매우니까. 코는 시종일관 숨을 뱉기만 한다. 입으로 숨을 마시려면 입이 물 밖에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입이 물밖로 나오는 길은 고개를 들어 올리거나, 혹은 몸을 완전히 측면으로 돌리는 것. 그런데 겁을 먹으니까 자꾸 목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며 온 몸으로 머리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려 입을 물 밖으로 뺀다. 그리고 온몸으로 머리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리는 동안 이미 겁을 먹어 수평이 깨지고, 몸이 가라앉고, 가라앉은 몸을 띄우기 위해 다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동안 마신 숨은 빠르게 소진되고, 다시 겁을 먹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실은 편안하게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마신 숨을 충분히 쓰면서 수영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이것이 결코 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번이고 고개에 힘을 빼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대신 옆으로 돌려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옆으로 돌리다가 충분히 공기를 마시지 못해 레인 중간에 멈춰 서서 호흡을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기를 거듭하는 사이 오기가 생겼다. 불판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꼬치처럼,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위해서 어깨를 열고 여차하면 배영처럼 상체를 완전히 젖히겠다는 생각으로 상체 전체를 돌리는 시도를 해본다. 오! 된다. 마신 숨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호흡이 딸리면 발차기 속도를 느리게 하며 킥의 횟수를 줄인다.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발버둥을 많이 치는 것도 숨이 찬 원인 중 하나다. 숨을 마음껏 쉬는 것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주어진 공기를 사용하는 것조차 신중해야 한다. 가계부를 쓰며 허튼 지출을 줄이듯, 소중히 공기를 사용한다. 허투루 공기를 쓸 일이 없도록, 불필요한 힘을 빼고 불필요한 동작을 가지치기하듯 다듬는다. 역시 글처럼 동작이 쉬운 것만은 아니기에 숨을 마시는 순간의 공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호흡은 짧다. 코와 입으로 적지 않은 물이 들어온다. 아. 실내수영장 물도, 어느 정도는 짭조름하구나...(?) 꼬르륵꼬르륵 어쩔 수 없이 물을 입으로 코로 마시며 코와 입이 매워지는 불편을 감당한다. 서투름의 댓가로 물을 먹다 보면, 물을 불편하고 무서워했던 마음에서 기필코 이걸 불편하지 않게 해내리라는 오기가 싹튼다. 오기가 생긴다고 하루아침에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간에 레인에 멈춰 서기보단 어떻게든 이번 레인만은 배운 걸 해내 보자는 각성이 올라온다. 집중력이 생기고, 몇 번을 더 반복하는 사이 조금씩 실력이 는다.


"잘했어요. 몸을 돌리는 느낌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느리더라도, 고개를 치켜드는 습관이 굳어지지 않는 게 중요해요. 조금 느리게 늘지라도, 잘못 배운 걸 바로잡는 것보다는 빨라요. 한번 습관이 잘못 들면, 결국은 다시 고쳐야 하는데, 그게 훨씬 어렵고 오래 걸려요."


수영을 가르쳐주시는 지인이 해준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뭔가를 배우며 숙련도를 쌓는 과정에서는 이미 숱한 경험치를 쌓아 나름의 방법을 진정성 있게 전수해 줄 멘토도 있어야 하고, 배움에 진지해야 하는 내 마음가짐도 있어야 한다. 느리고 빠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진심으로 가르쳐주는 마음, 진심으로 배워서 해내고자 하는 마음, 두 마음이 이어지면 결국은 바른 습관이 잡힌다. 물론, 멘토는 거들뿐, 온전히 해내는 것은 내 몫이다. 그러나 거들어주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 거들어주는 마음이 귀하고 고마와서 수영 후에는 늘 밥을 산다. 밥으로 마음 값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또 마음을 최소한이라도 표현하고 싶은 진심이 있어서다.


 진심은  뭉근하고 느리지만, 결국 묵직하게 사람살이를 지키는 힘이 된다. 물속에서건  밖에서건, 느리더라도 바르게 호흡하고 싶다. 편법과 요령보다는 바른 자세를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 짧은 호흡이건  호흡이건  숨만큼만 팔다리를 움직일  있을 뿐이라는 겸허함을 배운다. 조금씩 숨이 여유로워지는 훈련과 숙련도의 미덕을 몸에 쌓는다. 연습량과 집중력, 최선을 다하는 진심은 여간해서 우리를 속이는 법이 없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왜곡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에서 일관되게 순간순간 쌓이는 진심은 왜곡되기도 어렵다. 자유형 호흡을 진심으로 배운다.  밖에서도 유튜브를 찾아보며 다양한 스위머들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찾아본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진심을 배운다. 삶이 조금  정성껏 쌓인다. 조금   차오른 영혼의 힘으로  호흡을 마시고 뱉는다.





https://youtu.be/sA8PaIw5gcE


Swim -Jacks Manneqin


You've gotta swim

Swim for your life

Swim for the music

That saves you

When you're not so sure you'll survive


헤엄쳐야 해요

당신의 삶을 위해서

헤엄쳐야 해요

당신이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당신을 구할 음악을 위해서


​You gotta swim

And swim when it hurts

The whole world is watching

You haven't come this far

To fall off the earth

The currents will pull you

Away from your love

Just keep your head above


헤엄쳐요

아플수록 헤엄쳐요

온 세상이 보고 있어요

아직 지구에서 멀어질 정도의

상황까지는 아니예요

물의 흐름이 당신의 사랑과 당신을 떼어놓는다고 해도

머리를 앞으로 유지한채로.


​I found a tidal wave

Begging to tear down the dawn

Memories like bullets

They fired at me from a gun

A crack in the armor, yeah

I swim to brighter days

Despite the absence of sun

Choking on salt water

I'm not giving in

I swim


새벽에 눈물흘리며 빌게 하는 큰 해일을 찾았죠

총알같은 기억이 나를 향해 총을 쏘았고

갑옷엔 금이 생겼어요

해가 없어도 더 밝은 날을 향해서

나는 헤엄쳐요

소금물에 목이 막힌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아요

나는 헤엄쳐요


​You gotta swim

Through nights that won't end

Swim for your families

Your lovers your sisters

And brothers and friends

Yeah you've gotta swim

Through wars without cause

Swim for the lost politicians

Who don't see their greed as a flaw


헤엄쳐야 해요 끝이 없는 밤이 계속되도

헤엄쳐야 해요 당신의 가족과, 사랑과,

자매와 형제, 친구들을 위해서

헤엄쳐야 해요

이유 없는 전쟁을 겪더라도

넘쳐 흐르는 자신의 욕심을 보지 못하는

타락한 정치인들을 위해서 헤엄쳐야 해요


​The currents will pull us

Away from our love

Just keep your head above


물의 흐름이 우리의 사랑과 우리를 떼어놓는다고 해도

머리를 앞으로 두는 것을 유지하세요.


​I found a tidal wave

Begging to tear down the dawn

Memories like bullets

They fired at me from a gun

A crack in the armor, yeah

I swim for brighter days

Despite the absence of sun

Choking on salt water

I'm not giving in

Well I'm not giving in

I swim


새벽에 눈물흘리며 빌게 하는 큰 해일을 찾았죠

총알같은 기억이 나를 향해 총을 쏘았고

갑옷엔 금이 생겼어요

해가 없어도 더 밝은 날을 향해서 나는 헤엄쳐요

소금물에 목이 막힌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아요

나는 헤엄쳐요


​You gotta swim

Swim in the dark

There's no shame in drifting

Feel the tide shifting and wait for the spark

Yeah you've gotta swim

Don't let yourself sink

Just find the horizon

I promise you it's not as far as you think

The currents will drag us away from our love

Just keep your head above

Just keep your head above


Swim

Just keep your head above

Swim, swim

Just keep your head above

Swim


헤엄쳐야 해요

어둠 속에서도

유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예요

흐름의 변화를 느끼며 불꽃을 기다려요

헤엄쳐야 해요

절대 가라앉지 마세요

수평선을 찾아요

당신의 생각만큼 멀리 오지 않았다는 걸 제가 보장할게요

물의 흐름이 우리의 사랑과

우리를 떨어뜨린다고 해도

머리를 앞으로 한 채로

머리를 앞으로 한 채로

헤엄쳐요

머리를 앞으로 한 채로

헤엄쳐요, 헤엄쳐요

머리를 앞으로 한 채로

헤엄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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