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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Apr 26. 2021

자유형 팔 젓기

나아가는 흐름을 만드는 4단계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몸을 편평하게 띄운다. 사람의 몸은 신기하게도(?) 물에 뜬다.
물속에 들어가 보기 전에는 얼마나 잘 뜨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일단 수면에 엎드려서 온 몸에 힘을 주지 않고 조금 기다리면 이내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힘을 주지 않으면 떠오른다니. 수영의 기본은 힘을 주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며 몸을 띄우는 것이다. 열심히 뜨려고 하면 괜히 힘만 빠지고 제대로 뜨지도 않는다. 대체로 겁이 나서 물속에서 몸에 힘을 빼는 건 쉽지 않지만,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몸이 생각보다 쉽게 뜬다는 것을 (오히려 가라앉기가 퍽 힘들다는 것을) 먼저 느끼며 배웠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상태를 역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상태를 역행하며 즐기는 법을 발견한 것도, 그 방법을 따라 삶을 즐기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다.


 일단 뜨고 나면 발차기를 배운다. 발차기도 재밌지만, 수영을 배우며 뿌듯하게 진도가 나갔음을 느꼈던 것은 역시 팔을 쓰는 법을 배웠을 때다. 발이 근면하고 성실하게 몸의 밸런스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들어준다면, 팔을 쓰는 순간 몸이 쓰윽-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팔로 물을 제대로 잡아서 뒤로 보내주는 힘이 엄청나다. 내 앞의 물을 잡아 몸이 나아가는 흐름을 오롯이 느끼는 쾌감이란. 어쩜 나는 그렇게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건지. 아니,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기보단 수영장 레인이 앞으로 앞으로 가고 싶게 생기기도 했다. 사실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나가는 걸 배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중간에 레인에서 꼭 헐떡이며 일어나 숨을 몰아쉬고 다시 글라이딩을 해야 하지만, 호흡이 허락하는 만큼 앞으로 쓰윽 쓱 나가는 건 역시 신이 난다. 팔로 물을 잡는 느낌도, 나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물을 밀어내며 흐름을 만드는 느낌도, 내 앞에 기다리는 미지의 물과 시간을 내 쪽으로 끌어오는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내가 물속에 있다는 현실도, 수영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수영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만, 어떻게 물을 잡아 어떻게 보내며 효율을 기할 것인지는 온전히 내 몫이 아닌가. 손동작의 각도, 팔의 움직임에 따라 내 앞의 물은 흐름을 만들며 나를 앞으로 밀어준다. 내 앞의 저항이 오히려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바꾸는 순간이다. 삶에서 만나는 저항의 흐름을 내 쪽으로 돌리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인데, 수영에서는 쓰윽 쓱- 쉽게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어설프게 잡아도 얼마간은 앞으로 나가고, 제대로 잡으면 제대로 쓰윽 나간다.   


수영을 배우며 팔 젓기를 배울 때, 4가지 단계를 나눠 팔 동작을 이해하기 쉽게 쪼개서 설명을 들었다. 동작을 분할해서 설명하면, 분명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움직임을 배울 때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원리를 생각하며 동작에 생각을 담을 수 있다. 어렵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만큼 더 빨리 배울 수도 있다. 첫 단계는 Catch, 물과 수평으로 뻗었던 한 팔을 안으로 접어 내 앞의 물을 잡는 동작이다. 손의 모양과 팔의 각도에 따라 잡아당길 물의 양과 흐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제대로 물을 잡지 못해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당기면 쓸데없이 힘만 많이 쓰고 생각보다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만 물을 잡아 흐름을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반대쪽 어깨로 앞으로 나가는 몸을 밀어주면,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간다. 잡은 물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는 두 번째 동작을 Pull이라고 부른다. 팔을 배꼽 가까이 당기며 잡은 물이 몸의 아래쪽으로 밀려나가면서 몸을 띄우고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본격적으로 몸이 나가는 추진력을 만드는 동작이다. 물을 잡아당기며 만드는 각에 따라 속도와 움직임의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번 물을 잡아당겨보며 내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추진이 좋은 각을 찾아본다. 사실 나는 이 단계에선 정신이 없어서 내가 물을 제대로 잡아당기는지 알지 못하지만 물을 당기는 순간 반대쪽 상체를 밀며 쓰윽 앞으로 미끄러지는 느낌을 즐긴다. 수준급의 수영을 하는 느낌이 들면서 시원하게 쭈욱- 나간다! 물을 잡아당겼던 팔을 허벅지 바깥쪽으로 밀며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는 동작이 Push.  어깨의 각도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수면 위로 팔이 회전해 떨어질 수 있게 등부터 어깨 전체를 사용한다. 몸통이 호흡하는 쪽으로 돌아가 호흡이 일어나는 시점이 Push의 시점이다. 몸통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으면 호흡할 수 있는 머리의 각을 목이 아닌 몸통으로 만들면서 몸을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몸통과 어깨, 팔이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인다. 짧은 순간에 팔이 허벅지 바깥쪽으로 돌아가며 몸통이 호흡하기 좋게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팔로 물을 잡기 좋은 자세로 돌아오는 단계가 Recovery다. Recovery의 시점에서 몸은 수평으로 물에 떠서 중립을 유지한다. 코어에 힘을 주고 내 몸이 비뚤어진 데 없이 잘 떠있어야 수영 레인 안에서도 방향을 일직선으로 유지하며 힘을 덜 들이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팔이 돌아간다. 수면 위에서 몸의 밸런스가 수시로 바뀐다. 마치 삶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디론가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힘을 주고  곳이 바뀌며,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는 우리네 삶처럼. 그리고 삶에서 나아갈 방향에 맞춰 흐름을 만든다. 흐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목적지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에  상태에서는 골반의 틀어짐이, 어깨의 불균형이, 좌우의 비뚤어짐을  쉽게 알아차릴  있다. 조금만 골반의 방향이 틀어져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틀어진다. 코어에 힘을 잡고 밸런스를 잡아가며  순간순간 물에  있는 상태를 감지한다. 레인은 일자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는 과정에서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삶에서도 가고자 하는 방향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삶에서도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무게를 싣더라도, 평상시의 잘못된 자세 패턴으로 자꾸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집중해 내가 얼마큼 비뚤어져 있구나, 어떻게 개선하면 되겠구나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방향보다 과정에서의 밸런스를  잡는 습관을  들이면 크게 실수하거나 지쳐 나가떨어지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있다.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나아갈  있다.


어떤 레인을 쓰더라도, 나아가야 하는 숙명은 수영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따라오는 것이다.  레인에도, 옆의  레인에도 나와 같은 숙명을 갖고 흐름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면식이 있건 없건, 다들 각자의 레인에서 흐름을 만들면서 자신의 실력만큼, 자신의 밸런스를 잡아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누군가  레인에서, 혹은  뒤에서, 앞에서 팔다리를 저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잡을  있는 만큼만 물을 잡아서 당기고 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같은 행동을 거듭하는 사이 조금씩 는다. 삶에서의 밸런스를 맞추는 요령도 조금씩 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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