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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n 02. 2021

다시, 시작하는 다이어트

마음력이 차올랐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ing'였다. 고백하지만, 2017년에 나는 10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한 적이 있다. 키도 큰 편인 데다 뼈대도 튼튼하고 근육량도 많은 편이라 단단한 체형이었는데, 당시에는 운동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강사들 사이 한약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좋은 건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은가. 덩달아 함께 하던 사이 한약의 힘으로 5킬로가 빠졌다. 그리고 혼자서 나름대로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하며 5킬로를 더 뺐다. 한약을 먹지 않으면서 5킬로가 더 빠졌을 때가 나는 더 재미있었다. 게임을 하듯, 음식량을 조절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를 선택해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다. 불과 3~4개월 만에 감량된 10킬로그램이라는 몸무게는 (무려 몸무게의 1/6이다!) 몸의 쉐입을 무척 다르게 했다. 얼굴은 뾰족해졌고 안 그래도 신체 중 가장 가느다란 편이던 허리는 더 잘록해졌다. 군살은 거의 없어졌는데 피부가 푸석해졌다. 그리고, 웃음기가 없어졌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다이어트에 빠져들어 늘 굶주려있던 나는 예민함의 끝을 달렸다. 식당에 가면, 채소와 함께 버무려진 양념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려 들고,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까다롭기 그지없어 지인들이 함께 밥을 먹자며 먼저 배려해 준답시고 샐러드 가게를 제안해 줄 정도였다. 그나마도 함께 밥을 먹어준 지인들은 참 고마운 분들이었다. 어느새 은근히 먹는 자리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는 줄도 모르면서 짜증을 내고, 당시 곁에 있었던 상대에게는 왜 내가 예뻐졌는데도 예뻐해주지 않냐며 성질을 있는 대로 냈다. 그때 내 곁에 있던 상대는 점점 날카로워지는 나를 도와주지 못했다. 오히려 어쩔 줄을 몰라 함께 화를 내거나 멀어져 버렸다. 그럴수록 나는 괜찮아져야 한다는 강박에 더 빠져버렸다.


 처음엔 호기심에 시작한 다이어트였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이어갔던 다이어트는 오히려 내게 상처뿐인 인생 최저의 몸무게 기록만을 안겨주고 지나가버렸다. 나는 성격과 친구들을 되찾기로 했고, 날씬한 몸매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먹고 싶었던 것들을 챙겨 먹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해줬다. 함께 하는 동안 나를 강박으로 이끌게 했던 요인들에게서는 벗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더 강도가 있더라도 나를 활기차게 해 주는 운동을 선택하기로 했다. 2017년 이후 나는 조금씩 더 튼튼해졌다. 마음은 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마음을 채우기 위한 삶을 살기로 했다.  마음이 채워진 움직임이 있는 날에는 고마왔다고, 이렇게 움직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일기를 남겼다. 점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 많았던 날들에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회복되었지만,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것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었다.


 한 번 다이어트에 성공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때의 부작용을 제외하면 다시 날씬하고 예쁜(나만 아는 1cm라도)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이따금씩 올라온다는 걸. 한 동안은 다시 강박이 올라올까 봐, 몸무게를 줄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도 내 마음의 소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무게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왜 올라오는지를 관찰하곤 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거나, 외모적 허영심이 발동해 올라온 마음이라면, 자존감이 떨어져 올라온 마음이라면 마음을 든든하게 채우는데 신경을 썼다.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이 출렁일 때마다 "Love Myself"의 닻을 단단히 내렸다. 운동심리상담을 하면서도 강박적인 다이어트, 자존감이 떨어져 선택하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회원들에게는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코칭을 했다. 그리고 자존감이 단단하게 잡힌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을 다잡으며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웬만한 흔들림에 내 자존감이 괴롭지 않은 시점이 되면, 그때 나를 위한 다이어트를 하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6월 1일, 대망의 결심을 시작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한 달, 3킬로 줄이기.
 -계획은 3끼 건강하게 먹기(아침은 샐러드, 점심은 일반식 1/2, 저녁은 채소와 단백질로 챙기기)
 -운동은 하던 만큼 하기(주 3회 수영, 주 3회 달리기, 주 2회 헬스)& 대신 매일 오전 스트레칭 챙기기

 -잠은 충분히 자기. 하루 8시간! (밤잠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낮잠 자고 싶을 때 쪽잠으로라도 챙기기)

 -스트레스 상황에서 화내지 않고 내 마음을 차근차근 잘 만나보기. 긍정적 자기 확언 챙기기


하루하루, 다시 움직임 일기를 쓰듯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보기.

오늘의 식단은

아침- 버섯 두부 홀그레인 머스터드 샐러드

점심-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간식- 아몬드 호두 브라질너트 한 줌

저녁- 주꾸미 비빔밥(밥은 반 남기기)

물- 2리터 / 커피 3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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