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세월을 즐기는 지혜
세월이 도망친다
숨차게 도망친다
무엇을 훔쳤는지
무엇에 쫓기는지
세월아 너는
무엇이 그리 급하길래
신발을 손에 든 채
맨발로 도망치는가
세월이 사라진다
아득히 사라진다
주름을 남겨놓고
미련도 남겨놓고
세월아 너는
얼마나 무정하길래
뒤도 한 번 안 보고
무심히 사라지는가
‘인생(人生)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사람(人)의 삶(生)이었습니다. 사람의 삶은 또 무엇인가 했더니 생로병사(生老病死)였습니다. 생로병사는 또 무엇인가 했더니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시간의 흐름 즉, 세월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세월도 흘렀고, 세월이 흐르면 인생도 함께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진시황도 도망가는 세월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은 진시황의 기세도, 불로초도 모두 비웃으며 유유히 도망쳤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무정한 도망자입니다. 세월은 그렇게 미련이 없는 도망자입니다. 손님처럼 슬며시 왔다가 도둑처럼 사라지는 얄미운 도망자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도망을 치고 있습니다.
지나간 세월에 미련을 두면 둘수록 세월은 더 빨리 도망칩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는 방관자로 살면 세월은 자꾸만 도망칩니다. 지난 세월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내 앞에 흘러가고 있는 세월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 세월은 더 빨리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기면 물도 나도 함께 흘러갑니다. 같은 이치로 흘러가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그 시절의 세월을 최대한 누리며 살면 세월은 홀로 도망치지 않고 나의 동반자가 되어 줍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나의 삶이 온전히 세월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세월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젊은 시절엔 젊은 세월에 내 몸과 맘을 맡기고, 중년 시절엔 중년의 세월에 몸과 맘을 맡기면 됩니다. 유년에도 노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엔 30대의 세월을 즐기고, 60대엔 60대의 세월을 만끽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시절마다 나의 연인이 되어 준 세월은 내게 풍성한 추억과 행복한 삶을 선물합니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세월이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월이 도망치기 전에 먼저 손 흔들어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멀리 서서 세월을 바라보지 말고, 지금의 내 자리에서 지금의 내 세월을 만끽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