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직장
“그 시간에 회사에서 야근이라도 하면 야근수당이라도 받을 텐데... 크큭”
앞줄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정 박사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야근하면 돈이라도 벌죠. 과거 여러분들에게 ‘일’하면 떠오르는 것은 부정적인 단어였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노는 것’에서도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노는 것’에도 내 인생에 슬픔을 주는 요소들이 또한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정 박사의 목소리 톤이 다시 강해졌다.
“‘노는 것’에도 긍정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요소가 함께 있었습니다! 어느 것에도 양면을 갖게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우리가 그토록 싫어했던 ‘일’이란 단어에서도 부정적인 요소들만이 아닌 긍정적인 요소들이 분명히 들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청중들은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인생에는 양면성이 항상 같이 존재하죠. 여자여서 좋기도 하지만 남자이기에 좋은 점도 있고, 결혼해서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고 싱글이어서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죠. 부동산정책이든 뭐든 똑같은 정부의 정책도 득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실이 되는 사람이 있는 법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수가 제법 많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키 큰 사람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이코노믹 증후군에 걸릴 확률도 낮고, 시골길을 가다가 거미줄에 걸릴 확률도 낮고.”
정 박사의 유난히 작은 키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해가 떠서 좋을 때가 있고 비가 내려서 좋을 때가 있고, 화장실에서 여유로운 배변을 습관 들이다가는 치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용을 쓰다가는 고혈압으로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고......”
또 한 번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어서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한 편에서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는 욕심 많게도 다 가지려고 하죠.”
청중들의 눈동자가 다시 커졌다.
“부모들은 자녀를 영어도, 국어도, 수학도, 음악도, 미술도, 체육도 다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합니다. 또 ‘내 남자친구는 잘 생기고 유머도 있는데 멍청해’, ‘내 마누라는 음식은 잘하는데 애교가 없어’ ‘내 남편은 돈도 잘 벌고 다 좋은데 밤에 비실거려’라고 하면서 다 갖지 못한 것을 너무도 아쉬워합니다.”
자기네들도 그랬다는 듯 청중들은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도 학교 다닐 때 특별히 공부 잘하는 아이 빼고는 영어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는 아이는 별로 없었잖아요. 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친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었고요.”
강연장을 둘러싼 공기에는 긍정의 기운이 돌고 있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는 자연의 이치처럼 인간 세상에도 그 양면성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강연장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지금까지 강연한 내용 속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일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세상사가 양면성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상 어떤 일에도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일 속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 정박사는 강단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좌측으로 뒤돌아 걸으면서 말을 이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 ‘일을 가질 것, 둘째 사랑을 할 것, 셋째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말이에요.”
정 박사는 엄지, 검지, 중지를 순서대로 접었다.
“칸트가 말한 세 가지를 찬찬히 뜯어 살펴보세요. 모두 일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직장이 없이도 사랑을 시작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일이 없는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안 그런가요? 또한 경제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에 안방마님 행세를 하고 있는 오늘날 일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일이 없는 사람에게 승진도, 좋은 자가용도, 좋은 아파트도...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정 박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청중들에게 다가가 면면을 응시했다.
“현대인들은 직장을 통해서 희망을 키워갑니다. 희망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직장을 통해서, 일을 통해서 너무도 많은 것을 얻고 있지 않습니까? 평소에도 명절 때에도 시댁과 처갓집에 사람노릇하게 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인형이며 장난감도 사주게 하고, 주말이면 놀이공원도 데려가게 해 주고, 고마운 남편에게 힘내라고 영양제며 멋진 넥타이도 선물하게 해 주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김치냉장고도, 멋진 코트도 사 줄 수 있게 하기도 하며, 여름휴가 때는 내 사랑하는 가족과 시원한 바닷가로 피서를 가게도 해 줍니다. 이 모든 것이 직장이 없다면 가능한 일인가요?”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직장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과 행복은 참으로 많았음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회사에 해준 것보다 회사가 나에게 가져다준 것이 훨씬 더 많을 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에요.”
청중들의 입은 하나같이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일은 분명히 힘듭니다. 하지만 노는 것도 일처럼 매일 한다면 일보다 더 힘들 거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았습니다. 나이트클럽에 1년 동안 매일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지 않습니까?”
정 박사는 유난히 빛나고 있는 김대리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일은 나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며,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을 준다면 그 선물을 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일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나에게 선물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입니다. 그런 고마운 직장을 싫어해서는 안 되겠지요. 오히려 연인처럼 사랑해 주고 내 몸처럼 소중히 아껴주며 아이처럼 정성껏 보살펴주어야 하겠지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수를 받으면서 정 박사는 청중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제 직장의 고마움을! 직장이 우리에게 행복의 선물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것을 확실히 아셨습니까?”
“네!”
청중들은 천정에 붙어있는 샹들리에를 흔들어버릴 정도의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 박사의 가슴에도 뿌듯함이 일렁거렸다.
“더군다나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회사는 그네들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청중들의 눈이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24시간이지요?”
“네∼”
정 박사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질문했고 청중들도 어린아이처럼 대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잠자는 시간은 6시간, 근무시간은 8시간, 나머지 자유재량시간을 10시간으로 본다면 자유재량시간이 제일 많지요.”
많은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중에서 자유재량시간이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 10시간 안에는 온갖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출퇴근 시간, 자기 계발 시간,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시간, 각종 경조사, 취미생활, 주변사람의 도움요청... 어쩌고 저쩌고. 자유재량시간에는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아서 쪼개고 쪼개보면 각각의 시간들은 정말로 적은 거죠.”
정 박사는 청중들의 반응을 살피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집에 있는 시간을 살펴볼까요? 잠자는 시간을 포함하고 있는 집에 있는 시간을 잘 들여다보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작 몇 시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중들은 고개를 계속해서 끄덕이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하루 24시간 중에서 눈 뜨고 살아있는 절반 정도의 시간을 직장에서 머무르고 있는 셈이죠. 결국 회사는 직장인의 삶의 터전이라는 표현은 무리가 아닙니다. ‘직장은 제2의 가정’이라는 말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정 박사가 다시 청중을 훑어본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살아있는 시간(인간에게 있어서 잠을 자는 시간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필수적인 시간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 박사는 죽어 있는 시간으로 간주했다)의 절반가량을 직장에서 머무르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직장인의 전체인생 중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시간과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대답을 유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중들의 반응이 정 박사의 흥을 돋우웠다.
“결국 직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인생전체에서 행복할 시간도 그만큼 많아지겠죠. 그리고 직장에서 피어난 행복 바이러스는 직장의 테두리를 벗어나 가정에도 또 다른 모임이나 집단까지에도 퍼지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고요.”
청중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럼 어떤 자세로 근무를 해야겠어요?”
“.........”
“아까 직장은 제2의 가정이라고 했잖아요. 요즘 같이 대가족이 부러워지는 핵가족 시대에 직장 동료를 형, 누나, 언니, 삼촌, 고모, 동생처럼 생각하면서 근무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 많아서 좋고, 직장분위기 화기애애해져서 좋고, 분위기 좋으니 회사는 발전할 테고...... 뭐 좋은 게 한두 가지뿐이겠습니까? 이왕에 하시는 일 동료들 간에 사랑을 나누고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하면서 일하면 정말로 좋지 않을까요?”
청중들은 입에 미소를 그렸고 박수도 터져 나왔다.
“회사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라는 항공사가 있어요. 1971년에 비행기 3대로 출범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항공사로, 가장 입사하고 싶은 항공사로 우뚝 서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특별한 경영철학 덕분인데요, 그것은 바로 ‘재미있는 일터’입니다.”
청중들의 눈빛에는 궁금함이 가득했다.
“모든 직원은 ‘오늘은 회사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볼까?’를 생각하면서 출근합니다”
D기획사 직원들의 눈동자는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사우스웨스트 직원 누구나가 즐거움의 소재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누가 나를 재미있게 해 줄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오늘은 무엇으로 고객과 동료들을 즐겁게 해 줄까?’하고 모두가 고민한다는 것이죠. 즉, 다시 말하면 누가 날 재미있게 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누군가를 웃겨주기 위해 모두가 연구한다는 것이죠.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에게는 출근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청중들의 눈망울은 원숭이가 솜사탕을 먹는 광경을 본 유치원 꼬마님들의 눈처럼 초롱초롱해졌다.
“여러분! 여러분의 회사도 사우스웨스트처럼 될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강한 시선으로 청중들을 훑어보았다.
“쉬는 날 어영부영 집에서 쉬는 것보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즐거운 그런 멋진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회사의 동료들이 모두 재미나고! 나 또한 쉴 새 없이 웃음을 만들어내서!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여러분의 회사를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내친김에 대답을 유도했다.
“여러분!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네!”
청중들의 대답은 1m 두께의 콘크리트 지붕을 날려버릴 만큼 우렁찼다.
“네 잎 클로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예상치 않은 질문이었음에도 청중들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행운이요!”
“그럼 세 잎 클로버는요?”
“... 행복이요.”
“그렇다면 행복이 좋은 건가요? 행운이 더 좋은 건가요?”
“행복이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행운보다는 행복이 더 소중하다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행운보다는 늘 자신과 함께하는 행복이 더 소중할 것입니다. 이렇게 행운보다 행복이 더 소중한 것임을 너무도 잘 알면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행복보다는 일시적인 행운을 쫓거나 행운에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 박사가 짧은 순간 창밖의 하늘을 응시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어린 시절의 봄날, 들에서 뛰어놀다가 클로버가 눈에 띄기라도 하면 우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네 잎 클로버를 찾곤 했었죠.”
사람들은 표정으로 보아 이미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때 세 잎 클로버는 우리들한테 어떤 대접을 받았었나요?”
“.........”
“찬밥신세정도가 아니라 짓이겨지기 일쑤였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수가 제법 많았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행운은 주로 돈이나 재물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행운의 대표적인 물건이 복권일 테고요. 어쨌든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으면 어깨를 떨어뜨리고 삽니다. 돈 없는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고 그런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박사는 짧은 사색의 시간을 청중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인간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들판에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처럼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행복도 지천에 깔려있습니다. 넓게는 우리네 삶 속에, 좁게는 우리들의 직장 곳곳에 깔려있음에도 우리는 그걸 보지 못합니다. 눈은 멀쩡한데 지척에 있는 행복이라는 보석을 보지 못하고 눈 뜬 장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청중들의 표정에는 깨달음이 역력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백수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직장이겠죠!”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맞추어 대답했다.
“그래요. 요즘 같은 시기라면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것일 텐데, 우리는 그 안에서 불평만 늘어놓고 있죠.... 그런 분들은 밤길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 백수들한테 걸리면 아마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리 모두 귀한 보석을 못 보는 눈 뜬 봉사가 되지 맙시다! 그리고 돈에 너무 연연하지 맙시다!”
“그래도 돈은 많으면 좋지 않나요?”
맨 뒷줄에 앉은 한 남자의 발언이었다.
“제가 여러분께 이런 질문을 드려 볼게요. 누군가가 ‘100억을 줄 테니 당신의 두 다리를 싹둑 자르시오’라고 했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두 다리를 자르시겠습니까?”
“.........”
청중들은 멈칫했다.
“... 돈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멀쩡한 두 다리를 자를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맨 뒷줄의 키 큰 남자가 뜸 들여 대답했고, 그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미쳤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어느 누구도 다리와 100억을 바꿀 의사를 보인 사람은 없었다. 정 박사는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나직이 속삭였다.
“그래요. 여러분들은 두 다리가 성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10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거나 다름없는 거예요.”
잠시 의도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100억 정도의 재산가라면 충분히 부자가 아닌가요?”
청중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 박사가 계속 속삭였다.
“어디 다리뿐이겠습니까? 여러분께서 주위를 잠시만 둘러보면 행복은 너무도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고요가 흘렀다.
“성공한 인생은 삶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많이 느끼고, 고통과 슬픔은 잊어버리거나 적게 느끼는 것입니다.”
적막은 계속됐다.
“행복은 발견하는 자의 몫입니다. 많이 발견하면 많이 발견할수록 그만큼 내 행복은 커지는 것이고, 적게 찾으면 적게 찾은 만큼 행복은 줄어드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시절의 보물 찾기와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정 박사는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돈 = 행복’이라는 공식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1950년대의 6.25 전쟁 직후보다 경제적으로는 훨씬 더 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잘 살게 된 것과 비례해서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산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TV를 보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근근이 먹고사는데도 자기네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더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청중들의 수가 제법 되었다.
“제가 호텔에서 근무할 때를 기억해 봐도 부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비싼 선물을 받아도 그리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많은 걸 이미 가져봤기 때문에 행복을 별로 못 느끼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아주 사소한 선물에도 크게 감동받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면 없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빈 도화지 위에 그릴 것이 많듯이 앞으로 그릴 것도, 채워야 할 것도, 그래서 행복을 느낄 거리도 많잖아요. 우리는.”
정 박사의 강연에 청중들은 한껏 고무되었다. 어느덧 강연을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정 박사는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탈무드에 ‘풍족한 사람이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우매함으로 인하여 무언가를 잃어본 후에야 이전의 소중함을 알곤 합니다.”
“.........”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수도관이 얼어봐야 수돗물이 시원하게 나올 때의 고마움을 압니다. 애인과 헤어져봐야 솔로의 쓸쓸함을 알게 되고, 머리카락이 빠져 머리가 휑해진 다음에야 머리카락의 소중함을 알죠.”
청중들의 입모양은 꽉 다문 조가비처럼 단단했다.
“마찬가지로 직장도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아는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을 잃기 전에 고마움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정말로 현명한 사람일 텐데 말이에요...”
행복은
항상 그대가 손에 잡고 있는 동안에는
작아 보이지만
놓쳐 보면 곧 그것이
얼마나 크고 귀중한가를 알게 된다.
-막심 고리키-
정 박사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잠시 멈추더니 오른팔을 강하고 절도 있게 쥐었다.
“내가 살아 숨 쉬는 것도! 두 다리가 멀쩡한 것도!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갑시다! 지금까지는 어리석게도 행복이 어디에도 없었다(nowhere)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바로 여기에!(now here), 내 삶의 숨소리에! 내 두 다리에! 내 직장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즐겁게 살아봅시다! 그렇게 신명 나게 살아봅시다! 여러분! 청중들의 우렁찬 함성이 강연장을 흔들었고 박수소리가 장내를 메웠다.
둥지
아침엔 이슬 되어
저녁엔 노을 되어
내 가슴에 꿈을 주던
그대 나의 둥지여
어머니 품처럼
아버지 가슴처럼
포근한 안식처 되어 주던
그대 나의 둥지여
둥지여 그대 나의 희망이기에
둥지여 그대 나의 행복이기에
나 그대를 안고 살리라
내 영혼 부서지는 그날까지
그동안 '훌륭한 리더, 성공하는 직장인'과 끝까지 함께 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