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와 마이너스 2

긍정이 주는 선물

by 보물상자

“벤자민 프랭클린은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결혼 후에는 한 눈을 감으라!’라는 말을 했어요.”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갔는지 일곱 명은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결혼 후에는 한 눈을 감으라!’”

정 박사는 또박또박 또렷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들려주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겠어요?”

“결혼 전에는 상대를 신중히 고르고, 결혼하고 나서는 웬만하면 이해하고 살라는 말 아닌가요?”

프런트에서 근무하는 송 대리의 대답이었다. 정 박사는 오버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그렇게 쉽게 맞추시면 어떡해요. 재미없게.”

얇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박사는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을 남도 알고 있어서 허탈하다는 듯한 표정을 일부러 지으면서 웃음으로 흐트러진 일곱 명의 시선을 다시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맞습니다.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송 대리님은 부인께 잘하시는 편인가요?”

“아닙니다.”

“왜요, 잘하실 것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좀 전의 김 주임이 상쾌한 목소리로 대신 대답했다.


“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신중히 고르느라 아직 못 갔습니다.”

몇 사람이 킥킥거렸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마흔아홉입니다. 아직 청춘이죠!”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송 대리의 씩씩한 대답에 회의장은 폭소가 터졌다. 웃음이 진정될 무렵 정 박사가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하죠. 결혼 전에는 좋은 것만 보고, 결혼 후에는 나쁜 것만 보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입가에 쑥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인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유통기한은 어떤지, 세일품목인지, 싱싱한지, 몇 리터가 들었는지, 깻잎에 점은 없는지... 꼼꼼히 따지면서 정작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은 그냥 덥석 선택해 버리죠.”

참가자들은 계속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결혼 전에는 방귀를 뀌어도 ‘자기 방귀는 희한하게 냄새가 안 난다’느니, 밥 먹고 트림을 해도 ‘속이 안 좋은 거냐?’며 오히려 걱정을 했었고, 약속시간에 1시간씩 늦어도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 굉장히 이해심이 많은 척했었죠. 그리고 ‘당신 없는 세상은 배터리 없는 휴대폰이요, 얼음 없는 팥빙수이며, 탬버린 없는 노래방이라며 주저리주저리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았었죠.”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어떤가요?”

정 박사가 일곱 명을 빠르게 훑어보았지만 아무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통통한 게 보기 좋다’ 더니 결혼하고 나서는 ‘팔뚝이 자기보다 두껍다’는 둥, 파마라도 한 날이면 ‘무슨 사자머리를 해가지고 왔느냐’는 둥, 어쩌다 팔베개라도 해달라면 ‘장난하냐?’며 눈을 위아래로 뜨기 일쑤고, 여자는 늘 가꿔야 매력이 있다더니 결혼 후에 어쩌다가 값나가는 화장품이라도 살라치면 뭐 그렇게 비싼 화장품을 살 필요가 있느냐며 ‘이 여자 바람난 것 아니야?라는 등 어이없는 말들을 쉼 없이 내뱉죠.”

참가자들은 자기는 아니라며 수군거렸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입사하기 전하고 입사 후의 사고방식이 확연히 달라지거든요.”

일곱 명은 다시 긴장하는 눈초리였다.




“한반도 호텔에 입사하실 때 다들 면접 보셨잖아요?”

“.........”

“혹시 면접내용을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벌써 10년이 넘은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시설부 전기실에 근무하는 박 과장이었다.

“그럼. 박 과장님은 면접 보실 때 회사에 관해서든, 본인에 관해서든 긍정적 얘기를 많이 하셨던 것 같나요?, 아니면 부정적 얘기를 주로 하셨던 것 같나요?”

“참∼내. 당연히 좋은 말을 많이 했겠죠.”

감정을 건드릴 만한 내용도 목소리 톤도 아니었음에도 박 과장은 따지듯이 대답했다.

“맞아요. 그러셨겠죠.”

순간 정 박사와 박 과장의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의 눈에선 영화 스타워즈에서나 봄직한 광선검의 불꽃이 튀었다. 정 박사가 또렷하면서도 절제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입사지원자들이 채용면접 때는 회사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말하고, 그 회사에 대한 좋은 정보는 어디서 그렇게 많이도 수집했는지 칭찬을 입이 닳도록 하곤 합니다. 하지만 입사를 하고 나서는 그 태도가 180도 바뀌죠.”

박 과장이 움찔했다.

“칭찬은 온데간데없고 맨 불만투성이고요. 목숨 걸고 회사를 위해 일하겠다던 다짐은 회사를, 사장을 그리고 상사를 목숨 걸고 욕하는 걸로 바뀌죠.”

박 과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불만은 여전해 보였다.


“한마디로 누워서 침 뱉기 대회를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회사는 이래서 싫고 저래서 나쁘고. 술집에 가도 회사 욕하는 것보다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안주가 없어요. 그래서 마구 물고, 뜯고 씹어댑니다.”

정 박사답지 않은 거칠고 격앙된 표현이었다.

“마치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의 변심은 이런 것이야’라고 시범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말이에요.”

박 과장의 얼굴은 어느새 처음의 불만 섞인 표정에서 수긍하는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너무 다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 박사는 미안함 맘이 들었다. 그래서 화제를 자부심을 심어주는 쪽으로 약간 선회하기로 맘먹고 온화한 표정과 톤으로 말을 이었다.


“고객과 부딪히다 보면 힘든 일이 왜 없겠습니까? 저도 호텔에 근무하면서 이런 고객, 저런 고객, 별의별 고객을 다 상대해 봤기 때문에 여러분의 고통을 어느 정도는 압니다.”

정 박사가 십수 년 간의 화려한 특급호텔 경력자임을 일곱 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대고객 서비스를 하는 직장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에는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궁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설명이 필요했다.




“고객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문구들을 살펴보면, 호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쎄자르 리츠는 ‘Guest is always right. 즉, 고객은 항상 옳다.’라고 했고, 피터 드러커는 ‘고객은 진짜 왕’, IBM은 ‘고객은 황제’, Sony는 ‘고객은 신(神)’이라는 표현들을 사용했죠.”

참가자들의 눈말울이 또랑또랑 해졌다.


“이런 표현들을 너무 많이 듣고 접하다 보니 ‘고객은 왕이니까 고로 우리들은 종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종사원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사원들은 스스로가 고객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고, 직업에 대한 회의마저도 느끼게 된 것이죠.”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만 초라하게 할 뿐이죠. 이제는 이런 못난 생각,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생각은 집어던져 버려야 합니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박 과장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츠칼튼 호텔에는 ‘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우리는 신사숙녀에게 봉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사숙녀이다)라는 사훈이 있습니다.”

박 과장도 여섯 명도 귀를 기울였다.




“자신들을 호텔 보이나 종으로 보지 않고 신사숙녀라는 자부심 어린 표현을 씀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그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리츠칼튼 인들은 모든 언행에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객들도 자연적으로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신사숙녀로 대하게 되는 것이고요.”

“아∼ 자기가 자기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군요.”

부정에서 한 걸음 벗어난 듯 박 과장이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렇죠. 반대로 고객을 대하는 종사원의 말과 행동, 태도가 삼류이면 고객들도 그 종사원을 삼류처럼 취급하게 돼 있거든요.”

“맞아요. 제가 평소 말이 거친 편인데 식당에 가서 품위 있게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한테는 함부로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죠?”

“그리고 종업원이 싸구려처럼 보이면 막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헤헤.”

박 과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헛웃음을 쳤다. 일곱 참가자의 표정과 자세에서 정 박사는 갓 입소한 훈련병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군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이미 많이 변해있었다. 정 박사는 그들의 변화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멘트를 던졌다.

“여러분은 모두가 행복의 전달자(happiness messenger)입니다!”

일곱 사람은 다시 궁금해졌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이제부터 여러분은 ‘종사원은 종’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행복의 전달자’라고 생각을 바꾸고 프로정신으로 무장하여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행복의 전달자라는 의미는 알 것 같은데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황준호 트레이너의 물음이었다.


“왜 행복의 전달자이고, 왜 해피니스 메신저냐......”

정 박사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황준호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모두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또박또박 그리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힘주어 전했다.


“슬퍼하는 고객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로, 기뻐하는 고객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의 말로, 불평하는 고객에게는 진정한 사과의 말로, 그리고 처음 만난 고객에게는 반가움의 인사로 고객을 맞이해 보십시오. 그래서 나를 만나는 고객마다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의 열매들이 맺어진다면 여러분이 바로 기쁨의 산타클로스요, 진정한 행복의 전달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의도치 않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곱 명은 어느새 긍정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흐뭇해진 정박사는 서서히 마무리 준비를 했다.

“여러분들 호스피스가 뭐 하는 사람인 줄 다 아시죠?”

“병간호해주는 사람이잖아요.”

베아트리체라는 커피숍에서 근무하는 최유미 웨이트리스의 밝은 대답이었다. 스물다섯 그녀의 말투에서 신선함이 묻어 나왔다.

“그렇죠.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평안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안락간호사라고도 불리잖아요.”

“호스피스 하면 수녀님만 하는 걸로 알았는데 요즘에는 일반인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최유미 웨이트리스의 목소리는 탁구대 위를 통통 튀는 공처럼 맑게 튀었다.




“예전에는 주로 수녀님들이 호스피스를 많이 하셨지요. 그래서 호스피스 하면 수녀님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고요. 근데 호스피스들은 보수를 얼마나 받을까요?”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봉사차원에서 일하는 것 아닌가요?”

일식당 ‘긴자’에서 근무하는 정 캡틴의 대답이었다. 29세의 여성인 정 캡틴은 미모와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약간은 이기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요. 그네들은 무보수로 일을 하죠. 무보수로 봉사하면서도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해 극진히 보살피죠.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 박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었다.


“여러분들도 TV에서 호스피스들이 봉사하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들의 표정이 어떻든가요? 무보수로 일하는 호스피스들의 표정은 찡그린 얼굴이었나요?”

“아니요. 항상 웃고 있더라고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회장 ‘페스티벌’에서 근무하는 곽 대리의 대답이었다. 곽 대리는 일은 열심히 하지만 불평이 많아서 말로 공을 까먹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표정 어디에서도 불만의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은 무보수로 일하면서도 정성을 다해 일하고 또 너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합니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일순간 일곱 명은 숙연해졌다. 말을 던진 정 박사마저도 전율을 느꼈다.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면 좋은 일하고 봉사하면서 살아야지’라는 아름다운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느새 정 박사의 목소리는 웅변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점점 힘과 엑센트가 강해지고 있었다.


“여러분! 봉사가 무엇입니까? 상처받은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여러분의 주위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달해 주는 것이 봉사 아닙니까? 여러분들이 직장에서 상사, 동료, 부하직원에게 잘하는 것도 훌륭한 봉사요, 고객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도 훌륭한 봉사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보수로 봉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항상 꿈틀거리고 있는 아름다운 봉사의 마음을! 직장에서! 그것도 보수를 받아가면서 실천하게 해 준다는데, 고객을 직접 맞이하는 여러분의 일터야말로 참으로 고마운 곳, 참으로 아름다운 봉사의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일곱 명의 손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 박사는 그 박수소리가 진정 그들의 변화의 소리임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네


어떤 이가 생각하네

비는 온통 흙탕물이 되어 세상을 더럽히고 있다고

빗길을 걷는 운동화도 옷도 마음도 젖어버렸다고


다른 이는 이렇게 생각하네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단비가 내린다고

더 푸른 나뭇잎과 상쾌한 공기를 제공해 준다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네


저기의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네

눈길은 사람을 해하는 거친 존재라고

눈 녹은 세상은 참으로 볼품이 없다고


여기의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네

뽀드득뽀드득 눈길은 설렘과 추억이라고

온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겨준다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네


어떤 이가 불만을 말하네

애써 가꾼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버린다고

많은 것을 삼켜버리는 바람은 얄미운 존재라고


다른 이는 희망을 말하네

한 여름의 시원함은 바람에게서 나온다고

힘센 태풍은 바다를 풍성하게 일군다고




다음 편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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