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 주는 선물
자기계발 강사인 정박사의 하루는 새벽 네 시에 시작된다. 새벽기상은 자기계발의 출발점 중 하나이고, ‘강연자는 강연하는 내용을 스스로가 먼저 실천해야 자격이 있다’는 사고를 가졌던 정 박사였기에 체득된 습관이었다.
여느 때처럼 정 박사는 가볍게 차려입고 산책로 숲길에 두 발을 담갔다. 뇌 속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산책을 하고 샤워를 마친 후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맑아진 정신으로 전날 밤 계획해 두었던 오늘의 일과를 꼼꼼히 살핀 후 독서를 시작했다. 아침독서는 정 박사에게 하루 중 최고의 선물이었다. 독서가 끝나갈 즈음 아내의 음성이 들렸다.
“아침 준비 준비됐어요.”
식탁에 앉아 아내의 정성이 담긴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 뜬 이름을 보니 양 회장이었다. 양 회장은 객실 500개 규모의 ‘한반도 호텔’의 오너로 정 박사 하고는 아주 절친한 사이였다.
“네. 접니다. 회장님.”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나 양 회장일세. 너무 일찍 전화했지?”
“별말씀을요. 그런데 이렇게 일찍...... 무슨 일 있으세요?”
처음 있는 일인지라 걱정스러운 맘에 정 박사는 다른 인사를 나눌 겨를이 없었다.
“아니, 무슨 별일은...”
양 회장의 목소리에서 근심이 묻어 나왔다.
“혹시 오늘 오전에 강연 스케줄 있나?”
“아니요. 오전엔 없습니다.”
“그럼, 오전 10시경에 우리 호텔로 와 줄 수 있겠나?”
양 회장은 정중하게 방문을 요청했다.
“그럼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하는 걸 보니 시급한 일인 것 같아 주저 없이 대답했다.
“특별히 뭐 준비할 거라도 있나요?”
“아니, 회의 끝나고 이야기 좀 해주면 되네.”
정 박사는 이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드문 일이지만 직원들의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 싶으면 양 회장은 정 박사를 소방수로 활용하곤 했다. 호텔 내에도 교육을 담당하는 연수부가 있었지만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되면 양 회장은 정 박사를 찾았다.
“네, 알겠습니다. 9시 30분까지 가겠습니다.”
회장실에 도착하자 신문을 읽고 있던 양 회장이 정 박사를 반갑게 맞았다. 아침간부회의가 막 끝났고 10시에 일곱 명의 직원들이 회의실로 올 거라고 했다.
“앉게. 아침 일찍부터 미안하네.”
“아뇨. 별말씀을요.”
양 회장은 미리 준비한 다기에 녹차를 따라 주며 서둘러 말을 꺼냈다.
“보고를 들어보니까 요즘 몇몇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이 많다는구먼.”
“아, 그래요... 어느 정도나...”
“좀 심한 모양이야. 시도 때도 없이 불평이라고 관리자들이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군.”
양 회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할 텐데 말이야...”
양 회장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걱정의 깊이를 드러냈다.
“그랬군요...”
느낌으로 보아 사태는 심각해 보였다. 정 박사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들어오는 사람들과 원탁에 둥그렇게 앉았다. 일곱 명은 20대 중반에서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정 박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일곱 명에게 정 박사는 구면이었다. 지난해 한반도 호텔 창립 10주년 행사 때 정 박사는 ‘고객감동서비스를 위한 우리들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었기 때문이다.
“네. 안녕하세요!”
그들은 한 편으로는 반가움의 인사로, 한 편으로는 자기네들이 왜 여기에 모였는지를 알기 때문에 어색함의 인사로 정 박사를 맞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정박사가 밝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자기가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세요.”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았다.
“허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으시네요. 제가 봤을 땐 손을 들어야 할 분이 몇 분 계신데 말이에요.”
정 박사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면서 농담을 던졌고, 일곱 명은 모두 다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손을 들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러는 사이 회의실은 킥킥거리는 웃음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어떤 분은 정 박사를 가리키며 손을 들라고 했고 정 박사는 절대로 아니라며 딴청을 피웠다. 정 박사의 그런 모습도 우스꽝스러웠고 여덟 명은 실컷 웃었다.
“기분이 많이 좋아지셨나요?”
“네!”
“웃는 것이 화내는 것보다는 좋은 것 같아요. 그렇죠?”
“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곱 사람의 기분은 많이 좋아졌다.
“찡그린 것보다는 웃는 것이 고객을 위해서도, 본인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서도 좋겠지요.”
자신들을 향한 말임을 직감했는지 일곱 명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짐캐리에 버금갈 정도로 표정연기의 대가인 정 박사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괜찮음을 표현해 내자 그들의 입가엔 다시 미소가 그려졌다.
“자,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우리 이제부터 맛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볼까요?”
원탁에 둘러앉은 일곱 명은 이내 진지해졌다.
“제가 살아가면서 가장 아끼는 말 중 하나가 바로 ‘Think positive!,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립니다. 그 이유는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좋지 못한 일이 생기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당장에 처한 어려움보다 저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박사님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나요?”
맥 빠진 목소리였지만 질문은 다분히 도전적이었다. 경회루라는 뷔페식당 주방에서 근무하는 서른다섯 살의 김 주임이었다. 시비조의 질문이었지만 노련한 정 박사는 여유 있게 답변했다.
“그럼요. 그럴 수 있죠.”
“사람이, 그럴 수는 없죠. 어떻게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김 주임은 말을 하다 멈췄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굉장한 슬픔이죠. 제 아버지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순간 김 주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버지 임종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고향에서 세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세 시간 내내 저는 펑펑 울었습니다.”
나머지 여섯 명도 숙연해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모셔진 고향에 도착할 때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 박사는 잠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아니야. 친구 요한이는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잖아. 나는 나이가 40이 넘어서도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으니 아버지께 받은 사랑이 얼마나 많아. 비록 만 분의 일의 보답일지언정 그렇게도 예뻐하시던 막내아들 손주의 재롱도 선물해 드렸으니 나름대로 효도도 했잖아. 아버지는 치매도 아니어서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도 않으셨지. 그리고 막내로서 사십의 나이라면 양부모를 모두 잃은 자식들이 적지 않을 텐데 내 어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시잖아.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라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김 주임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좀 전의 무례하고 도전적인 질문이 미안할 뿐이었다.
“그래서 저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며 ‘Think positive!’를 되새기는 겁니다.”
발명왕 에디슨의 긍정적 사고
기자의 질문: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발명을 할 수 있었습니까?
에디슨의 대답: “나는 귀가 먼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발명에만 몰두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하던 김 주임의 목소리가 조금씩 팽창하고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된다’는 말보다는 ‘나는 긍정의 사고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 그러긴 하는데...”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헷갈려하는 것 같아요.”
김 주임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지레 겁먹고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말이에요.”
김 주임의 표정은 아직도 의문부호였다.
“긍정적 사고를 몸에 체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누군가한테 ‘1년 내에 한강 물을 다 마셔라’는 것처럼 도저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잖아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긍정의 사고를 꾸준히 연습하면 언젠가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겠군요.”
김 주임 얼굴에서 그늘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가능하긴 하지만 힘들 거야’라는 말보다는 ‘힘들긴 하지만 가능해’라고 말의 순서를 바꿔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김 주임은 어금니를 깨물고 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에서라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겁니다.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회사에는 물론이고 자신한테도 도움 될 것이 별로 없을 테니까요.”
앞에 놓인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갔다.
“직장 생활을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람과 ‘직장은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생활을 꾸려가도록 돈도 제공해 주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만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 주어 나의 가치를 인정받게 해주는 장소이지’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요.”
일곱 명의 참가자는 모두 진지했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은 참 많습니다. 그중 일을 함에 있어서 사람과 동물의 커다란 차이점은 ‘동물은 반응한다는 것이고, 사람은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약속이나 한 듯 참가자 모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치 빠른 정 박사가 설명을 붙였다.
“동물은 때리거나 지시를 받아야 일을 하고, 사람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제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노예가 뭐겠습니까?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고 누군가 시켜서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노예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지금껏 내가 처리해 온 일들이 자발적 행동이 아닌 노예나 동물과 같은 수동적 행동이었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노예의 근성이나 동물의 습성을 가져서야 되겠습니까?”
일하는 것이 즐거울 때 인생은 얼마나 기쁜가!
일하는 것이 의무일 때 인생은 얼마나 노예와 같은가!
-막심 고리끼-
일곱 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들이 부정적인 사고로 직장생활을 해왔음을 반성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너무 다그치는 것 같은 정 박사의 말에 반감을 느껴서 그럴 수도 있었다. 정 박사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모두 인정했지만 결국은 그들을 설득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함이 오늘 정 박사의 미션이기에 말을 멈출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