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의 비밀
“철새는 오랜 시간을 날아야 하잖아. 굉장히 힘든 여정이겠지. 그래서 최소의 에너지로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알아낸 것이 바로 V자 대형이야.”
궁금하다는 듯 세 사람의 눈은 더 커졌다.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 날개 뒤로 소용돌이가 형성돼. 그 소용돌이는 날개 바깥쪽으로 상승하는 공기의 흐름을 만드는데, 공기가 상승하는 곳에 기러기가 위치하면 힘을 덜 들이고도 하늘을 날게 되지. 이렇게 뒤쪽 기러기가 앞쪽 기러기의 날개 바깥쪽에 위치해 나가는 배열이 연속돼서 결국 V자 대형이 만들어지는 거야. 기러기는 먼 거리를 나는 동안 ‘어떻게 하면 힘을 덜 들이고, 더 멀리 날 수 있을까?’를 연구해서 상당히 과학적으로 날고 있는 거야.”
“우와! 신기하다. 신기해. 정말, 신기해요”
수희가 여자들 특유의 ‘같은 말 반복하기’를 사용해서 신기함을 강조했다.
“자, 좀 더 들어봐.”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오른쪽 눈 20cm 정도의 거리에 절도 있게 펴 보여 무언가 중요한 내용을 말할 것임을 암시하면서 만수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대열에서 어느 기러기가 가장 힘들겠니? 두말할 것도 없이 맨 앞의 기러기겠지. 뒤따르는 기러기들을 위해서 가장 힘든 역할을 담당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거잖아.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앞에 날던 기러기가 지치면 뒤로 물러나고, 뒤에서 힘을 비축하던 기러기가 앞장을 선다는 거야.”
“한 마리가 계속 앞서가는 게 아니었군요.”
승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한 무리의 기러기 모두는 자신을 조금씩 희생해 가면서, 동시에 협력도 해가면서 무리 전체의 성과를 높여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실제로 V자 대형으로 날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약 70% 이상을 더 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뒤쪽의 기러기들은 앞서 가는 기러기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계속 격려의 울음소리를 내고 말이야. ”
잠시 고요가 흘렀다.
“기러기의 V자 대형은 희생정신과 협동정신의 산물이야. 우리 삶에서도, 직장에서도 기러기처럼 자신의 이익보다는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지겠지. 결국 그 희생정신은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서 회사의 성장도, 나 자신의 발전도 함께 가져오고 말이야.”
밀알이 되고 싶다
몸을 태워 어둠 밝히는 초처럼
육체를 녹여 달콤함 건네는 설탕처럼
나는...
밀알이 되고 싶다
내 영혼의 고결한 희생으로
풍성한 생명들 일궈내는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세 사람은 사뭇 숙연해졌다.
“기러기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네요.”
“그러게요. 기러기도 하는데...”
현철과 승훈의 의기소침한 모습에 만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무 낙심하지는 마라.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으니까.”
세 사람의 표정은 다시 장수풍뎅이를 처음 본 어린아이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너희들 사람 ‘인(人)’자 알지? 사람인자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니?”
“.........”
세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큰 작대기 하나하고 작은 작대기 하나가 서로 기대고 있는 형상이잖아.”
“그렇긴... 하죠!”
그런 대답이라면 자기도 할 수 있었다는 듯이 승훈이 대답했다.
“그러면 큰 작대기가 의미하는 것과 작은 작대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각자의 의견을 말해 봐.”
생각할 시간도 주고 화장실도 갔다 올 겸해서 3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 질문이 어려웠는지 세 사람의 시선은 낮은 곳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만수는 애초부터 답을 기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먼저 입을 열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질문이지.”
만수는 마른오징어를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는 설명에 들어갔다.
“큰 작대기가 의미하는 것은 ‘큰 사람 또는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 예를 들면, 집안에서는 부모님,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선배님, 군대에서는 선임, 직장에서는 사장님이나 상사, 동네에서는 어르신... 이 외에도 많겠지만 대충 이런 거라고 할 수 있어.”
“그러면 작은 작대기는 그 반대개념으로 보면 되나요?”
현철이 물었다.
“그렇지. 그래서 사람 ‘인(人)’자는 글자 자체가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큰 작대기 즉, 최고경영자, 리더, 선생님, 어르신, 선배님, 선임, 상사들은 작은 작대기가 배우려 하거나 힘들어할 때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들의 시간과 금전... 등을 희생시켜 작은 작대기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깨달음도 주고, 슬픔을 격려해주기도 하지.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는 거야.”
만수는 잠시 한 템포 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작은 작대기 시절에 도움을 받거나 의지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사에서 무언가 덜 성숙되었을 시기에는 성숙한 존재로부터 보살핌과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거든.”
세 사람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큰 작대기도 언덕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발 더 성장할 수도 있는 것이고, 더욱더 성장하려 노력도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거나 다름없지.”
“그러면 작은 작대기는 언제까지나 기대기만 하는 건가요?”
승훈이 물었다.
“그건 아니야. 작은 작대기도 언젠가는 성장을 할 것 아니겠어? 그때가 되면 이제는 작은 작대기가 아닌 큰 작대기의 역할을 자기도 해야 하는 것이지. 삶 속에서 그런 현상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순환하는 거야. 그것은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으로 성장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어렸을 적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다시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지”
“아~ 그렇구나!”
현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만수가 말을 이었다.
“사람 ‘인(人)’자는 사람과 사람이 협력하고 살아간다는 뜻을 품고 있고, 이렇게 협력하면서 사람이(人) 살아가는(生)것이 인생(人生)인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협동정신, 즉 팀워크를 발휘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만수가 한 박자 쉬고 나서 바로 질문을 던졌다.
“협력이나 팀워크의 핵심 정신이 뭐였지?”
“희생정신이요?”
합창한 세 사람의 눈빛에 깨달음이 있었다.
“자, 이제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해 볼까. 직장은 다양성을 그 출발점으로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협력과 배려 그리고 희생이 없는 다양성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직장은 마치 콘크리트가 되기 전 각각 별개로 존재했던 시멘트, 모래, 물, 삽과 같이 따로국밥이 되는 꼴이지. 이것들은 모두 자기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체로만으로는 탄탄한 콘크리트 집을 지을 수 없어. 각각 힘을 합쳐 조화롭게 비벼졌을 때 비로소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만수가 마지막 멘트를 강하게 토해냈다. 뒤를 이어 현철이 벌떡 일어서더니 군기 바짝 든 헌병처럼 절도 있게 한 마디 강하게 화답했다.
“희생을 통한 협동정신으로 이 나라 큰 일꾼이 되겠습니다.”
승훈도 질세라 크게 소리쳤다.
“이제부터는 어렵다는 말보다는 할 수 있다는 맘으로 무엇이든 꼭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승훈의 말투에서도 비장한 각오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네 사람의 입은 토실토실 붉은 알밤이 가득한 밤송이처럼 환하게 벌어져 있었다.
만수와 헤어진 뒤 세 사람은 커피숍을 향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오늘의 이야기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소
↳ 팀워크를 이뤄야 회사도 나도 성장
* 희생 없이 팀워크를 이끌어낼 수 없어
↳ 희생정신은 평소 생활에서 연습
* 희생, 배려가 효과를 보려면
↳ 베풀 때 화끈하게 베풀어야
↳ 기러기는 조금씩 희생해서 큰 성과 거둬
* 사람 인(人) 자의 의미
↳ 사람은 협력하는 존재
엿장수와 얼라들
삐그덕 삐그덕 엿장수 손수레 소리
덜커덩 덜커덩 냄비소리
어영차 어영차 아찌 힘든 소리
휘이휘이 시원한 바람소리
산비탈을 올라간다
엿장수 아찌 손수레가 올라간다
아찌가 힘들단다
손수레도 힘들단다
바람이 있다면 밀어주그래이
누구 있으면 끌어주그래이
아이고야 힘들구나
아이고야 죽겠구나
내 마음을 들었다냐
어디서 왔노 요놈들
고맙구나 아그들아
고맙구나 얼라들아
니들 덕에 쉬이 왔데이
아이다 아찌 땜에 엿 묵는다
아이다 아이다 니들이 고맙데이
아이다 아이다 아찌야가 고맙데이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