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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귀희 Jun 07. 2024

초 2, 무슨 학원 보내세요?

영유를 나오지 않은 우리 아이의 영어 로드맵

내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나오지 않았다.

일반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나름 엄마표 영어로 파닉스와 사이트워드를 공부했고,

초등학교 1학년, 영어유치원 연계 어학원 입학테스트에 통과해 그 곳에서 1년간 수업을 들었다. 

주5일 40분은 한국인 선생님과 reading&wrighting 수업을 듣고,  40분은 원어민 선생님을 만나 listening&speeking 수업을 들었다. 나름 우리 동네에서는 "빡세게" 시키는 학원에 속했고, 그만큼 숙제가 많았다. 하루에 숙제하는 시간만 평균 1시간이 넘었다. 어느 날은 7페이지를 해야만 했다. 

영어 쓰기가 아직 미숙한 우리 아이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션이었다.


영어를 그렇게 꽉꽉 채워 하다보니 다른 것들을 할 시간이 없었다.

교구를 활용하는 사고력 수학도 시간이 없고, 독서도 깊이있게 못했고, 심심할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하루 온종일 학교랑 학원 다녀와서 놀고 싶은데 다시 책상에 앉아, 기계처럼 미션클리어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도 아이도 조금씩 지쳐갔다. 아이 말로는, 숙제 분량이 적으면 자기도 할 만 하겠는데, 

숙제 양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의 입장은, 집중해서 하면 30분안에 끝낼 분량인데, 

아이는 피곤해서 한없이 늘어지고 멍때리고 딴짓을 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이 길어지니 점점 피곤해서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집중을 못하고 딴 짓을 하는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되고, 마음속으로는

영어 말고도 할 것이 많은데 나머지것들을 챙겨가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가 다니는 어학원에서는 영어 책을 읽고, 그 지문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쓰고, 

그 내용으로 빈칸채우기 시험을 치는 것이 monthly test였다. 나는 아이가 매번 100점을 받아오길래,

영어 실력이 꽤나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건 본문만 외우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 

이것이 과연 진짜 실력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쨌거나 주5회 40분씩 매일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며 외국인과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었던 1년간의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1년을 그렇게 다니고, 그만두기로 했다. 물론, 아이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고 나니, 정든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펑펑 울었던 우리 딸.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했다. 물론 그 어학원의 방대한 숙제 분량이, 판단을 내리는 데 한 몫했지만,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영어 원서를 접하며 새로운 글 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고심했던, 영어도서관으로 옮기게 되었다.


영어도서관을 보낸지 5개월차, 매주 5권의 영어 원서를 읽고, 단어학습을 하고, 북 퀴즈를 푼다.

여기서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 AR2점대는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조금 모자란 AR1.5점이 나왔고

도서관에서 받아오는 책들은 내가 보기에 너무 쉬운 수준(7세때 읽어준 런투리드 수준)이었다.


영어 책의 수준이 쉽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수준은 책의 내용을 깊이있게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난이도. 

즉, 문해력이 뒷받침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좀 이르긴 하지만,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서 

문법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2형식, 3형식,, 간접목적어 직접목적어 인칭대명사 등과 같은 단어도 배우는 중)

어느날은 인칭대명사를 이해하기 위해 40분동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뿌듯하게 말한다.

그렇게 고민한것만 해도 기특하다 느껴진다. 고민을 시간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

무엇이든 구조적으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문법도 나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집은 아이를 국제 학교나 유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영어라면,

초등저학년때 영어에 힘을 너무 많이 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군지의 아이들이 영어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고 있다. 

나의 일터가 나름 울산에서는 학군지의 중심(울산 남구 옥동)이기 때문에, 이 곳 아이들의 수준을 알고 있다. 


프랜차이즈 대형어학원, 나도 보내야 하나 생각은 하지만 머뭇거리게 된다.

왜냐하면, 양날의 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짜임새있는 커리큘럼으로 영어에 몰입하여 영어 실력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어렵고, 숙제가 많기 때문에 영어에 지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 또한 케바케 애바애라서, 이정도 분량의 숙제를 거뜬히 해내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따라서 현재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의 영어는 다음과 같다.


1. 원어민과 대화를 했던 1년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화상영어 수업(Talk station)을 2회 30분씩

zoom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이건 학습의 개념보다, 영어로 말이 통하는 기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행히 즐겁게 수업에 임하고 있고, 어느 날은 한국어를 영어처럼 발음할 때도 있었다.

( 원어민 선생님한테 "I like 쉬는시간~" 이라고 하는데, 그 쉬는시간을 "쉬는쉬과~안"이라고, 

외국살다온 애처럼 발음하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수업이 끝나고 옳은 표현으로 고쳐주긴 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아이가 잘못 말하는 어법을 고쳐서 다시 알려주신다.

영어 회화만큼은 그저 자유롭게, 즐겁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회화 만큼은 크게 개입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중간중간, 아이가 알아들을만한 문장을 영어로 말하곤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바로 영어로 대답할 때가 있다. 영어에 대한 감정을 좋게 가져가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협찬 받지 않고 그저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2. 주 4회 영어도서관을 다니며 원서를 일주일에 5권씩 읽고 있다. 

각 도서마다 단어 암기와 북퀴즈도 진행하고, 한글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수업도 하고 있다. 

애니매이션을 자신의 목소리로 더빙하는 숙제도 있는데, 아이가 제법 즐겁게 하고 있다. 단어 테스트의 

수준이 아이 실력보다 쉬운 수준이어서 이 부분이 고민 되다가도, 그저 마음 편하게 "영어를 할 만하다" 

느끼는 수준이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정리하자면, 초등 저학년, 영어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1] 영어 감정

* 영어에 대한 흥미와 좋은 감정

*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2] 영어 입력

* 부지런히 단어를 외워 어휘력을 기르는 것 

(한국어 뜻을 본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 so 모국어 그릇이 잘 갖춰지는 것이 중요함)

* 원서를 읽으며 문장 구조와 어순에 익숙해지는 것

* 어휘와 문장이 익숙해지면, Listening을 할 때도 잘 정리되어 뇌에 입력되는 법.

* 감각을 잃지 않도록 Listening을 꾸준히 하는 것


[3] 영어 출력 

* 틀려도 좋으니, 일단 입으로 뱉으며 소통하는 즐거움

* 문장을 쓸 때는, 기본 문법들은 지키기(대/소문자, 단/복수, 어순, 시제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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