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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아이와 떠난 괌 여행 #.03

by 윤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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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따라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고, 새벽 6시에 일어난 나와 남편은 함께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늦잠을 자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광경. 오늘까지 날씨 요정이 도와주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냥 이렇게 마냥 누워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 시간의 효율을 중요시 여기는 ESTJ 입니다만,)

나 혼자 렌트카를 운전해서 K마트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줄 선물들과,

오늘 남부투어때 필요한 간식거리를 사오기 위함이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움직이면 시간도 아깝고

6시 40분쯤 호텔을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행객들도 보고,

구름모양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운전하는 기분이란 ! 한국에 있을 땐 틈틈이 휴대폰을 봤는데

괌에 있는 동안은 휴대폰을 잘 보지도 않고, 의미없이 유투브 채널돌리기도 하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온 피부에 저장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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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트는 24시간이었고, 이른 아침에도 쇼핑을 하는 여행객들 몇몇이 눈에 띄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쇼핑을 하는 기분도 괜찮았다.

마카다미아와 선물들, 간식들을 샀더니 약 100달러가 나왔다.


괌에 왔는데 호텔 조식만 먹기에는 아까워서 현지 맛집인 PIKAS 카페에 갔다.

투몬 비치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간 곳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오픈시간쯤 도착하니 웨이팅 없이 여유있게 착석할 수 있었다.

이곳은 로꼬모꼬 맛집이다. 서니사이드업으로 시키면, 반숙란을 위에 얹어 주는데

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흘러내리는 노른자와 밥, 그리고 육즙의 풍미가

미국 맛 그 자체를 보여주는 함박스테이크와 소스를 비벼 먹으면 말 그대로 입 안이 황홀하다.

하지만 계속 먹다보면 조금 느끼하기도 한데, 이 때 직원에게 '디난시 소스'를 따로 요청하면 된다.


핫소스를 함께 내어주긴 하지만, 내 입맛에는 디난시 소스를 조금씩 섞어서 먹는 것이식

훨씬 맛있었다. 디난시 소스는 매운 고추 소스인데, 생각보다 많이 매워서

참새 눈물만큼 콕 찍어서 맛을 먼저 보고, 적당히 섞어서 비벼먹는 것을 추천한다.

매콤하고 크리미한 소스와 함박스테이크의 육즙, 그리고 계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국에 다시 와도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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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나 하나밖에 없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외국어와 즐거운 웃음소리

그리고 식당의 인테리어와 분위기, 친절한 직원의 태도, 모든 것이 좋았다.

여행을 갈 때마다 틈틈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성격이기에, 이 순간도 내게는 특별했다.


로꼬모꼬는 혼자 먹기에 양이 많아서, 음식이 나오자마자 투고백을 요청해서

따로 담아두고, 포장한 음식은 숙소로 돌아가 남편과 아이가 나누어 먹었다.


호텔에 돌아가니 아이는 잠에 깨 있었고, 아이 아침을 먹이러 함께 이그제큐티브 룸으로 가서

아이는 식사를 하고 나는 커피 한 잔을 했다. 그 동안은 남편도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 부부는 함께 즐겁지만 또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그 시간을 존중해 준다.



오늘의 일정은 1. 패러세일링 2. 남부투어 이 두가지다.

패러세일링은 신혼여행때 남편과 함께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리하여 남편은 이번에 하지 않기로 하고

스릴을 즐기는 10살 딸아이와 나 둘이 함께 타기로 했다.

예약은 [괌 조아닷컴]에서 [Joe 패러세일링]으로 예약했고,

렌트카를 타고 직접 주소를 검색해 출발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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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명과 우리 가족 3명 이렇게 한 배를 탔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온통 푸르름 가득한

그 사이를 딸과 함께 날았다. 꽤 높이 올라가는데, 아이는 처음에는 살짝 무서워하다가 이내 적응하고는

잔뜩 신난 표정을 하고 즐거워했다. 꺄~~~ 소리를 내며 좋아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이번에 조금

무서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설렜다.

아이와 함께할 때, 아이가 느끼는 그 감정을 오롯이 다시 느낄 수 있는 것 색다른 경험이다.

우리 딸과 앞으로도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배를 탔던 일행의 이야기로는, 동남아에서 탔던 패러세일링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패러세일링 팀은 바다에 발을 담그게끔 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팀은 다행히(?)

안정적으로 바로 보트로 내려왔다. 스릴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패러세일링 추천 !!

다음 일정은 남부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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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밸리 - (이름모를)선착장 - 솔레다드 요새 - 메리조 부두 등을 다니며

예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딸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 저것 컨셉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날씨가 무척 덥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없을 이 순간을 마음껏 찍으며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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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투어를 끝내고 다시 올라가는 길, 더위에 지쳐 상큼한 것이 필요했던 우리 가족은

아사이볼 맛집인 '마이티 퍼플'로 향했다. 건강에 좋은 아사이베리와 딸기, 바나나, 그래놀라 등을

섞어 먹을 수 있는 아사이볼 ! 우리는 아사이볼 하나랑 스무디 하나를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상큼하고 시원해서 비타민 충전을 제대로 했다 ! 매장에는 추억의 오락기도 있고,

미국의 NBA농구경기를 보여주는 TV도 있어서 여행 온 느낌이 물씬 난다.

마이티 퍼플 추천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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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퍼플에서 걸어서 5~6분 거리에 스페인 광장이 있어서 이 곳에서도 사진을 남기고! ^^

GPO에서 옷을 몇 개 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스테이크 맛집인 론스타타 스테이크에 갔다.

미국 땅이니만큼 1일 1스테이크를 실천하는 우리 가족. 스테이크의 맛은 끝내주게 맛이 있었고,

크리미한 소스에 찍어먹는 양파튀김(이름을 몰라서 영어로 설명해 주문했던 메뉴)도 맛있었다.

이 스테이크 맛을 봤는데, 한국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까 ㅠㅠ 최상의 맛을 보고야 말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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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5시쯤 되었다.

자정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기에 우리는 마지막날까지 호텔에 있을 수 있었다.

남은 시간 우리 가족이 한 것은? .. 스노쿨링 !!

정말 3일 내내 스노쿨링만 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물놀이를 못하고 괌을 떠나보내기엔 아쉬웠다.

힐튼 괌 앞에 있는 프라이빗비치(이파오 비치 근처)에서 스노쿨링을 했다.

이 때 찍은 사진은 없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되는 충전기로 충전을 해야 해서 호텔 객실에 폰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파오 비치에서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스노쿨링을 하며

괌에서의 마지막 바다를 온 몸으로 느꼈다.

이번 스노쿨링에서는 빵 조각을 들고 갔더니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리티디안 비치에서 봤던 귀엽고 이쁜 물고기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얕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스노쿨링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빵 조각을 뿌렸더니, 트리거 피쉬까지 다가오길래 아이 손을 잡고 후다닥 도망치며 수영을 했다.


해변가에서 놀다가 계단만 올라오면 바닷물을 헹굴 수 있는 수도꼭지가 있고,

거기서 바닷물을 헹구고 계단을 더 올라오면 호텔 인피니티 풀이다.

물놀이 하러 온 우리 가족에게는 최적화된 루트가 아닐 수 없다 !

그렇게 저녁까지 수영을 하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칵테일 무제한 리필과 안주겸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해질무렵까지 얼마나 하늘이 아름다운지, 그 순간을 카메라로 찍지 못해서

우리 딸은 계속 아쉬워 했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서 그 여운을 갖자고 얘기해주었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이제 슬슬 짐을 싸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짐을 싸고 있는데, 우리 딸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괌에서의 3박이 너무나 좋았고, 떠나기가 너무 아쉬운 것이었다.

어디 놀러갔다가, 아쉬워서 우는 건 또 처음이라.

그만큼 이번 여행이 좋았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나 또한 이 순간이 지나가는게 아쉬웠다.

딸 아이는 훌쩍이며 짐을 싸다가 기분이 풀리고, 또 샤워하면서 혼자 흑흑 거리다가

또 기분 풀리고, 그렇게 40분을 속상해 했었다. 이 곳은 모두 친절하고, 자기는 자유로워서 좋았다고.

아빠 엄마도 자기한테 숙제하라고 안 하고, 또 게임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나에겐 이번 여행, 사실 휴양이라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어쩌면 휴식이 필요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하늘을 보고, 바다 속을 보고,

그 시간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모두 싸고, 밤 11시쯤 잠에 들었다가 1시간 후 깨어나서 공항 갈 채비를 했다.

새벽 2시 35분 비행기였고, 공항엔 우리 비행기에 탈 승객들만 있었다.

출국심사를 하고 비행기에 타기 전, 공항 좌석에 누워 노숙 아닌 노숙(?)을 하고

진에어 항공을 타고 무사히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터뷸런스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내 뒤에 술 마신 중국인 할아버지 때문에

전혀 잠을 못 잤지만, 우리 딸은 내 무릎에 누워 3시간은 푹 자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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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가족을 맞이 한 건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었고,

곳곳에서 난 산불 탓에 연기 냄새 나는 공기였다.

집에 돌아와 짐 정리를 대충하고 우리 가족은 푹 자고 일어났고,

절 대 낮잠을 자지 않는 우리 딸도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무사히 여행이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무엇보다 잊지 못할 추억 가득했던 이번 괌 여행.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느낀 점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 여행을 다녀오니 좀 더 수월했다는 거 !!

보통 어린 아가들 데리고 괌을 많이 오던데, 괌을 온전히 즐기려면

해양 액티비티나 스노쿨링을 함께 즐길 수 있을만큼 키워서 데리고 오면 더 좋다는 것 !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두서없이 기록해 둔 여행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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