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의 둘째 날. 너무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진 우리 딸은 좀 더 자게 놔두고
훈훈씨와 교대하며 이그제큐티브라운지에서 조식을 먹었다.
이 곳에서 조식을 먹고, 또 칵테일 타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거 !
식사값만 아껴도 꽤 많은 절약이었다. (3박 5일동안 외식은 4번이 끝 ! )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피쉬아이 돌핀투어&스노쿨링&점심식사를 예약했기 때문 !
한국 업체에 예약한 것이 아니라 현지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을 했기에
함께 타고가는 버스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고, 일본 가족, 중국 가족, 그 밖에 외국인 가족들과
45인승 버스를 타고 피쉬아이로 향했다.
그곳에는 텐션이 좋은 직원분이 분위기를 이끌어주었고,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직원분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나이를 물어보며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들에게 젤리를 나눠주기도 했다.
우리 딸은 그동안 집에서 필리핀 선생님과 화상영어 회화 수업을 했기에
이들과의 소통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분이 말을 걸어주면 대답도 하고
'thank you'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딸래미에게 말을 걸어주는 외국인들이 많았고, 언제나 그들은 웃으며 친절했다.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리니, 나도 아이에게 몇 마디 영어로 말을 걸었고,
아이도 내게 영어로 대답했다.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였고,
아이도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난 영어를 잘 하진 않지만, 영어를 좋아하고 있고
괌에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이번 괌 여행이 가족 휴양 여행이기도 했지만, 다른 목적도 있었다.
10살이 된 우리 딸은 2년간 영어학원, 영어도서관,또 화상영어로 스피킹도 공부했기에,
어느정도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으니 현지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영어로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전히 난 부족한 솜씨지만, 간단한 회화는 어렵지 않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이번 여행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어쨌거나,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ㅡ
힐튼 호텔에서 약 20분간 버스를 타고 피쉬아이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나아간지 10분쯤 됐을까, 저 멀리서 보이는 돌고래떼 !
돌핀 투어를 신청해도 돌고래를 보지 못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이 날은 날씨요정님에다가 돌고래들까지 만났으니 완전 럭키비키!!
돌핀투어가 끝나고 피쉬아이 전망대로 돌아왔다.
사실 돌핀투어를 하면서 그대로 바다에 들어가 스노쿨링을 할 거라 생각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 ㅠ 원래 이 곳 스케줄대로라면
돌핀투어를 하며 요트를 타기(이 때 예쁜 원피스 챙겨가면 좋을듯)
피쉬아이로 돌아와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스노쿨링 장소에서 스노쿨링을 하기
끝나고 샤워 후 옷 갈아입고 점심식사하기
이 내용에 대한 안내가 홈페이지에는 없었는데(아니면 우리가 못 봤거나)
어쨌든 우리 가족은 수영복을 입은채로 보트를 타고 돌핀투어를 했고
(요트에서 남긴 사진은 다 수영복 입고 찍은 사진이고)
피쉬아이로 돌아와 스노쿨링 준비를 했다.
바다 색깔이.. 비현실적이었다. ㅠㅠ 전날 날이 조금 흐려 아쉬웠는데
이날은 햇볕이 쨍쨍 맑아서 바다색깔이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이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조금씩 달라지는 바다색깔을 보며, 더 좋아하는 푸른빛을 발견하면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 했다. 바다빛깔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을까
울산의 바다는 시종일관 짙은 남색이기만 했는데 ㅠ
전날 리티디안 비치에서 스노쿨링을 한 번 해봤기에,
6m되는 깊이의 물 속에서 하는 스노쿨링에 우리 딸은 금방 적응을 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얕은 리티디안비치와는 다르게, 깊은 바닷속 세상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큰 물고기들도 맣았고, 이 곳 직원들이 먹이를 줄 때마다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
좀 큰 녀석이 나에게 다가오면 살짝 무섭기도 했으나, 금방 적응하고 마음껏 바다속 세상을 즐겼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바닷속 물고기를 가리키며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주고 받는
그 순간은 아마 살면서 경험해 본 가장 멋진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나는 더 즐거웠고, 남편과 아이도 손을 잡고 바닷속 이곳저곳을 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스노쿨링 타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 딸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꺅~~~!!! 질렀고,
주위에 있던 외국인들과 가이드분이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트리거 피쉬 !! 트리거 피쉬!!"하고 외치던 우리 딸.
괌에는 사람을 깨무는 물고기 '트리거 피쉬'가 있다.
트리거피쉬에 대해 알려주면 무서워서 물에도 안 들어갈까봐
아이에게 말을 안 해주고 있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가까이 다가가서 물리면 안 되니
트리거피쉬를 조심하라며 사진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피쉬아이에서 스노쿨링하다가 우리 딸이 '트리거 피쉬'랑 닮은 애를 본 것 같았다.
아이가 왜 소리를 지른건지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아마도 트리거 피쉬를 본 모양이라고 말해줬고, 그러자 그들은 웃으며
그렇게 공격적인 녀석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해주었다.
그렇게 약 2시간정도? 스노쿨링을 하고 피쉬아이 맞은편 건물에 있는
간이 샤워장에서 간단히 물로 씻고, 식당으로 향했다.
수건으로 닦긴 했지만 걸을 때마다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다른 옷을 챙겨오지 않아 이대로 식사를 해야 했다. 점원은 좀 난처한 듯 보였지만
어쩔수 없이 이대로 식당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여벌 옷을 가져올 걸.. J의 크나큰 실수 ㅎㅎ
식당의 메뉴는 차모로식 뷔페였다. 이 때 젖은 상태로 밥을 먹는 것에 상당한 불만이 있던
우리 딸은 시종일관 투덜대고 있었고, 뷔페 음식을 한번 뜨러 갈때마다
우리 가족 때문에 젖은 바닥을 닦던 직원들의 눈치가 보여 마음은 찝찝했고,
음식은 카레 말고는 딱히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배는 고팠으니 우리 딸은 카레에 밥을 비벼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나름 배부르게 점심을 해결했다.
피쉬아이 투어로 가실 분들은 여벌 옷을 꼭 챙기시길..
투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니 2시 30분이 되었다.
남편과 딸은 젖은 김에 또 다시 수영장에 가기로 하고, 나는 예약된 렌트카를 받아
근처 투몬비치에 있는 ABC store에 잠시 들렀다.
미국 땅에서 처음 운전을 해보다니, 나 스스로가 뭔가 뿌듯한 느낌이랄까.
학창시절, 오직 방송인 준비만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한 나는
이런 사소한 경험에도 새삼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진다. 괌에서의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다.
ABC스토어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남편과 아이는 둘만의 수영을 마음껏 즐기고 왔나보다 !
원래 다음날 저녁에 타시그릴(p.m. 5:30) 예약을 해 둔 상태라, 그 때 저녁을 먹으며 석양을 볼 계획이었으나
렌트카 빌린 김에 건 비치까지 다녀오자 싶어서, the beach bar에서 저녁을 해결하며 석양을 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했기에,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무작정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J에게는 잘 없는 선택이지만, 이럴 때 쿵짝이 잘 맞는 부부였다 !
다행히 석양을 어느정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고,
치즈 나초와 스테이크를 먹으며, 맥주와 마가리타를 즐기며,
그리고 라이브 밴드의 공연을 즐기며 해가 지는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미포 미드나잇>에서, 현실 부부가 된 주인공들이 석양을 보며
"still there, still there"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아무리 현실 부부여도,
여전히 뜨거웠던 태양은 그들 안에 남아있다는 그런 상징적인 대사였기에, 여운이 남는 장면.
비포 시리즈를 모두 다 보았던 나에게는 눈 앞에 펼쳐진 그 순간이 꼭 영화 같았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순간이라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잠시 후,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지는 것이다 !! 건기 이긴 하지만 이렇게 가끔 소나기가 내릴 때가 있다.
야외 좌석을 예약해둔 손님들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음식이 다 젖어버렸고, 황급히 비를 털어내며
실내 홀로 들어왔다.
홀에 있던 우리 가족은 다행히 비를 맞지 않았다.
만약, 야외 좌석을 예약하고 앉았더라면 꽤나 난감했을 것 같았던 상황.
야외 좌석이 아니라 아쉬운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어졌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름답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가족은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딸의 이 뽑기 이벤트로 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마침 내가 거즈를 챙겨왔기에 우리 딸의 흔들리는 이를 거즈로 감싸서 똑 하고 뽑아주었다.
눈물 한바가지를 흘리며 잠에 들었던 우리 딸.
우리는 내일 꼭 늦잠을 자기로 하고 둘째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라면서..